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하기 -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설득과 소통의 법칙
윤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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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셨으면 오늘이 고희라고 어제 문재인 전 대표가 페북에 글을 올렸다.
죽음으로 인한 상실은 누군가와 함께 한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함께 할 수 없는 미래라고
했는데 영원히 그의 고희를 맞을 수 없는 씁쓸한 오늘, 책으로 만난 노무현 대통령의
말들로 그리움을 달래본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비트겐슈타인

 

10여 년을 '노무현의 말'과 함께 살아온 윤태영 작가는 대통령의 말을 통해
단순히 말하기의 기술이나 비법이 아닌 진심을 담은 말의 힘을 보여준다.
"말은 한 사람이 지닌 사상의 표현이다. 사상이 빈곤하면 말도 빈곤하다."
늘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끊임없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생각을 발전시키고
소통하려 한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이 고스란히 그의 연설과 말에 담겨있음을
책에 담긴 말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작가는 대통령의 말하기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말하기의 노하우를
전달해주기도 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공감원칙으로
-쉽게 이해되는 말을 써라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다뤄라
-듣는 이의 관심사를 먼저 건드려라
-껄끄러운 이야기는 최대한 논리적으로
-공감을 사는 비유를 하라 

추상적인 말하기 노하우가 아니라 열정적이고 마음을 울리는 대통령의 말을 당시의 상황,
주변사람들의 반응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공감과 소통의 말하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준다. 또 명연설과 함께 실패한 연설의 사례도 보여줌으로써
말하기에서 자신만의 말하기 방향을 설정하도록 도와준다. 노력과 들인 시간에 비해
아쉬움을 많이 남겼던 2007년 신년 연설, 퇴임을 1년 앞둔 마지막 신년 연설이라
하고픈 이야기가 많았던,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자신의 삶과 관련된 대통령의 언급을
한마디라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욕심이 지나쳐 무리한 연설이 되고 말았다고
두고두고 아쉬움을 말한다. 그렇기에 작가는 말하기에 있어 선택과 집중, 버리기
아깝더라도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훌륭한 말하기가 된다고 한다.

 

연설, 특히 대통령의 말하기는 진중하고 격식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대중의 언어로 솔직하게 터놓았던 그의 연설, 대통령 재임시의 말하기는
물론 퇴임 후 사저를 방문한 사람들과의 소탈하고 열띤 대화는 고스란히 대통령의 생각을
담고 있어서 더 기억에 남았다. 사저 앞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예산의 비효율성을 설명할 때
사전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엉뚱한 데 예산이 흘러감을 마른 논에 물 붓기라는
비유로 아주 쉽게 설명해주기도 하고  "...장판방에 콩을 다 한데 쏟으면 쫙 흩어지지 않습니까?
쫙 흩어집니다. 물에 기름을 한 방울 탁 떨어뜨리면 쫙 퍼지듯이 끗발 떨어지면 사람이 그렇게
쫙 퍼져서 떨어져 나가지요. 허허" 권력자가 권력을 내려놓았을 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렇듯 재미있는 비유로 설명해주기도 한다. 현장에서 받는 일문일답과 돌발질문조차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더 깊은 생각을 펼쳐낼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내는 동력,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함께 했기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들어있다.
 
p.308 "그를 이해하려면 그의 말을 듣는 것보다는 그가 걸어온 길을, 살아온 행적을
그렇게 한번 돌이켜보시고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그 사람이 한 일은 찬성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찬성할 수 없는 일도 있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진실한가, 그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책 마지막 부록에 담긴 2005년 신임 사무관 특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처럼
그가 걸어온 길의 우직함과 진심을 알고 있기에 확고한 소신의 힘으로 정면돌파하는
강인한 말부터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주변사람들을 챙기는 따뜻한 말, 자신을 기꺼이
낮추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겸손함, 어색함을 풀어주는 싱거운 유머, 노무현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된 그의 말은 여전히 우리를 감동시킨다.

 

사표를 수리하는 순간에도 작가에게 그동안의 기록을 우선적으로 정리하라는,
또 다른 기록의 업무를 맡긴 못말리는 대통령, 언제나 국민에게 하고픈 말이
가득 쌓여있었던 대통령 덕분에 기록을 수행했던 사람으로써의 힘겨움도 토로한다.
정말 고맙다. 작가의 기록 덕분에 대통령의 말을 이렇게 책으로 다시 만날 수 있으니....

 

https://twitter.com/TheNextpeople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 트위터에는 역사 속 오늘, 노 대통령의 말과 행적이
매일 올라온다. 때때로 그의 말을 수첩에 적으며 그를 기억하는데 이렇게 책으로
더 많은 그의 말들을 품을 수 있어 좋았다. 토론의 달인, 말 잘하는 대통령 뒤에
숨겨져 있던 대통령의 오랜 고민과 성찰, 쉼없이 공부하는 자세까지 타고남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 여전히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함께함을 알 수 있었다.

 

2006년 12월 28일 정책기획위원회 위촉장 수여시
"저더러 말을 줄이라고 합니다.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합니다. 제왕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권력과 위엄이 필요하죠."
더없이 소통이 필요한 시대, 그래서 더 그리운 노짱의 말씀, 책으로 만나니
육성이 듣고 싶고 또 보고 싶어진다.

 

여전히 대통령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려오는 듯한 명연설...
p.176 2001년 12월 <노무현이 만난 링컨 출판기념회>에서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습니다. 패가망신했습니다.(중략)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했떤
우리의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p.191 "이런 아내를 버려야겠습니까?"
2002년 4월 초,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에서 장인의 좌익 전력 시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한마디!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어떤 분의 글이 참 오래 남는다.

 

그리운 건
그대일까
그때일까

 

꽃이 지고 난 뒤에야 봄일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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