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4
윌리엄 포크너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Go down, Moses」의 일곱 단편 중 하나.
연례행사로 벌어진 야영과 사냥을 통해 소년(아이작 매캐슬린)은 최고의 사냥꾼 파더 샘의 도움을 받아가며 자연에서 살아남은 법을 배워간다. 사냥꾼들 사이의 전설이 된 늙은 곰, 올드밴은 총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무모한 주정뱅이 분 호갠백에게 허무한 죽음을 당한다. 곰이 죽자, 곰을 숲의 수호자로 생각하며 살아온 파더 샘도 함께 생을 마감한다. 이제 숲은 개간되고 철도가 들어오면서 파괴되기 시작한다.
소년은 21살이 되자, 할아버지의 유산을 거부하고(대체 하느님 외에 누가 땅의 주인임을 주장할 수 있는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가 황야에 발을 딛으며 자연과의 교감을 느끼는 순간, 맞닥뜨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분의 탐욕에 찬 절규였다. 분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백인의 상징적 인물로 보인다.
복문에 복문, 가독성이 위협받은 장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조금만 신경줄을 놨다간 반복해 읽어야 했다. 그래도 역자 후기에 읽을수록 곰씹어지는 매력이 있다는 말에 동의까진 아니어도 수긍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다음은 대표작 「소리와 분노」에 도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숨결이 바람 될 때 」 와 같은 회고록에 글을 남길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한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우열이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글에 한정한다 하더라도 글에 담긴 삶의 진실성을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 글은 서평이 아닌 순수한 감상이다.
이 책은 자꾸만 자신의 삶과  비교하며 읽게된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제대로 살고 있는지, 내가 암선고를 받는다면,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까?
두 가지를 떠올릴 수 있다. 하나는 지금하는 일에서 도피하는 일이다. 내가 죽어가는 마당에 회사 이익이 무슨 상관이야 하는 직장인처럼. 깊은 산골 암을 이긴다는 식이요법을 하며 살든 아프리카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일을 매진하는 일이다. 주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작가는 작품에 몰두하고 화가는, 「달과 6펜스」 에 나오는 스트릭랜드의 경우처럼 마지막 예술혼을 불사르고, 도공은 가마의 온도에 더 심혈을 기울여 도자기를 굽는다.
의사는 어떨까? 잘나가는 신경외과 숙련의 폴 칼라니티는 후자를 선택했다. 의사를 돈과 명예의 직업이 아니라 의사로서의 소명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는 대학 시절 인문학에 심취했지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실천적으로 깨닫고자 의사의 길을 걸었다. 책 속에서 기술의 숙련도를 최고로 치는 풋내기 의사가 환자의 뇌를 열기 전 그 사람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알고 고통을 공유하는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이 담담하게 펼쳐져 있다. 신경외과 특유의 수술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저 있고 바쁜 레지던트 생활을 간접체험해 볼 수도 있다. 작가를 꿈꾸었던 만큼 글쓰기에 상당한 재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폐암이 뇌까지 전이되어 호흡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목에 삽관을 단 인공호흡 장치를 거부하고 안락치료를 선택한 일은 그다운 결정이었다. 평소 죽음의 의미를 깊이 명상하고 죽음이 삶 속에 있음을 성찰하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폴의 담담한 글도 좋았지만, 에필로그 편, 아내 루시의 글도 참 좋았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폴이 암에 대처한 모습이 차분하게 그려져 있다.
그러므로 이제 할 일이 분명해졌다. 내가 불치병을 선고받는 날이 오면,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지만, 목숨걸고 할 일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폴은 자신의 강인함과 가족 및 공동체의 응원에 힘입어 암의 여러 단계에 우아한 자세로 맞섰다. 그는 암을 극복하거나 물리치겠다고 허세를 부리거나 허황된 믿음에 휘둘리지 않고, 성실하게 대처했다. 그래서 미리 계획해둔 미래를 잃고 슬픈 와중에서도 새로운 미래를 구축할 수 있었다.
폴은 암 진단을 받은 날 소리내어 울었다. 그는 우리가 욕실에 걸어둔 그림을 보면서 울었다. 그 그림에는 '내게 남은 모든 날을 이곳에서 당신과 함께 보내고 싶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수술실에서 보낸 마지막 날에도 울었다. 폴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줬고,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불치병에 걸렸어도 폴은 온전히 살아 있었다. 육체적으로 무너지고 있었음에도, 활기차고 솔직하고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가 희망한 것은 가능성 없는 완치가 아니라,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스릴러 베스트셀러라는 이름값에 속아 기대에 못 미친 전형적인 케이스.
주인공 레이첼은 실직자에 이혼녀에 알코올 중독자인데다 친구 집에 얹어사는 주제에 남의 가정사에 왠 오지랖인지 모를 일이다. 이해 안되기는 애나도 메건도 마찬가지다. 세 여인의 내밀한 독백은 처음엔 흥미롭다가 갈수록 그들만의 리그 마냥 딴 세상 이야기로 흘러간다. 사랑밖엔 난 몰라 속물적인 것도 별로고. 결국 300페이지 넘도록 인내력을 시험하고는, 그래도 뭔가 있겠지 하는 바램을 무릅 쓴 반전이란 것이, 전남편이 천하의 인간 말종 끝. 바람기를 잠재우지 못한 거짓말쟁이지만 책의 잘못을 모두 전가해버린 느낌이다.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장기간 차지하고 영화화된다는 사실이 내겐 놀라울 따름이다. 뭔가 벌어질듯 벌어지지 않는 스릴 없는 스릴러.「나를 찾아줘」에 비견된다 어쩌구 쓴 기자들, 귀가 가려울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을 쫓는 아이
마크 포스터 감독 / CJ 엔터테인먼트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카리드 압달라(아미르) 등.
소설과 영화가 이토록 양극단을 달리는 것도 드문 경우다. 원작을 주어담기에 급급해 보이고 그나마도 성공한 것 같지 않다.
아버지 바바와 소라야 역할을 한 배우를 그나마 괜찮고,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다. 원작의 설득력과 감동은 군대에서 맛 본 맹탕국물을 연상시킨다. 내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궁금하다. 마지막 작가의 등장이 깨알 재미를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답다.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아름답다' 이다. 순전히 스토리의 힘만으로 그런 감정을 느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호탕한 아버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유약한 아들, 충직한 하인 하산과 그의 아들, 이들이 벌이는 이야기가 하늘을 나는 연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아미르의 아내에게도 감명받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적 잘못에 마음 아파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용서에 이르는 과정이 순교자의 길처럼 거룩하기까지 하다. 아미르의 용기가 부럽다.
아버지 바바는 아들 하산을 바라보는 심정이 어땠을까? 죽기 전에 하산을 찾아가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바로 그가 아니었을까?
소설의 배경엔 아프가니스탄의 가슴 아픈 역사가 밑그림으로 깔려있다. 우리나라와 어쩜 그리도 닮았는지. 다른 나라의 침략에 이은 내전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여기에 종교와 차별까지 얽혀있다.
글이 투박하고 말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문장의 따뜻함이 진정성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영화화되고 작가 인터뷰에서, 스토리는 물론 캐릭터의 그림이 완벽하게 그려지고 작업을 시작한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