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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시 -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당신에게
정진아 엮음, 임상희 그림 / 나무생각 / 2019년 4월
평점 :
잘 차려진 시 한 상
사적인 일로 일주일에 한 번은 시를 만난다. 그러길 2년이 훌쩍 넘었으니 100편의 시를 찾아보고 나름대로 정독한 샘이다. 시를 만날 때마다 관심사나 그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찾아보게 된다.이렇게 시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마음을 다독여주는 온기를 찾고 싶은 마음에서다.
같은 음식이라도 누가 만들었는가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지만 음식을 먹은 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듯이 같은 시인의 작품이나 같은 시도 달라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먹는 것에 딱히 애착을 갖지 않은 사람이지만 즐겨 찾는 국수집이 있다. 슴슴하면서도 잔잔한 맛이 느껴지는 국수 한 그릇이 주는 만족감처럼 시 또한 그렇게 찾아 읽는다.
이 책은 "8년째 EBS FM [시詩 콘서트]를 집필 중인 정진아 작가가 음식으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시를 모아 각각의 시에 대한 단상을 함께 실은 에세이다." 맛이 담긴 음식에 그 맛의 깊이와 향을 더하는 시가 만나면 어떤 맛을 낼까.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당신에게" 음식과 시의 적절한 만남을 주선한 작가의 글맛은 어떨까. 정작 궁금한 것은 책에 실린 시보다는 그 시를 읽은 이의 감상이다.
"달고, 짜고, 맵고, 시큼하고, 씁쓸하고, 뜨겁고, 또 차가운 음식은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는 다소 식상한 이야기는 시를 읽고 담담하게 그려가는 정진아 작가 글맛에서 그 가치를 새겨 읽게 된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시가 담고 있는 감성을 잔잔하게 풀어낸다. 가물거리는 어릴 적 기억을 끄집어내거나 단절된 아버지와의 시간을 다시 잇기도 하며, 엄마가 되고나서야 엄마 마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자신만의 특별한 맛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다.
이렇게 풀어가는 67편의 시는 정진아 작가에 의해 각기 다른 맛을 자아낸다. “외로울 땐 따뜻하게, 피곤할 땐 달달하게, 답답할 땐 얼큰하게, 허기질 땐 푸짐하게” 음식을 대하는 마음이 이렇다면 시를 대하는 마음 역시‘위로맛 詩’, ‘사랑맛 詩’, ‘인생맛 詩’, ‘엄마의 맛 詩’으로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조근 조근 이야기 하고 있다.
시와 어우러진 맛, 정진아 작가의 감성이 퍼 올린 독특함에 임상희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시들로 차려진 정갈한 맛의 잔치를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