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치에 이르도록 시위를 당기는가 싶더니 화살을 잡은 오른손을 왼쪽으로 살짝 비튼다. 이내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은 쏜살같이 과녁을 향해 날아간다.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우회하여 날아간 화살은 정확히 과녁을 뚫었다.

튼실하게 잘 자란 화살나무를 보는 순간 '최종병기 활'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스치듯 지나갔다. 줄기며 가지에 온통 깃을 달아 몸을 부풀린 나무는 일정한 높이까지 모두 잘려나갔다. 무엇이 그토록 무거운 깃을 달게했을까 하는 의문을 풀 실마리를 짐작케 한다.

시위를 떠난 모든 화살의 경로는 직선이 아니다. 사람 사이 주고 받는 마음의 경로 또한 마찬가지다. 틈을 넓히고, 사이에 장애물을 두고서 일부러 더딘 걸음을 내딛는다. 가슴에 품은 그리움을 부풀려가는 것, 일부러 비틀어 쏜 화살이 장애물을 피해 정확히 과녁을 뚫는 힘과 다르지 않다.

에둘러 가지만 목표를 잃지는 않는다. 시간의 무게를 더하여 깊게 각인시키고자 애쓰는 몸부림이다. 부풀려진 가슴을 관통시킬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화살에 매향梅香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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