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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평점 :
책과 관련된 흥미로운 만담에 빠지다
특이한 인연이었다. 책읽기에 푹 빠져 지내는 한사람으로 매번 이용하던 온라인 서점에서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접하고 구입 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언제나처럼 후기를 올렸다. 얼마 후 낯선 이로부터 메일이 왔다. 그 책을 지은 저자였다. 자신의 첫 번째 책을 읽고 처음으로 후기를 써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자신이 읽으려고 사둔 책을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헌책, 절판본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오래된 새 책'의 저자 박균호다.
그냥 책이 좋아 무작정 읽고 읽은 책을 모아온 나로서는 박균호의 '오래된 새 책'을 통해 헌책이나 절판본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내가 가진 책 중에서도 그런 수집의 대상이 되는 책이 있음을 알았다. 그중 하나가 이오덕, 권정생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라는 책이다. 이렇게 마냥 책만 읽던 내게 책장의 책을 다시 살피게 한 사람이기도 하다.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저자 박균호의 '독서만담'도 책에 관한 구체적인 에피소드와 아내와 딸의 두 여자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독특한 환경에서부터 겪는 일상을 담고 있으면서도 책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있다. 책 좋아하는 이에게는 흥미로운 분야임에 틀림없다.
‘하나도 쓸모없는 책 이야기, 지질한 아저씨의 위대한 패배, 오늘도 나는 괜찮다’라는 주제로 구분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모든 이야기의 중심축은 책으로 모아지고 있다. 먼 길을 애둘러가면서 책을 소개하고 책이 주는 유용성을 밝힌다. 책 자체의 이야기나 절판본과 같은 책 모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나도 쓸모없는 책이야기’에 주목할 것이고 두 여자의 틈바구니에서 늘 패배자로 살아가고 있다며 아내와 딸을 흉보는듯하지만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는 부러운 모습으로 읽히는 ‘지질한 아저씨의 위대한 패배’ 뿐 아니라 옛 기억 속 추억을 불러내 웃음을 자아내는 ‘오늘도 나는 괜찮다’도 흥미롭기만 하다.
희귀본을 손에 넣기 위해 판매자와 댓글로 입씨름을 벌이고, 가난한 대학생에게 에누리를 요구한다. 또 아내로부터 서재를 사수하기 위해 은밀한 작전을 펼친다. 평온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책을 향한 광기가 들끓는다.
사물과 사건을 대하는 톡톡 튀는 시각과 학교 선생님의 꼰대기질에 늘 패배하는 지질한 아저씨의 재치 넘치는 이야기는 저자 박균호 만의 독특한 글맛까지 잘 어우러져 거의 모든 이야기를 읽어가는 동안 피식거리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거 없다. 특별하게 책읽기와 책 수집에 열을 올리지 않은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만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왜 행운은 나만 피해 다니는 것일까? 왜 나는 항상 패자가 되는 것일까? 라는 자책에 시달리는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 실린 가족 에피소드는 기껏 아내와 딸아이와의 기 싸움을 겨루는 지질한 남편의 웃기는 일상이지만, 사건별로 소개된 책은 독자 여러분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는 욕심을 가져본다.”
서문에서 밝힌 저자 박균호의 마음이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웃음 속에 피어나는 온기가 내내 함께 머물러 있다. 저자의 소박하지만 그 욕심은 이렇게 꽃으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