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대
내 이웃에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 나무를 깎아 집도 손수 짓고, 흙을 빗어 도자기도 굽고, 진공관에 관심일 가지고 스스로 수리도 하며, 각종 고철이나 쇠를 가공해 조형물도 만든다. 사물을 대하는 자심만의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어 무슨 물건이든 허투루 보는 일이 없이 쓸 용도를 생각해 내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그가 사물을 보는 특별한 시각은 지금까지 살아온 그의 삶의 이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물의 좋고 나쁨 또는 진위나 가치를 분별하는 능력을 '안목眼目', 이라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를 말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대상이 가지는 독특한 쓰임새와 가치를 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안목은 어디에 또 왜 필요할까?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게 되고, 볼 줄 알면 모으게 되니, 이때 모으는 것은 그저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 "석농화원" 발문 중에서
위의 문구는 유홍준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언급해 유명해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구절의 원문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알고, 보고, 사랑”하는 이 모든 과정이 바로 안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유홍준의 새 책 ‘안목’에서는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문화재를 중심으로 대상과 그것을 알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건축·백자·청자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높은 안목의 소유자들은 어떻게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파악했는지를 알아보고, 뛰어난 안목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고 미담을 남겨 우리 문화사에도 기여한 역대 수장가들의 이야기로 안목의 중요함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수장가들로는 ‘안평대군 이용, 석농 김광국, 송은 이병직, 수정 박병래 , 소전 손재형, 간송 전형필 등으로 그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깊은 내막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우리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변월룡, 이중섭, 박수근, 오윤, 신영복’의 회고전에 유홍준 교수의 순례기, 현대미술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넓고 깊은 시각에서 바라본 ‘수화 김환기’ 작가론과 평론 대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기회이기도 하다.
유홍준의 이 책 '안목'에서 건축·백자·청자 등 유형문화재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유물에만 머물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그 유물을 보는 사람에 주목한다. 어쩌면 안목의 본질적인 부분이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확인시켜주는 과정과도 같다. ‘사물의 좋고 나쁨 또는 진위나 가치를 분별하는’일이 어찌 문화재에 국한될 일이겠는가. 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언급된 수장가들의 이야기들 속에 알 수 있듯 바라보는 대상 안에 담긴 작가의 마음을 오롯이 볼 수 있으려면 발품팔고 많이 보며 깊이 있는 사고와 이를 가능케하는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