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를 믿고 날뛰지 마라. 학문의 수양으로 재주를 거럴내야 한다. 기교로는 눈만 놀라게 할 뿐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오래 깊숙이 울림을 남기는 시를 쓰려면,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 시와 사람이 따로 노는 것이야말로 재앙이다. 저 혼자 온 세상 다 짊어진 것처럼 끙끙대고 , 세상을 향해 이유 없이 이빨을 드러내 물어뜯는 버릇을 시인의 특기로 여기면 피차에 민망하다. 시로 징징대지 마라."
*정민 교수의 '나는 나다' 중 성대중(成大中, 1732~1812) 편에 나오는 문장이다. 당시 천재시인으로 많은 이의 주목을 받던 이언진(李彦?, 1740∼1766) 과의 일화에 관련된 이야기다.
"기교로는 눈만 놀라게 할 뿐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어디 시를 짓는 것 뿐이겠는가. 사람 사는 일 모두가 이 뜻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가슴에 품은 온기로 내민 손의 정情을 알지 못하고 건넨 손을 뿌리치는 것은 상대방이 전하는 온기를 담을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나를 내세우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