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통통~. 방앗간, 아득한 기억 속 발동기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그리움이 서려있는 곳이다. 추수한 나락의 껍질을 벗기고 알곡의 표면을 깎아 눈이 부시도록 하얀 쌀을 내어 놓던 정미소다.
넓다란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은 동네를 가로지르는 길가에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서 있는 정미소를 만났다. 하늘과 땅의 보살핌으로 농사지어 그 풍요로움을 누렸을 영화는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나고자란 터를 지키고 있는 늙은 농군의 가슴에 있던 그자리 그대로다.
내게 정미소는 아버지를 떠올리는 몇 안되는 기억 속에 자리잡은 공간이다. 아득한 어린시절에 들었던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아버지의 손에 의해 시작된 발동기 소리따라 움직이던 정미소는 사라졌고 아버지도 다시는 볼 수 없다. 내 기억 속 그곳과 닮은 정미소를 만났다.
잊어버리지 않고 추수철이 끝나는 때를 기다려 찾아가 보리라. 통통통통~ 다시 울릴지도 모르는 발동기 소리를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