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봄이 다 지나간다고 너무 아쉬워 말아라.


어느날 문득 꽃보러 간다는 네 전화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알기나 할까? 대회다, 협연이다, 행사다. 수업이다. 이리저리 분주한 일상을 보낼 네가 자연이 주는 변화에 주목하지 못하고 자연과 더불어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혹여나 소홀하지는 않을까 아빠는 염려되었단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쓰는 것을 아는듯 무심히 전해주는 꽃보러 간다는 말에 우리딸 아빠 그런 마음 아는구나 싶어서 내 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좋기만 하더라.


네가 하는 음악이라는 것은, 자연과 사람이 전해주는 울림을 소중하게 가슴에 담아 두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 시작은 새순 돋아 초록이 짙어지고 단풍들어 떨어지는 매 순간마다 말을 걸어오는 자연의 소리를 담는 것이다. 그렇게 가슴에 잘 다독여서 갈무리 한 여운이 차고 넘쳐 자신도 모르게 얼굴가득 미소로 번지듯 온 몸과 마음으로 나오는 것이 음악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런 음악만이 사람의 희노애락을 보듬어 공감할 수 있고 감동을 불러와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웃게도 하지 않을까 싶다. 


딸아~ 

아빠는 네가 하는 음악이 그렇게 따스한 마음을 바탕으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음악이길 바란다.


언제 오는가 싶었던 봄이 저만치 가고 있다. 봄을 다 누리지 못한 아쉬움 보다는 남은 봄과 다가오는 여름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벚꽃피던 때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며 함께하는 동안 네 얼굴에 스치는 미소를 보며 흐뭇한 마음으로 얼마나 좋았는지 아니? 아빠는 집 수리 끝나면 집에 올 너와 다시 그 길을 가고 싶다.


딸아~ 

네 거문고 연주가 듣고 싶구나. 곧 만나자.


*2016.4.26의 글을 옮겨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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