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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 용감하게 성교육, 완벽하지 않아도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심에스더.최은경 지음 / 오마이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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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말하기 쑥쓰럽고 부끄러운 성 이야기를 건강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친절한 안내서! 나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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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없는 열정 - 20세기 정치 참여 지식인들의 초상, 개정증보판
마크 릴라 지음, 서유경 옮김 / 필로소픽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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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행사들을 다룬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몇 년 전 박정희 탄신제 소식을 전하는 영상기사를 보며 혀를 찼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전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대했던 독재자를 아직도 기리고 그리워하는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딸까지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나라이니 그러려니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다고 해도 수많은 생명값으로 민주주의를 이뤄낸 나라에서 제 1야당의 국회의원들까지도 독재자를 그리워하며 추모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 민주공화국이고 이 한 문장을 헌법 첫머리에 기록하기 위해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모릅니다.

민주공화국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도대체 왜 여전히 독재자를 기념하고 찬양하기까지 할까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아무리 미화해도 독재하며 자신을 거스르는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사실을 덮을 수는 없는데도 말입니다.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교수 등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도 박정희 시대를 미화하고 독재까지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왜 전제를 찬양하게 되는가?

미국의 정치학자 마크 릴라가 쓴 <분별없는 열정>을 읽으며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 것인지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식인들이 왜 전제를 찬양하게 되는지 말해줍니다. 나치즘에 가담했던 위대한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와 나치에 가입하고 히틀러의 통치를 합리화했던 법학자 카를 슈미트를 사례로 들어 지식인들이 전제를 지지하게 되는 이유를 찾아갑니다.

마크 릴라는 위대한 사상가라고 할 수 있는 지식인들이 전제를 애호하게 되는 이유를 “분별없는 열정 혹은 정신” 때문이라 봤습니다. 하이데거와 같은 1930년대 독일 지식인들이 히틀러를 우상화하고 그 우상화의 틀에 갇혀 그것을 전체 세계로 착각했다는 한나 아렌트의 평가를 인용하며 지적 열정을 가진 이들이 진실과 허위를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지적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박정희와 같은 독재자를 미화하고 그리워하는 지식인들, 정치인들이 아직까지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해 그의 따님을 구하겠다고 말하는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분별없는 열정”이 한 사람을 어떻게 이끌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형식적으로나마 민주적인 방식으로 굴러가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최장집 교수가 한겨레21과 인터뷰하면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 나라는 민주화 이후에도 경제나 국가의 운용 방식을 민주화하지는 못했습니다. 사회가 운용되는 원리와 방식이 박정희 독재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박정희 패러다임을 폐기하라, 한겨레21 제1138호, 2016년)

전제자들이 계속 출현하는 이유

마크 릴라는 <분별없는 열정>의 에필로그에서 레닌, 스탈린, 히틀러, 무솔리니, 마오쩌둥, 호찌민, 카스트로 등을 언급하면서 근대 역사에서도 전제자들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우리 나라에선 전제자들이 박정희, 전두환 등으로 환생했다고 봐도 틀린 해석이 아닐 듯 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듯 전제자들은 여전히 살아 남아 세계 곳곳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냉정한 관료제와 잔인한 작업장처럼 여전히 권위주의 사회일 수 있을지언정, 시라쿠사의 전제정 같은 유형의 전제정일 수는 없다. 근대화는 고전적 전제정 개념을 낡은 것으로 만들 것이며, 근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유럽 밖의 나라들 역시 탈전제의 미래로 진입할 것으로 믿어졌다. 우리는 지금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알고 있다. 고대의 규방과 음식 독 감별사가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 자리를 선전장관과 혁명수비대, 마약왕과 스위스 은행가들이 채웠다. 전제자들은 교묘하게 살아남은 것이다.”(226쪽)

전제자들의 지속적인 재등장이 가능했던 이유를 마크 릴라는 분별없는 지식인들의 이야기에 세계가, 즉 사회구성원들이 분별없이 귀를 기울이고 설득되었기 때문이라 진단하고 있습니다. ‘저명한 교수, 뛰어난 작가들, 영향력 있는 언론인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한 곳에 결집해 전제자들의 범죄까지도 숭고하다’라는 주장을 사회가 비판없이 수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근대화가 진행되어 온 우리 나라 역사에 저자의 주장을 적용해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독재까지도 옹호하고 그리워하는 지식인들과 영향력 있는 매체들이 여전히 세력을 갖추고 있는 대한민국에 박정희 탄신제가 열리고 거대한 동상앞에 선을 모으고 절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있는 것을 잘 설명해 줍니다. 책에서 저자가 소크라테스를 인용하며 “사랑이 광기를 유인한다”고 한 말이 떠오릅니다.

저자는 “어떤 사람 또는 사상과 사랑에 빠지든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종류의 광기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광기가 통제되어서 각 사람들이 자기 영혼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마크 릴라는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충동의 노예’가 될 때 사람들이 전제자가 될 수 있다고 했던 플라톤을 인용하며 독자에게 경고합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우리 나라 정치판에도 새로운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정당들은 국민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기 위해 국민들이 ‘혹’할 만한 사람들을 발굴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마크 릴라가 말했던 ‘전제자의 영혼’을 가진 사람들을 걸러 낼 수 있는 눈을 갖추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가 고려하는 또 다른, 좀 더 흔한 전제자의 영혼이 있다. 이 사람들은 지배자로서 공적인 삶에 진입하지 않고, 교사, 연설가, 시인-오늘날 우리가 흔히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무리-으로 정치에 입문한다. 이런 사람들은 위험하다. (중략) 이런 유형의 지식인은 디오니시오스 2세처럼 정신의 삶에 대해 열정을 지니고 있지만, 철학자와 달리 그 열정을 다스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급히 정치적 토론에 뛰어들거나 책을 쓰고 강연하며, 자신의 무능함과 무책임을 거의 다 드러내는 광란의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충고를 던진다.”(241쪽)

이를 위해 마크 릴라는 독자들에게 ‘사유를 통한 자각’을 요청합니다. 속속 등장하게 될 인물들을 평가하기에 앞서 자기의 내면 깊은 곳에 전제를 애호하는 정신이 잠재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마크 릴라는 “전제정은 죽지 않았고, 어떤 사상의 매력에 굴복하려는 유혹, 그리고 그 사상의 잠재된 전제성을 알아채지 못하게 만드는 열정을 허용하고 싶은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근 맞이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정치지형 변화와 과거에 추구해 왔던 이념들의 실패앞에서 모두가 당황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면 더 이상 힘들게, 복잡하게 사유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사유함을 통한 판단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재차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떠올려야만 한다. 오늘날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체제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중산층의 공동화, 가족과 공동체의 붕괴, 엘리트 집단들에 대한 분노, 정당들의 쇠퇴, 공익에 대한 무관심 확산-은 오로지 개인들과 그들의 권리들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만으로는 파악되지도 또 해결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중략) 끝으로, 전제에 대한 유혹이 지식인들을 탈선으로 이끄는 유일한 힘이 아니라는 사실도 상기해야 한다. 자기기만은 무수한 형태로 나타난다.”(257쪽)

"현대 사회는 냉정한 관료제와 잔인한 작업장처럼 여전히 권위주의 사회일 수 있을지언정, 시라쿠사의 전제정 같은 유형의 전제정일 수는 없다. 근대화는 고전적 전제정 개념을 낡은 것으로 만들 것이며, 근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유럽 밖의 나라들 역시 탈전제의 미래로 진입할 것으로 믿어졌다. 우리는 지금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알고 있다. 고대의 규방과 음식 독 감별사가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 자리를 선전장관과 혁명수비대, 마약왕과 스위스 은행가들이 채웠다. 전제자들은 교묘하게 살아남은 것이다."(226쪽) - P226

"소크라테스가 고려하는 또 다른, 좀 더 흔한 전제자의 영혼이 있다. 이 사람들은 지배자로서 공적인 삶에 진입하지 않고, 교사, 연설가, 시인-오늘날 우리가 흔히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무리-으로 정치에 입문한다. 이런 사람들은 위험하다. (중략) 이런 유형의 지식인은 디오니시오스 2세처럼 정신의 삶에 대해 열정을 지니고 있지만, 철학자와 달리 그 열정을 다스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급히 정치적 토론에 뛰어들거나 책을 쓰고 강연하며, 자신의 무능함과 무책임을 거의 다 드러내는 광란의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충고를 던진다."(241쪽) - P241

"그러므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떠올려야만 한다. 오늘날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체제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중산층의 공동화, 가족과 공동체의 붕괴, 엘리트 집단들에 대한 분노, 정당들의 쇠퇴, 공익에 대한 무관심 확산-은 오로지 개인들과 그들의 권리들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만으로는 파악되지도 또 해결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중략) 끝으로, 전제에 대한 유혹이 지식인들을 탈선으로 이끄는 유일한 힘이 아니라는 사실도 상기해야 한다. 자기기만은 무수한 형태로 나타난다."(257쪽)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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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의 정치학 - 권력이 강한 사람에 맞서 어떻게 스스로를 방어할 것인가?
잭 고드윈 지음, 신수열 옮김 / 이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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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몸싸움도 마다않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부정을 저지르는 검사와 판사들에 대한 고발도 끊이지 않습니다. 감옥이 우리나라 대통령의 필수코스가 된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이렇게 ‘정치’는 더러움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일상에서도 정치라는 말이 붙으면 눈살부터 찌푸리게 됩니다.

정치인들의 실망스런 행태들로 인해 죄없는 정치가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회사에서도 정치라는 말은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저 사람은 정치를 참 잘해서 승진이 빨라’라든지 ‘너 참 정치적이다’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정치’는 상사에게 하는 아부 혹은 조직 내에서의 권모술수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더럽게 만든 것이지 정치가 더러운 것이 아닙니다. 정치는 인간이 사회를 이루기 시작했을 때부터 항상 있었던 활동입니다. 알아채지 못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을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 학교, 직장, 국가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는 삶의 모든 자리에서 정치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사내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정치학자 잭 고드윈은 <사무실의 정치학>이라는 책에서 ‘정치적 행동은 인간의 원시적이고 본능적 요소이며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보다 쉽게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권력’이 개입되는 상황이 ‘정치’라고 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정치와 그 수단이 되는 권력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권력다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회사에서는 더욱 그래야 합니다.

‘사내정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회사에는 자기 이익을 위해 권력을 획득하려는 암투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권력싸움에서 자신도 모르게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내정치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지 나랑은 상관이 없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회사에서 이뤄지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저자는 ‘권력이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들에 맞서 어떻게 스스로를 방어할 것인가?’라는 데에 초점을 맞춰 독자들에게 조언합니다. 회사에서 이뤄지는 정치권력의 지형을 이해하고 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라는 틀 안에 있으면서도 타인의 명령과 원칙이 아니라 자신의 원칙에 따를 수 있는 자율적인 행위자가 되기 위해서 기술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당신이 노동 시장 안으로 밀어넣어졌다가 잔인하게 뽑혀나가는 ‘인적 자원’이 되는 것을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258쪽)

적절한 ‘때’를 알고 감정에 휘둘리지 말 것

잭 고드윈은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회사에서 경험하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대응하는 것을 ‘미시정치’라고 지칭했습니다. 저자는 미시정치를 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은 천차만별이기에 구체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은 아닙니다. 저자가 말하는 중요한 원칙들을 해석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입니다.

‘현재의 상황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 그리고 언제 항복하고, 언제 저항하며, 언제 공격할 것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 역시 자신을 지켜가면서 회사생활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술이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도 이 능력을 갖추는 방법까지 알려주지는 못합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을 살펴보고 스스로를 성찰하며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감정에 휘둘리는 것’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이 부분은 저자의 생각에 100% 공감합니다. “적수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망신을 주는 데는 성공할 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틀림없이 스스로도 상처를 입는다.”(30쪽)고 저자도 썼는데, 저 역시 욱하는 성격으로 상사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다가 정작 얻어낼 수 있었던 것도 얻어내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무력감을 극복해야 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무력감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약자이기 때문에, 내가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없기 때문에 나는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오라는 제안입니다. 또한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저 자리에 가면’이라는 생각도 무력감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나의 현재 위치가 약하기 때문에 나는 무력해. 하지만 내가 우두머리가 되면 상황은 달라질거야.’ 이런 식으로 약자들은-조직도 상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자리 때문에-책임을 맡지 않는 것을 합리화한다.(중략) 그들은 그들이 정상에 올랐을 때에는 얼마나 ‘완벽하게 시스템에 빨려 들어가 있을지’에 대하여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36쪽)

회사에서 이런 합리화를 정말 많이 경험했습니다.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시스템에 적응시키는 것입니다. 저자도 설득이나 교육을 통해 신념체계를 변화시키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회사들이 보이지 않는 ‘조직문화’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규율과 벌, 돈보다 더 힘이 있는 것이 문화입니다.

인간의 실패에서 배우며 스스로 생각해야

지배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원칙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잭 고드윈은 ‘인간됨’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인간이란 돈에 쉽게 매수되고, 소유에 집착하고, 질투하고 타락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스스로를 이런 원칙에 비추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를 성찰하고 교훈을 얻어야 함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요람을 흔드는 손은 수류탄을 던지는 손이기도 하며, 화염방사기를 쥐는 손이기도 하다.(중략) 히틀러는 인간이었고, 스탈린도 마찬가지였으며, 예수의 다리를 내리친 병사들도 그들 손의 희생자만큼 인간이었고,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106쪽)

저자가 언급한 것들 중 마지막으로는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자신이 원하거나 필요한 것보다 더 적게 가졌다는 인식(결핍)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결핍을 극복하기 위한 경쟁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분석했습니다. 특히 회사는 항상 무언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우리 앞엔 항상 최고의 경쟁자가 있고 그들 앞에 서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입합니다.

또한 직원들 개인도 필요없는 경쟁에 참여시키기 위해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활용합니다. 회사의 비전제시와 직원을 다루는 전략들을 비판적으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사람인 직원들을 ‘인적 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상징적 학습 전략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면 자신 또한 잃어버리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볼 시간이 전혀 없고, 방향감각도 전혀 없으며, 그리고 그들의 삶을 주도할 수단도 전혀 갖지 못하는 문화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상징적인 성취감을 쫓느라 삶을 낭비하며, 이로 인해 그들은 동일한 결핍을 공유하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 속해서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공고히 한다.”(122쪽)

"당신은 당신이 노동 시장 안으로 밀어넣어졌다가 잔인하게 뽑혀나가는 ‘인적 자원’이 되는 것을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258쪽) - P258

"‘나의 현재 위치가 약하기 때문에 나는 무력해. 하지만 내가 우두머리가 되면 상황은 달라질거야.’ 이런 식으로 약자들은-조직도 상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자리 때문에-책임을 맡지 않는 것을 합리화한다.(중략) 그들은 그들이 정상에 올랐을 때에는 얼마나 ‘완벽하게 시스템에 빨려 들어가 있을지’에 대하여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36쪽) - P36

"요람을 흔드는 손은 수류탄을 던지는 손이기도 하며, 화염방사기를 쥐는 손이기도 하다.(중략) 히틀러는 인간이었고, 스탈린도 마찬가지였으며, 예수의 다리를 내리친 병사들도 그들 손의 희생자만큼 인간이었고,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106쪽) - P106

"많은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볼 시간이 전혀 없고, 방향감각도 전혀 없으며, 그리고 그들의 삶을 주도할 수단도 전혀 갖지 못하는 문화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상징적인 성취감을 쫓느라 삶을 낭비하며, 이로 인해 그들은 동일한 결핍을 공유하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 속해서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공고히 한다."(122쪽)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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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 2016 겨울 그리고 2017 봄, 빛으로 쓴 역사
김예슬 지음, 김재현 외 사진, 박노해 감수 / 느린걸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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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받은 권력을 자기 이익을 위해 사용한 불의한 대통령에게서 권력을 회수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번엔 광화문 광장이 아니라 서초역 주변입니다. 3년 전 촛불은 국민의 대리인들 중 수장인 대통령과 그 종복들의 잘못된 권력행사를 국민들이 질타한 것이었다면 이번 촛불은 대리인들 중 선출되지 않는 권력, 검찰을 향한 명령입니다.

다시금 주권자들의 의견을 대리인들에게 직접 전달하게 된 이 즈음 3년 전 촛불을 들었던 상황과 그 기록들을 꺼내봅니다. 시민들의 저항운동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하는 ‘촛불혁명’. ‘촛불정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그 당시 우리 국민들은 무엇을 요구했었는지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박노해 시인이 잘 표현한 바 있습니다.
 
“불의한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두 가지지. 살아 움직이는 인간들의 항쟁, 그리고 그 현장의 진실과 사상을 담은 한 권의 책. 그 기록과 기억이 다음에 오는 혁명의 불꽃이기 때문이지.” - 박노해 -

촛불을 다시 꺼내 들고 검찰 앞에 선 시민들. 3년전 촛불의 기록을 통해 기억하며 새로운 개혁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 교육 거부로 유명세를 탔던 김예슬씨가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까지의 시민운동을 <촛불혁명>이라는 책에 정리했습니다. 
 
해를 넘기며 진행되었던 촛불집회와 그로 인한 결과와 의의를 담은 생생한 현장 사진, 2007년에 있었던 한나라당 경선 후보 청문회를 시작으로 하는 촛불혁명 일지,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 특검 수서결과 발표문, 헌재의 대통령 박근혜 탄핵선고문, 국정논란 관련자 명단까지 꼼꼼하게 기록해 ‘촛불혁명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촛불혁명’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혁명도 늙어갑니다’. 87세대라 불리며 민주화를 이뤄낸 역사를 훈장처럼 여기던 386세대가 주류였던 지난 과거가 이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은 늙어가선 안되겠습니다. 채 3년이 지나기 전에 다시 개혁의 의지가 모이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합니다. 촛불 시민의 강력한 요구로 만들어졌던 당시 특검은 “반민특위 좌절 이후 70년 만에 촛불의 힘으로 세워낸 ‘혁명 검찰’”이라고까지 불리웠습니다. 그리고 이 ‘국민 특검’에서 1호로 영입한 검사가 윤석열 수사팀장이었죠. 윤석열 검사가 지금은 검찰총장이 되어서 다시 촛불 시민의 요구앞에 서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임명하고 특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중용하면서 검찰 개혁, 사법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 청구권 등을 모두 쥐고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정점에 있는 검찰을 바로잡는 일. 70여년 동안 이뤄내지 못한 과제이자 염원이다. 특검의 활약이 빛났던 시간에 이어, 촛불혁명이 또 한 번의 빛나는 역사를 쓰게 되기를.”(277쪽)

저자는 책에서 위와 같은 국민의 기대를 적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국민의 기대만큼은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물론 무엇이든 반대하는 극우야당의 책임이 크지만 여당의 지지부진한 모습에 신속한 개혁을 요구한 시민들이 실망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도 말한 것처럼 검찰개혁은 70년 이상 이루지 못했던 과제이기에 어려운 일입니다.

왜 이렇게 개혁을 이루기 어려웠을까요. 그 실마리도 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삼성이 검찰 수뇌부와 언론을 돈으로 매수해왔음을 자백하는 결정적 증거(전 이상호 기자)라고 했던 삼성 뇌물 사건의 결과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황교안 검사는 삼성 관계자들은 무혐의 처리하고 이상호 기자를 기소했습니다. 게다가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고 노회찬 의원은 의원직을 잃었습니다. 황교안 검사는 검사장,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지금은 극우야당의 대표가 되어 있습니다.

책에는 국정논단 관련자 명단도 실려 있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부류는 <일명 ‘우병우 사단’ 등 정치 검찰 및 부실 수사 검사> 명단입니다. 여기에 이름을 올린 70여 명 이상의 전현직 검사 및 관련자들은 지금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이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다면 검찰개혁에 있어 조금이라도 더 진전이 있지 않았을까요?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적발과 심판을 받지 않고 ‘이렇게 해도 된다’고 특권과 범법의 용기를 물려준 자들. 적폐의 과거를 남겨둔다면 미래는 패배한다. 그들은 반드시 돌아온다. 더 사악한 칼을 들고. 적폐 청산 없이 희망은 없다. 과거 청산 없이 미래는 없다.”(22쪽)

70년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단호합니다.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을 이행하는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하라는 것입니다. 권력을 위임받은 대리인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누려왔던 조직의 이익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진짜 주인인 국민의 눈치를 보라는 명령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촛불시민들이 요구했던 것은 검찰개혁만이 아닙니다. 촛불을 들 수 밖에 국민들을 몰아간 우리 사회를 조금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자는 마음이 모여서 ‘촛불혁명’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슈가 되고 있는 검찰들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촛불을 들었던 초심을 돌아보고 싶은 시민들이 <촛불혁명>을 함께 읽으며 우리 모두의 의지를 다시금 한데 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적폐청산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불법 대선 개입, 4대강 죽이기, 자원 외교, 방산 비리, 천안함 침몰,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살인, 과거사위원회 폐지, 건국절 왜곡, 국정 역사교과서, 한일 위안부 합의, 불법적 사드 배치, 노동법 개악, 노조 탄압, 전교조 불법화, 검찰 및 사업부 장악,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테러방지법 제정, 공영방송과 언론 장악, 남북 대결, 개성공단 폐쇄, 원전 확대, 공공부문 민영화, 규제완화, 친재벌 정책 등. 더 거슬러 올라가 친일 독재부터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의 광주 학살까지. 다 적을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불법과 악정을 하나하나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관련 기관과 제도를 바로잡기까지 얼마나 어렵고 지난한 과정인지, 또 한 번 혁명에 가까운 의지를 필요로 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297쪽)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임명하고 특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중용하면서 검찰 개혁, 사법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 청구권 등을 모두 쥐고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정점에 있는 검찰을 바로잡는 일. 70여년 동안 이뤄내지 못한 과제이자 염원이다. 특검의 활약이 빛났던 시간에 이어, 촛불혁명이 또 한 번의 빛나는 역사를 쓰게 되기를."(277쪽) - P277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적발과 심판을 받지 않고 ‘이렇게 해도 된다’고 특권과 범법의 용기를 물려준 자들. 적폐의 과거를 남겨둔다면 미래는 패배한다. 그들은 반드시 돌아온다. 더 사악한 칼을 들고. 적폐 청산 없이 희망은 없다. 과거 청산 없이 미래는 없다."(22쪽) - P22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적폐청산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불법 대선 개입, 4대강 죽이기, 자원 외교, 방산 비리, 천안함 침몰,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살인, 과거사위원회 폐지, 건국절 왜곡, 국정 역사교과서, 한일 위안부 합의, 불법적 사드 배치, 노동법 개악, 노조 탄압, 전교조 불법화, 검찰 및 사업부 장악,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테러방지법 제정, 공영방송과 언론 장악, 남북 대결, 개성공단 폐쇄, 원전 확대, 공공부문 민영화, 규제완화, 친재벌 정책 등. 더 거슬러 올라가 친일 독재부터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의 광주 학살까지. 다 적을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불법과 악정을 하나하나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관련 기관과 제도를 바로잡기까지 ㅇ러마나 어렵고 지난한 과정인지, 또 한 번 혁명에 가까운 의지를 필요로 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297쪽)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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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인생 그림책 Dear 그림책
하이케 팔러 지음,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옮김 / 사계절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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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생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그림책 <100 인생 그림책>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시간이 흐르는 강물이라면 댐이라도 세워 잠시 가둬두기라도 할텐데 시간은 그럴 수도 없네요. 어릴 땐 시간이 더디가서 언제 어른이 되나 한숨지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선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버려서 한숨을 쉽니다. 한 살, 두 살 나이가 더 많아지면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마음은 더 간절해 지겠지요.

단 한 번만 주어지는 인생이기에, 인생에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기에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합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고 살아갈 날들을 생각해보는 때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이땐 특히 아쉬움이 더 커집니다. 선택에 대한 후회나 안타까움, 소원해진 인간관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머릿속을 채웁니다.

이럴 때면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조망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미래로 찾아 다니며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도와주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듯 다른 이들이 인생에서 배운 교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하이케 팔러가 글을 쓰고 발레리오 비달리가 그림을 그린 <100 인생 그림책>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죽음을 바로 앞둔 순간까지를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한 장면 한 장면 살펴볼 수 있습니다. 100살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일생 100장면’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좋을 그림책입니다.

글을 쓴 하이케 팔러는 “삶이 흐르는 동안 세상을 받아들이는 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에 초점을 맞춰 책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어린 아이들부터 죽음을 앞둔 고령의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살면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보고 들은 이야기를 책에 담았습니다. 각자의 인생에서 그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면서 배운 교훈들이 담겨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 나이 대의 페이지를 펼칩니다. 단 번에 보이는 말은 “산다는 건 정말 스트레스 넘치는 일이지”입니다. 비슷한 세대에 있는 사람들은 격하게 공감할 말입니다. 이번엔 제가 지나온 세월들을 훑어 봅니다. 30대에 자녀가 생기고 경험한 삶을 단 한마디와 그림 한장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한 문장, 그림 한 장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게 이 책의 매력입니다.

“34 이젠 어른이 된 거지.”
“36 꿈 하나가 이루어졌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를거야.”
“39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을 거야.”
“40 누군가를 이토록 걱정한 적도 한 번도 없었을 거고.”

자녀를 가지게 된 부모들의 마음은 이와 비슷하겠지요. 좀 더 나이가 들면 삶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까요? 현실에선 나이 든 선배 혹은 부모님, 조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선 생각보다 쉽게 웃 어른들의 깨달음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기기만 하면 되거든요. 하이케 팔러가 이렇게 묻네요.

“45 지금 그대로의 네 모습을 좋아하니?”

음...제 대답은요. “아니요.” 욱하는 성격은 좀 다듬어지면 좋겠습니다. 지금보다 좀 더 건강하면 좋겠어요. 경제적으로도 좀 더 풍요로우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지위도 좀 더 높아도 좋겠구요.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위치면 좋겠어요. 제약 없이 자유롭게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마음속에 욕심과 탐욕이 꿈틀꿈틀합니다.

“52 이루지 못한 꿈도 많지만...”
“53 괜찮아. 작은 것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배웠으니까.”

하이케 팔러가 제 생각을 읽은 걸까요? 이루지 못한 것들이 많겠지만 작은 것에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네요. 아직은 이 정도의 깨달음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세월을 좀더 살아내고 나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닐테니 나이 들어가는 제 모습을 잘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제게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일은 노인이 되는 것과 노인이 되었는데도 세월의 지혜를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생각대로 통제할 수 없는 몸을 갖게 된다는 것이 참 두렵습니다. 무엇인가를 하려고 해도 더 많은 시간이 들게 되겠지요. 좋은 선배가 되지 못할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내 경험과 지식에만 갇혀서 후배들의 삶을 판단하려는 선배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60 너도 이제 예순이구나. 하지만 어릴 때 보았던 60대 할머니가 네 자신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지?”
“62 자기가 악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70 네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지? 생전 처음 해본 일이 아주 마음에 든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을 거야.”
“73 사는 동안 뭔가 다른 일을 해봤더라면 싶은 게 있니?”

딱 한 줄 써 있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오랜 세월을 살았어도 “자신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라는 물음이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나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다른 일’, ‘생전 처음 해본 일’을 더 많이 해보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어짜피 “90 인생은 뒤죽박죽”이라네요.
​​​​​​​
“인생체험에 관해서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삶을 정말이지 갖가지 경험으로 가득 채우지 않는다면 이 말은 공허해질 뿐이라는 거지요. 그 채움의 방법 중 하나는 이 책을 삶의 경험이 많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서 이 글들이 각자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일입니다.”

“삶이 흐르는 동안 세상을 받아들이는 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살펴보며 살면 나이 먹어가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 직접 인용한 글들인데도 페이지를 적지 않았습니다. 책에 페이지가 안 적혀 있거든요.

인생은 뒤죽박죽이야

지금 그대로의 네 모습을 좋아하니?

괜찮아 작은 것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배웠으니까

네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지? 생전 처음 해본 일이 아주 마음에 든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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