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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ㅣ 알비 문학 시리즈 2
에곤 실레 지음, 김선아 외 옮김 / 알비 / 2018년 10월
평점 :
글로 더해지는 그림
그림이 먼저 눈에 들었다. 직설적인 표현, 간략하지만 상황에 정확한 묘사, 화려한 색감 등으로 독특한 모습과 색감으로 한눈에 봐도 그린이가 누군가를 알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화가다. 굳이 감출 이유가 없다는 듯 우울한 속내가 투명한 옷을 걸친 듯 보일 듯 말 듯 한 그림들에 홀려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다.
에곤 쉴레(Egon Schiele, 1890~1918). ‘인간의 실존을 둘러싼 모든 것들’ 혹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투쟁’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다 28세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화가다. 대표작에는 ‘자화상Self-Portrait’(1910), ‘죽음과 소녀 Death and the Maiden’(1915), ‘가족 The Family’(1918) 등이 있다.
4점의 자화상만이 아니라 책에 실린 50여 점의 작품을 배경으로 열네 편의 편지가 실렸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삼촌 레오폴드 지하체크, 화가 동료이자 의지하는 친구였던 안톤 페슈카, 불편한 속내가 그대로 담긴 어머니를 비롯한 자신의 가족에게 보낸 글이 중심이다.
“글은 그림만큼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중요 수단이었고, 그림으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솔직하고 세밀한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림보다 오히려 글에서 그의 감정은 여과 없이 드러난다.” 특히,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속에 드러나는 어머니와의 갈등의 요소가 무엇인지, 그것이 그의 작품에 어떻게 반영된 것인지에 궁금증을 더해간다.
편지글을 통해 감추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을 만나면서 작품 속에 담긴 에곤 쉴레 만의 독특한 방식의 그림을 다시 눈여겨본다. 찾아보니 에곤 쉴레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이 20여 종이나 된다. 그만큼 주목받고 있는 화가임에 틀림없다.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작품의 매력에 강한 끌림이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여전히 내게는 어떤 이의 휴대폰 배경화면에서 보았던 그림으로 기억되는 에곤 쉴레다. 이 책을 계기로 작품을 하나하나 유심히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