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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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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같지 않아요. 밤에 마시기에도 부담없어 넘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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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핍 윌리엄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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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9년, 제임스 머리가 옥스포드 영어사전 책임 편집자로 임명된 이후 사전편집 과정에서 사전의 남성 편향적 성질에 대한 작가의 고민에서 시작된 소설.

소설은 에즈미라는 가상인물의 일생을 통해 사전 편집 과정을 그려냈다. 어릴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스크림토리엄(사전편집실)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에즈미. 어느날 Bondmaid(여자노예)라는 단어가 적힌 쪽지를 주워 자신만의 공간에 보관하게 되고...

*그 단어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빛나는 물건처럼 내 옷 주름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감히 손을 댈 수도 없었다. 내가 단어를 만질 수 있는 건 오직 아빠랑 같이 있을 때뿐이었으니까. 소리를 내서 아빠를 부를까 생각했지만 무언가가 내 혀를 붙들었다. 그 단어를 만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채 한참 동안 앉아 있었다. 무슨 단어일까? 나는 궁금했다. 누구 거지? 흘린 단어를 찾으려고 허리를 굽히는 사람은 없었다.
한참 지난 다음에야 나는 그 단어를 둥글게 모은 두 손에 담아 올렸고, 그 은빛 날개가 부서지지 않게 조심하며 얼굴 가까이 가져왔다. 내가 숨어 있던 곳은 어두워서 읽기가 힘들었다. 나는 두 의자 사이, 반짝이는 먼지의 막이 드리운 곳으로 몸을 옮겼다. p. 19

에즈미가 성장하고 성인이 되고 사랑을 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모든 순간에 반짝이거나 온전히 다 표현할수는 없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어들이 함께했고 그 과정은 매우 따뜻했다. 비록 옥스포드 사전에 실리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소리내어지는 단어들, 특히 여성을 위한,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백인 남성들의 언어로 인용되어진 단어들이 아닌 잃어버린 단어라 불리는 단어를 모아 사전을 만들어낸 과정과 개러스의 에즈미를 향한 사랑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특히나 밑줄긋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던 책.
몇개만 옮겨본다.

*"잊지 마, 에즈미, 단어들은 부활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란다." p.47

*관습은 어떤 여성에게도 어떤 도움도 되어준 적이 없어요.p.90

*'자매들', 나는 분류함을 뒤졌다. '자매들'에는 쪽지가 많이 딸려 있었다 그것들은 이미 분류되어 각각 다른 의미에 맞게 작성된 대표 쪽지들을 달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 어느 것에도 '동지들'이라는 의미는 없었다.p.229

*"이 단어들 말이에요." 트렁크 속으로 손을 뻗어 쪽지를 한 움큼 꺼내며 내가 말했다. "이것들은 숨어들려고 나한테 온 게 아니었어요. 이 단어들은 바람을 쐬어야 돼요. 읽히고, 공유되고, 이해되어야 해요. 어쩌면 거부당할 수도 있겠지만, 기회가 주어져야 된다고요. 스크립토리엄에 있는 다른 모든 단어들처럼요."p.353

*가장 온화한 단어들-처녀, 아내, 어머니-조차도 우리가 성관계를 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 온 세상에 대고 떠벌렸다. '처녀 Maiden'의 남성 대칭어는 뭘까? 그런 건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부인Mrs' '창녀 Whore' '전문 불평꾼Common scold'의 남성 대칭어는? 나는 창문 너머 스크립토리엄 쪽을, 이 모든 단어들의 정의에 보금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는 장소를 쳐다보았다. 어떤 단어들이 나를 정의할까? 나를 평가하거나 수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단어가 사용될까? 나는 처녀가 아니었지만, 어떤 남자의 아내도 아니었다.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았다.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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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얼 부르지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4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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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박솔뫼 작가님의 책.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다.
인물과 장소가 중복되는, 그러나 똑같지 않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 연작소설인가.
해설을 읽어도 잘 모르겠다.
작가의 의도가 뭔지. 하지만 뭐 굳이 의도가 필요한가. 책을 읽는다는건 그 순간순간의 느낌(금새 잊혀질지 모르지만)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닐까.

그런 책읽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었던 소설로 기억하련다. 읽다가 덮어둔 박솔뫼 작가의 #도시의시간 을 다시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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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피투성이 연인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0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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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앉은 쪽의 뒤편 벽에 커다란 액자가 하나 걸려 있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클림트의 프린트였다. 황금빛 광채 속에서 목이 부러지도록 격렬하게 포옹하고 있는 두 남녀. 한없이 뜨거운 사랑의 느낌을 어쩌면 저토록 황홀한 색채로 나타낼 수가 있는 것일까. 황금조차 녹아 흐르게 만들어 버리는 그 열정의 온도를. 아버지가 금 세공사였다는 클림트는 고온에 녹아 흐물거리는 액체 상태의 황금을 보며 자란 게 틀림없다. p.18

표제작인 첫번째 단편, <나의 피투성이 연인>.
작가인 남편의 사후, 발표하지 않은 남편의 일기나 편지 등이 분명 남아있을 거라며 그것을 출판하길 권하는 편집자가 유선에게 찾아온다.

그의 컴퓨터 속에서 발견한 100일동안의 낯선 사랑 기록. 그리고 유선의 이니셜이 아닌 것이 분명한 M.

★나의 어디가 좋아?
모르겠어.
말해 줘.
모든 게 좋아. 너의 모든 것.
그렇게 많이?
고개를 갸웃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p.32

★이건, 일기가 아닌 픽션이 아닐까. p.37

그러나 진실을 알고있는 이는 이미 세상에 없다.
그리고 알수 없는 가려움증.

★주사를 맞고 약을 꼬박꼬박 먹는데도 자다 일어나 점점 가려워지는 피부를 피가 나도록 긁어대는 밤이 이어졌다. p.42

죽은자는 침묵하고 살아있는 자는 밤새 긁어도 시원해지지 않는 가려움을 가지고 생을 살아간다. 유선에게 그의 기록은 해소되지 않는 가려움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p.85

얼마전 정미경 작가의 #당신의아주먼섬 을 읽었다.
비릿한 소금 냄새 나는 바닷가에서 내내 축축한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두번째 만난 작가의 소설집.

이 소설집에선 조금 더 오래된 잡지책의 냄새가 난다.
표제작인 #나의피투성이연인 을 비롯해 백화점 진열대 속의 명품들을 소망하며 물질에 기대어 사는 여자의 이야기 #호텔유로1203 아픈아이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치료를 중단해버린, 그러나 살아남아 현실과 돈에 고통받는 보험사 직원의 이야기 #성스러운봄 가장 조용한 여인이 주인공이지만 가장 강렬하게 와닿은 이야기 #비소여인 1년 전 연인과 찍었던 사진을 뒤늦게 현상하는 남자가 그로인해 고통받는 이야기 #나릿빛사진의추억 결혼하기 전 이사간 집, 그 골목길에서 만난 이웃들, 그리고 그들에게 조금씩 빠져드는 나의 이야기 #달은스스로빛나지않는다

하나씩 정리하다보니 실려있는 단편들이 떠나간 자와 남아있는 자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것 같다.
남아있는 자의 고통과 괴로움, 그리고 남은 자가 바라보는 떠난 자의 삶.

유행이 지나고 나면 더이상 패션잡지는 잡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저 미용실 한 구석에서, 자취방 구석에서, 혹은 누군가의 오래된 책장에서 그저 가만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소설속 주인공들은 그렇게 철지난 패션잡지를 닮았다.

대체 무슨 말이냐고?
일단 읽어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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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2
강영숙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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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유명하지 않은 작가 엄마에게서 태어난 딸 영인. 엄마를 엄마라고도 부르지 않고 다만 김작가 라고 부른다. 그만큼 엄마에 대한 애정이 없음을 나타내는걸까. 엄마는 조그만 동네에서 글짓기 교실을 열어 생계를 유지한다. 아니 생계를 위한건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건지 모르겠다. 늘 그 글짓기 교실엔 동네 주부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이름없는 작가와 시인들이 모여 술을 마신다.
딸이 가출을 하건 동거를 하건 관심도 없는듯한 그런 엄마에게서 자란 영인. 왜 영인은 그렇게 기어코 글을 쓰려 하는 것일까. 그것도 소설을...
영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한숨이 나오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마치 본인의 삶을 될대로 되라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영인의 친구들인 R과 K도 마찬가지. 뭐 하나 똑바로 살아지는 인생이 없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가 없다.

절반을 넘게 읽었을때 영인에게 미안하고 이런마음 참 못됐지만 영인이 멋진 소설을 완성했다 이런 결론이라면 화가날 것 같았다. 어쩌면 영인도 엄마 같은 삶을 살것 같은 기분도 들고..그게 소설의 결말로 자연스러운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졌다.

미국에서도 글은 쓸 수 있겠지 하며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따라 건너간 미국에서도 영인의 사랑과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영인은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라이팅 클럽을 연다. 역시나 엄마의 전철을 따라가는가 싶었다.

문득 왜 사람들은 글을 쓰려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글이란 것이 나의 생각을 조리있게 전달만 해도 괜찮은것 아닌가?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소설과 같은 허구의 이야기들을 쓴다. 그 중 일부는 유명해지고 대다수는 좌절한다. 영인이 성공을 할지 좌절을 할지는 읽어보시라. 다만 내게는 결말이 아주 완벽했다는 것만 밝힌다. 그리고 이렇게 끊임없이 소설을 써주는 작가님들이 있어 오늘도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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