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 진격의 거인 34 (한정판) (완결) 진격의 거인 34
이사야마 하지메 지음 / 학산문화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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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애니랑 만화책 둘 다 기다리면서 봤던 만화인데 벌써 끝나다니 세월 정말 빠르네요... 시원하면서도 섭섭합니다 ㅜㅠ 진짜 아무리 재미있다는 콘텐츠를 봐도 (제 기준) 진격의 거인만큼 흥미진진하고 입이 떡 벌어지는 작품은 없었어요! 얘들아 잘살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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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레이디
윌라 캐더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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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으니 조지 기싱의 『짝 없는 여자들』 서평을 쓰면서 머리를 쥐어뜯었던 기억이 난다. 조지 기싱의 책은 술술 잘 읽히고 아주 재미있으며 메시지도 정확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나에게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하나에도 더 나은 표현이 없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느꼈던 격렬한 감정을 반절이라도 전달할 수 있을까 등등. 갖가지 고민에 휩싸여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느라 시간과 정신을 어마어마하게 소모했어도 더없이 즐거운 경험이었다. 나에게 코호북스가 '믿고 읽는' 출판사가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했고. 하지만 정작 이번 신간이 출간되었을 땐 너무 바빠서 나중에 읽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북마크만 찍고 창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완독 후 서평을 쓰는 일은 계획에 없던 일이지만, 기대만큼 이 책에 쏟아부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독서였다.

『로스트 레이디』는 서부 개척시대 스위트워터에 사는 메리언 포레스터의 이야기이다. 포레스터 부인은 빼어난 용모와 거부할 수 없는 그녀만의 매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여성이다. 그녀의 남편 대니얼 포레스터는 철도 건설업자로, 흔히 포레스터 대령이라고 불린다. 소설의 주된 서술자 닐 허버트 역시 포레스터 부인을 동경한다. 평화로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조금씩 다가오던 불행이 실체를 드러낸다. 포레스터 대령이 임원으로 있는 은행이 파산한 것이다. 대령은 예금주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살신성인하고, 이 일로 인해 상류층이었던 포레스터 부부는 궁핍한 처지로 전락한다. 닐은 실망스러운 광경을 목도하면서 포레스터 부인에게 실망감과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몇 장 진도가 나가지 않았을 때 포레스터 부인이 대령보다 스물다섯 연하라는 설정에 살짝 당황했지만, 상대는 코호북스니 침착하자고 마음을 다독이며 독서를 이어나갔다. 초반부의 불편함이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를 읽던 당시와 유사했다. 이 소설에서도 모두가 우러러보는 포레스터 부인은 고결하고 자애로우며 상냥하면서도 우아한 마력이 있는, 그야말로 '여성적인' 여성이었다. 이제는 그런 참하고 순종적인 여성 캐릭터에 이골이 난 참이라 답답했다. 후반부로 가면서 이 답답함은 자연스레 뻥 뚫렸다. 다소 처참한 방식으로.

내가 너무 모든 일을 쉽게 생각하는 걸까? 포레스터 부인은 분명 누구보다 빠르게 무너져 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나는 그런 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가 "부서졌다"거나 "망가졌다"라는 평에 공감할 수 없을 정도로. 오히려 그녀에게 끝없이 실망하는 닐의 실용성 없는 순정에 '그렇다면 어떻게 하기를 바라느냐'고 묻고 싶었다. 첫사랑과 이상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에 공감하면서도, 자신이 그간 쭉 덧씌워 바라봐 왔던 이미지를 잣대로 멋대로 실망하거나 거리를 두는 태도에 불만스러웠다. 포레스터 부인을 망가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언제부터? 대령의 고백을 받아들였던 때의 기억을 풀어놓으며 촉촉한 미소를 지었을 그녀는 닐이 그 순간 비로소 깨달았듯이, 한때 그가 사랑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살고 싶다는 아주 간단하고 원시적인 욕구를 품었다는 점, 그것을 실현시키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는 점 뿐이다. 메리언이 마지막까지 보살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때 "다행"이라고 느꼈던 것은 비단 닐뿐만이 아니었다.


제목에 걸맞게 그녀의 인생에 집중하는 한편 생기 넘치는 묘사 또한 쉬이 넘기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구태여 애쓸 필요 없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생한 묘사가 새로이 눈 앞에 펼쳐졌고, 그 안에 흠뻑 젖어들었다. 200페이지 남짓한 지면에 조금의 급박함 없이 아름다운 한 시대와 그 쇠락, 나아가 시대 비판까지 완곡한 날카로움으로 담아내다니. 내내 감탄하느라 어느덧 막바지에 이른 줄도 몰랐다. 이 소설이 쓰인 지가 벌써 거의 백 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급속도로 황폐해지고 바싹 메마른 지금은 당연하게도 포레스터 부부 같은 인물을 찾아보기 더 힘들어졌다. 아이비 포터스가 마침내 아득바득 포레스터 플레이스를 빼앗은 것처럼 결국 우승은 그들 차지였을 테니 당연한 일이다. 칼을 들고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순수히 집중하고 있는 딱따구리들을 잡으려, 그 눈을 도려내려 칼을 쥔 채 기다리는 이들만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다행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손해를 볼 필요까지는 없고, 적어도 자기 잇속만 챙기려 들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할 텐데.

『로스트 레이디』 소설 뒤에는 스콧 F. 피츠제럴드와 윌라 캐더가 주고받았던 편지가 실려 있다. 사실 장례식 장면에서 개츠비를 떠올렸던 일을 제외하면, 읽는 동안 피츠제럴드에 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두 작품이 크게 겹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화가 있었던 만큼 교집합을 떠올려보자면 둘 모두 사라져가는 순수성에 대한 애틋함을 피력한다는 점이다. 다만 『위대한 개츠비』에서 데이지에게 유추를 통한 막연한 공감밖에 할 수 없었던 데에 비하면, 『로스트 레이디』에서는 한층 깊은 이해와 이입이 가능했다. 이번에도 역시 서평을 완성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서두에 적었듯 뒤도 생각 않고 덥석 이 책을 잡은 데에 대한 후회는 없다. 코호북스 덕분에 벌써 두 작가를 조금 더 알게 되었고, 나아가 그 둘 모두의 팬이 되었다. 과연 이 출판사는 백발백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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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2 펭귄클래식 12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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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에게 거절당한 레빈은 그에게 재충전의 공간인 시골에서 지낸다. 그곳에서 노동하며 보람찬 삶을 살던 중, 돌리를 만나 키티의 거절에는 별의미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에 레빈은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여느때처럼 노동이 끝난 뒤 생각에 잠겨 있던 레빈은 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키티를 발견하고, 역시 자신은 노동하는 삶보다 키티를 사랑하는 삶이 좋다고 생각한다. 죽어가는 레빈의 형 니콜라이가 레빈을 찾아오기도 하는데, 형제 간 다툼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난다. 짧았던 시간이지만 레빈은 이 일로 죽음에 관해 꽤 오래 생각한다. 2권에서 레빈과 키티는 결국 결혼을 한다. 두 사람은 신혼 부부답게 예상과 달랐던 부분이 있음을 깨닫고 서로에게 맞추어 나간다. 한편 카레닌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한 결과 안나를 잡아 두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안나는 이미 브론스키의 딸을 임신한 상태이며, 그러고 싶지도 않다. 카레닌은 출산 직전 극심히 앓는 안나를 순간 관대하게 용서한다. 안나는 딸을 출산한 뒤 브론스키와 지내지만 심신이 불안정하다.

레빈과 키티는 아주 이상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있기에 다소 절뚝거리는 안나와 브론스키에 무게를 두고 글을 쓴다. 솔직히 2권을 읽으면서 여러 번 "하아... 이것 참...." 하고 내뱉었다. 나는... 나는 누구 편을 들 수 있을까. 그리고 들어야 할까. 평소 나는 당연하게도 불륜을 상대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가정을 무참히 깨 버리는 아주 무책임한 행동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에 견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애정이 없고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결혼 생활에 회의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설상가상으로 하필이면 내가 순간적인 감정에 잘 휘둘리는 성향이 있기까지 해서 안나의 입장에 크게 공감해 버렸다. 이 세 가지가 첨예히 대립해 과하게 한 인물에게 치중되지 않아야 하는데, 중얼거리면서도 자꾸 안나 쪽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안나는 바람을 피운 장본인이긴 하지만, 모든 정황이 그녀에게 너무 가혹하게 느껴져 마냥 불쌍했던 것이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서로를 향한 감정은 처음 같지 않다. 안나는 1권에서 이미 그랬듯이 끊임없이 브론스키에게 현실보다 조금 더 용맹할 줄 알고, 조금 더 한결같으며, 조금 더 총명한 이미지를 덧씌워 그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불이 꺼지지 않도록 장작을 던져 넣는 것처럼. 그녀가 진심으로 브론스키를 사랑하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깨어진 상황에서 브론스키와의 결합이 최선의 선택지이기 때문에 처절히 매달리는 것처럼 느껴져서다. 버림받지 않기 위해 끝없이 의심하고 확인하게 되고, 그걸 당하는 상대방은 오히려 더욱 빠른 속도로 감정이 사그라들어 버리고. 벌써부터 안타까운 결말이 슬슬 예감된다. 브론스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안나의 외관에도 변화가 생겼으며, 자신의 마음이 식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감정이 다시 불타오른 것은 안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때다. 이 대목을 읽을 때 남자는 여자와 가까이 지내다가 확신이 들 때 청혼을 하면 그만이지만, "처녀는 선택을 하지 못하고 고작 대답만 할 뿐"이라는 초반부 돌리의 대사가 떠올라 기분이 묘해졌다.

추가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두 가지 더 있다. 첫째는 레빈이 시골에서 지내며 노동하는 모습을 그린 구절이다. 톨스토이는 아마 농촌에서 직접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구슬땀을 흘리거나, 직접 자연과 부딪치는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을까. 생생하고 따뜻한 문장에 창밖의 추운 날씨를 잠시 잊고 여름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둘째는 감정의 일시성이다. 저번에는 안나와 브론스키가 서로에게 품은 감정이 일시적인 욕망에 불과할 것이라는 의심을 기저에 깔아두고 읽어서인지 거기에 유독 치중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그 주제에서 몸을 뺀 덕에 레빈과 니콜라이를 지켜보며 영원히 바뀔 것 같아도 그렇지 않은, 금세 사라져 버리는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다 못해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 감정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먹먹했다. 죽음에 관한 레빈의 고찰은 내가 이따금 하는 것과 비슷한데,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곱씹고 싶어 일단 적지 않고 아껴 두려고 한다.

그동안 꽤 바빠서 이 책의 서평을 오늘은 마저 올려야지 여러 번 다짐했지만 시간이 나질 않아 완성하지 못했다. 마침 시간을 비워 둔 게 오늘이라 볼일이 다 끝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는데, 공교롭게도 오늘은 <화양연화>를 보고 온 날이었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의 관계는 각자의 배우자가 서로의 배우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느낀 일종의 상실감과 절망감을 바탕으로 호기심 반, 동지애 비슷한 감정 반에서 시작된다. 『안나 카레니나』와 <화양연화> 모두 단순히 '불륜'이라는 다소 자극적이고 비도덕적인 단어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감정을 섬세히 표현해낸 창작자의 능력도 능력이겠지만 그보다 다른 게 더 있지 않을까 싶어 고민 중이다. 사실 두 작품은 소재를 제외하면 공통점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어쩐지 글을 써내려가다 보니 이 이야기를 꼭 적고 싶어져 마지막 문단에 달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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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가 말하는 새로운 부의 흐름
짐 로저스 지음, 전경아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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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개월 전에 경제 기사 읽기 챌린지에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참여했으나,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눈치도 없이 빠르다 보니 겨우 한 달 하고 관두는 비극적이지만 예견된 결말을 맞았었다. 그 후부터 현재까지 쌓인 지식이 있다면, 오로지 천재 투자자 한지평 씨를 보기 위해 챙겨 보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간간이 용어를 몇 개 주워 들은 게 전부다. 덕분에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는지 이번 서포터즈 활동 도서가 경제 도서라는 소식을 듣고도 딱히 막막하지 않았다. 그러나 짐 로저스의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몇 달 전 그의 책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를 읽었을 당시의 부정적인 감정 때문이다. 뚜렷한 통계나 증거 없이 예언과 주관만 가득한 점, 일본의 급격한 성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우호적이며 한국인이라면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고려도 안 하고 있다는 점 등... 오죽하면 다시는 짐 로저스의 책은 읽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또 만나네요....’ 생각하며 착잡한 표정으로 책을 폈다.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는 제목처럼 돈이 미래에 어떻게 흘러갈지, 세계 상황을 토대로 일면 예측한다. 어떤 나라가 훗날 키가 될지, 어떤 나라가 하락세일지 등이다. 그 위에 자신의 투자 실패 경험, 주변에서 비웃었지만 의외로 성공했던 경험 등을 버무려 책을 완성했다. 투자가들에게 공유해 주는 나름의 팁과 투자 철학도 수록되어 있다. 요약하자면 거품을 판별하기, 끝없이 배우고 정보 수집하기,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의 촉을 믿기 등이다. 장마다 글이 그렇게 빽빽하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경제’라는 단어가 참 따분하고 어려운 데에 반해 글을 쉽고 재미나게 풀어냈다. 책에는 내가 몰랐던 소식도, 몇 년 전부터 이미 하고 있었던 생각도 있었다. 특히 역사적 사실은 모르는 게 많아서 역사를 되짚으며 현재와 비교해 보고, 미래에 투영해 보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자기계발서와 경제 도서 가운데 그 어딘가에 적을 두고 있는 책이다. 불과 5개월 전이었어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사고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또 드라마 이야기를 해서 겸연쩍지만 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스타트업>의 주인공은 수익이 덜 나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자 한다. 그에 대비되는 인물이 오로지 수익을 기준으로 투자하는 한지평이고. 물론 드라마에서 정해 둔 정답은 주인공 쪽이기에 한지평에게 공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쨌거나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투자자의 시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에서는 두 사람이 새로운 사업을 두고 의견을 주고받는다. 거기에서 한지평은 많이 쓸수록 마이너스인 솔루션에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며, 투자자를 움직이는 건 오로지 돈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고 해도 투자라는 게 자선사업이 아니라, 투자자가 자신들의 “귀한 돈”을 거는 것이라서 상황을 냉정하고 뾰족하게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인데, 아주 당연한데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예전의 나는 그 책에 쓰여 있던 비정한 시각, 급기야는 사람을 도구 취급 하는 듯한 대목이 매우 불쾌했었다. 새로 유입되는 여성들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라거나 타국의 재해를 이용하라거나... 그렇게까지 돈을 벌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짐 로저스의 책은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여전히 일본에 관한 시각이나 이전 책과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건 별개의 이야기이다. 만약 경제에 관심이 있어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아직 이런 시각을 탑재하지 못한 상태라면 경제 도서를 읽기 전에 먼저 이해하기를 권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경제 혹은 투자 도서와 영영 이별할 뻔했던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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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축의 전환 -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
마우로 기옌 지음, 우진하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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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나는 ‘미래 도시 모습’이라는 주제에 항상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도시를 그렸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루어질 거라는 기대를 담고. 그러다가 한 번 엄마께서 그건 이미 엄마가 어렸을 적부터 만연했던 상상인데,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백 년 안에도 이루어질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데... 하고 생각했지만 엄마 말씀이 아무래도 맞았던 듯하다. 죽기 전에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도시를 거닐거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실수를 바로잡고 복권을 구매하)기는 글렀다. 그래도 무언가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는 하다. 투명망토, 타임머신 같은 환상적이고 단순한 상상보다 조금은 현실적인 일들이. 아마도 그 상상의 과정이겠지. 생각보다 복잡한 단계를 설명하고, 관련 지식을 나누기 위해 다방면에 관심 있는 작가들이 해가 바뀔 때마다 미래에 관한 책을 써낸다. 잘 찾아 읽지 않는 분야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약 삼 년 전부터 매년 미래 예측서를 읽고 있다.


2장의 초입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이 과장되어 있다고 말한다. 특히 다소 선정적인 보도의 예시는, 나 역시 늘 혼자 밥 먹는 사람은 어느 세대에나 있었을 텐데 어째서 갑자기 “혼밥족”이라고 칭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어이없었던 적이 있어서 웃음이 터졌던 대목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은 8장인 「소유가 없는 세상」이었다. 이제는 물건을 넘어 차, 주택까지 공유 서비스로 올리며 온전히 무언가를 소유하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장이다. 과거 사랑이나 우정 같은 감정까지 한 사람에게 얽매이지 않고 공유를 추구하는 인물들을 그린 영화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그 사람들은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나를 가장 사로잡았던 부분은 단연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예측과 분석이다. 저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통계를 바탕으로 낸 분석은 그 세대의 일원으로 직접 살아가고 있는 내가 체감하는 바와 완전히 딴판이었다.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생각을 조금 적어 보려고 한다. 나는 밀레니얼 세대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있다. 뭐 딱히 80년대 이전 출생자와 크게 다른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언론이나 미디어는 우리 세대 대부분이 “혼술족”, “살코기 세대”라며 인간관계를 최소화하는 모습이 과거보다 각박해졌다고 평한다. 한술 더 떠 최근 세대는 서로 만나지 않고 카카오톡으로만 관계를 이어간다, 휴대폰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 등등. 하지만 실상은 꽤 다르다. 예상과 달리 십대, 이십대보다 오십, 육십대가 유튜브를 더 많이 사용하고, 오히려 내가 속한 세대는 그렇게 주목받는 것치고는 그다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특별한 점이 없다. 고등학교 다닐 때와 취업 시장도 이미 많이 바뀌었고... 꼭 기대해야 한다면 오히려 다음 세대한테 해야 하지 않을까. 몇 살이든 변화를 겪지 않고 넘어가는 이는 없고, 저마다 최소 두 개 이상의 시대에 걸쳐져 있으니 기본적으로 유독 주목받아야 할 세대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세대라는 단어를 버리고 이제는 변화를 거치는 개개인으로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보여 준, 그리고 학자들이 지속하고 있는 분석에는 여전히 관심이 간다. 과연 그들의 예측대로 흘러갈지... 열심히 살아남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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