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아님을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나름 가을이 영글어 깊어짐의 증표로 삼는 것 중 하나가 이 잎의 붉어짐이다. 앞서 간 벗들의 서두름과는 상관 없다는 듯이 여전히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으니 계절은 더 머물렀다 간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도종환 시인은 희망을 보며 함께 어우러짐으로 '절망을 놓지 않는다'는 희망을 담았다. 이런 따뜻한 시선으로 이 잎을 보던 이는 또 있었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등장하는 잎이 그것이다.

중력을 거슬러 수직벽을 올랐다. 처음은 미약하였으나 줄기를 키워가는 시간이 쌓였으니 이제 스스로도 든든함을 믿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담쟁이덩굴이 하늘이 높은 줄을 모르고 오를까.

비 그쳤으니 계절은 활을 떠난 화살같이 겨울로 달려갈 것이다. 그 사이 잠시라도 틈을 내어 계절이 주는 아주 특별한 선물을 놓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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