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미술관 -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
박현정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혼자에서 더 좋은 미술관 나들이

현대인들의 삶의 수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상에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많아졌다. 이러한 요구에 맞추어 각급의 자치단체나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 문화를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문화공간은 사람들과 소통을 통한 공감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전과는 다른 삶의 체험을 가능하게 만드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렇게 늘어난 문화공간을 활용하는 사람들 역시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활용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전 단체관람 주를 이뤘던 박물관이나 미술관 나들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혼자나 둘 정도의 소박한 나들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단체관람이 과제물 작성이나 관광차원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면 반면 혼자만의 나들이는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혼자서 가는 미술관은 어떨까?

 

박현정의 혼자 가는 미술관은 이렇게 혼자서 찾아간 미술관에서 보고 느낀 소감을 소탈하게 꺼내놓은 이야기다. 저자 박현정은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술관 기행서나 미술사에 관한 책을쓰기도 했다.

 

혼자 가는 미술관에는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플라토, 학고재, 아르코, 리움, 서울시립남서울생활미술관, 국립고궁박물관,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등 열 두 개의 미술관에서 천경자, 서용선, 윤석남, 프란시스 베이컨, 빌 비올라, 야나기 미와의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이들 미술관 나들이에서 만나는 그림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그림 이야기에 보다 흥미를 더하고 있다. 사적인 기억이 살아나는 공간으로 미술관은 그렇기에 혼자 가는 미술관은 오롯이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림이 있는 공간, 그림을 중심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꼭 그림이 중심에 놓인다고 볼 수만은 없다. 미술관은 그림을 관람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목적이 따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과 상관없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공간이 미술관이라면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점을 박현정의 글은 여실히 보여준다. 그림은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관람하는 사람들의 느낌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이 느낌은 지극히 개인적 경험과 긴밀하게 관계맺고 있기에 그림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정석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재미 또한 무시 못 할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그동안 하나의 작품에게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위치를 찾아주는 데 익숙했는데 이 책에서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지극히 사적인, 그래서 누구에게는 오해에 불과한 나의 이해들을 풀어놓았다. 불안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객관성과 보편성을 찾아주는 논문보다 스스로에게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체념 아래 책을 묶어내게 되었다.”

 

이 책의 성격이 규정되는 말이다. 저자 박현정에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 속 과거의 모습들을 미술관에서 다시 만나게 되며, 표현되지 않은 기억, 누군가와 공유할 수 없었던 과거의 파편들이 미술작품과 마주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비록 저자만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미술관은 훌륭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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