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뜰을 거닐다 구석진 자리에서 인형을 발견하고는 이내 걸음을 멈추었다. 여행길에 마을 풍경이 마음에 들어 선듯 대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터를 잡았다고 한다. 지리산 형제봉 아래 평사리의 너른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감나무밭 한구석에 살집을 마련하고 뜰을 가꾸며 산다.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고 나무를 만지는 남편과 바느질과 수를 놓는 아내의 꿈이 영글어가는 뜰이다.


주인을 닮았다. 선한 눈매에서 연신 피어나는 미소가 자연스럽다. 자연의 품에 안겨 사는 이의 넉넉한 마음이 베어나는 것이리라. 가난한 꿈일지라도 꿈꾸는 삶이란 이런 얼굴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피어나는 미소가 인형을 닮아간다.


새소리에 눈을 떠서 산을 넘어온 해와 마주하고 심호흡 하며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어쩌면 삶이란 거창한 철학적 명제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구름도 묻혀버린 5월의 파아란 하늘이 눈물겹도록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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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5-23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모습으로 살고팠는데... 현실은... ㅠㅠ... ^^

무진無盡 2017-05-24 21:14   좋아요 1 | URL
늘 가능성은 열려 있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