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다. 뜰에 가득한 달빛에 이끌려 토방을 내려선다. 어느새 반이나 품을 줄여버린 달이 눈 앞에 걸렸다. 반달이다.

반달詠半月

誰斷崑崙玉 수단곤륜옥
裁成織女梳 재성직녀소
牽牛一去後 견우일거후
愁擲碧空虛 수척벽공허

누군가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어 놓았나
견우가 한 번 떠나가 버린 뒤로
수심에 겨워 벽공에 던진 거라네

*황진이의 시조로 반달에 담은 마음이다. 가슴에 담은 님을 향한 마음이 이토록 절절하여 어찌 살았을까. 옥으로 만든 얼레빗으로 하늘에 걸렸다. 달에 투영한 마음들 중에 황진이는 반달을 얼레빗으로 서정주는 '동천冬天'에서 그믐달을 우리님 '고운 눈썹'으로 비유한다.

"손 시린 나목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오르는 빛"

*이해인의 시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중 일부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에도 "빛이 있어/혼자서도/풍요로워라" 이 모든 것이 다 겨울 반달 덕분이라고 한다.

달은 늘 사람들의 곁을 멤돌며 세상사 시름에 겨운 마음들을 다독여 준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을 보는 사람 마음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은 찬기운이 엄습하는 이른 아침 낮게 뜬 반달이 그윽하다.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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