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시키실려구요?
위태위태하다. 무슨 꽃을 어디에 심을지를 두고 눈치보느라 서로 조심스러운데 여기에 꽃을 사오시는 분들 때문이다.


집에 드나드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소박했던 정원에 관심을 두는 분들도 늘었다. 꽃 좋아하는 주인 생각해서 꽃선물을 많이 한다. 그 꽃들이 한결같이 모양과 색깔이 화려해서 금방 눈에 띄는 원예종들이 대부분이다. 이것이 문제다. 꽃이 좋다지만 모든 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가는 꽃이 따로 있기에 기피하는 종류의 꽃선물은 난감하기만 하다.


꽃 같은 좋은 마음으로 오신 분이 꽃을 주고 간 후부터 폭풍전야가 시작된다. 난감한 심기를 드러내는 나와 손님의 마음이니 고맙게 받아 가꾸어야 한다는 집사람 간의 심리전이 펼쳐진다. 싸울 수도 없고 사온 꽃을 버릴 수도 없고 심고 가꾸자니 피어 있는 동안 볼 일이 막막하다. 할 수 없이 뜰 한쪽 구석진 자리에 심지만 불편한 속내는 여전하다.


꽃 사오지 마세요.
작고 다소 어수선하게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뜰을 원한다. 산에서 들에서 피고지는 우리의 꽃들로 시간을 두고 가꿔왔듯 그렇게 가꿀 것이다. 사는 주인이 편안하고 즐거워야 찾아오신 분들도 편안한 시간 누릴 수 있다. 어디를 가든 흔하게 볼 수 있는 꽃들이 아니라 작고 소박한 것들이 어우러지는 여기 만의 독특한 정서를 원한다. 가끔 오셔서 누리시기만 하면 된다.


손도 마음도 가볍게 오시라.
꽃 때문에 싸울 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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