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노루귀'
봄을 기다린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같은 장소를 지켜보기를 3년째다. 올해는 유독 더디게 깨어나 애를 태우더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더해질수록 보는 시선도 대하는 마음도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는 이쁜 꽃을 피우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존재하는 근거가 되는 공간에서 공존하는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너를 만난다. 그 안에 바라보는 나도 있다.


마냥 좋아 더 가까이 눈맞추는 것에서 이젠 적당한 거리를 둔다. 여기저기서 자생지가 파괴되는 소식을 접하고 조심한다지만 내 발길에도 상처 입었을 것이 분명하기에 조심스런 마음에 스스로 출입하는 문을 닫기도 했다. 그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오랫동안 함께 공존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안다.


사람과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봄을 기다려 만나는 모든 생명들의 신비로움 속에 진정으로 주목해야할 가치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찾고 만들고 그래서 유지되는 관계의 봄도 그 근거가 이와다르지 않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꽃에 기대어 조금씩 그 꽃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믿음', '신뢰'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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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7-03-30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라색을 좋아합니다. 등줄기가 할미꽃 닮았고 꽃술이 어지럽네요. 그럼에도 이런 고결한 퍼플이라니
깊은 봄의 사색같은 아우라!

무진無盡 2017-03-31 21:46   좋아요 0 | URL
노루귀의 특징 중 하나가 줄기에 털입니다. 청노루귀의 진한 청색은 흔하지 않은 모습이기도 하구요. 매년 기다려서 보는 봄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