눈맞춤이다. 숲에 들면 한없이 느려지는 걸음에 익숙하다. 좌우를 살피고 위아래도 봐야하며 자주 지나온 길에 돌아도 봐야 한다. 걸음을 옮기고 높이를 달리하고 속도가 변하면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바라보는 방향과 각도다. 일부러 그렇게 봐야할 이유를 밝히기 전에 당연시되는 행동이다. 숲에 들어 생명을 만나기 시작한 후로 달라진 태도다.

문득 눈을 들면 몇걸음 앞에 햇살이 스며들어 만들어 내는 찬란한 빛이 있다. 다른 식물들의 몸과 잎에 가로막힌 빛이 스며들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때와 이를 바라본 시선의 만남으로 가능한 눈맞춤이다. 느린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본다.

적절한 때와 장소 그리고 그 앞에 멈춘 내가 하나되어 꽃이 되는 순간이다.

꽃으로 핀다고 그 꽃이 저절로 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안다. 관련된 모든 인연의 정성을 다한 수고로움으로 꽃이 피듯 사람의 만남도 그러하다. 사람과의 만남, 그 만남으로 인해 형성되는 공감, 이 모두는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져 꽃으로 피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대는 이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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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7-06-16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어서만 읽기에는 과한, 종이로 읽고싶어요.
안복이 넘치네요. 힘있는 문장 거듭 되새김합니다

무진無盡 2017-06-16 21:54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