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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빵집 ㅣ 문학과행동 시선집 5
김보일 지음 / 문학과행동 / 2018년 8월
평점 :
곱씹는 맛을 전하는 시
주목하는 것은 독특한 그림뿐만이 아니다. 짧은 글에서 만나는 신선함이 그림과 더불어 상호 상승효과를 나타내기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만날까 싶은 기대감이 있다. 페이스북에서 날마다 만나는 그림과 글이 어우러지는 시인의 이야기는 알 듯 말 듯 잔잔하게 번지는 미소와 함께한다. 이 글에 주목하는 중요한 이유는 사람과 세상을 품는 온도와 태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알게 된 시인의 이야기는 '황혼은 어디서 그렇게 아름다운 상처를 얻어 오는가'로 먼저 만났다. 이 외에도 시인 김보일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하면서 '국어선생님의 과학으로 세상읽기' 등 다양한 책을 발간한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살구나무 빵집’은 시인의 첫 시집이다.
지극히 단순화된 그림을 통해 세상을 품는 시인만의 온도가 따스하게 전해지는 것을 은근하게 읽히는 시어에서 다시 확인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라 단번에 읽혀 의미를 파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두고 곱씹어봐야 단어와 행간에 숨겨놓은 시인의 사람과 세상을 품은 따스함이 전해진다. 그렇다고 마냥 진지한 것만은 아니다. 어느 순간 저절로 미소를 번지게 만드는 해학적 요소도 함께 한다.
여기에 ‘서강(西江)에서’와 ‘아름다움이 적을 이긴다’와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역사의 뒤안길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낯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반가움이 크다. 이처럼 독특한 시선이 주는 의외성까지 곁들여지니 즐겁기만 하다.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시는 ‘조용필에게’라는 시다. 발표된 시점이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었던 남북정상회담 즈음이라 시기적 적절성에 시인의 독특한 시선이 만나 멋들어진 장면하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대 평양에 가시거든 평양성 북쪽 칠성문 밖 기생들의 무덤이 있다는 선연동에 들러 노래 한 자락을 분향하시기를” 로 시작되는 시는 두고두고 몇 번이고 읽어도 그 감흥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시다.
감각적인 언어로 쉽게 읽히는 시와는 구별되는 무엇이 분명하게 있다. 딱히, 그것이 무엇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은 시를 이해하는 독자의 몫이라 여긴다. 다소 느린 행보로 읽어도 좋을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재로 곁에 두고 오랫동안 펼쳐도 좋을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