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길 - 한승원 장편소설
한승원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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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밟아온 여정 그 필생의 탐구가 내놓은 단 하나의 역작‘이라는 문구에 걸맞는 한승원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사람의 길」을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유년시절부터 1997년 IMF 시기에 전남 장흥 안양면 율산 마을 뒷산 언덕바지에다 지은 집필실 ‘해산토굴‘을 짓고 늙은 아내와 함께 살아가며 율산이라 칭하는 틈입자가 나타나 쉴새없이 작가님에게 연설하는 모습들을 읽으며 치매가 의심되어 안정과 요양을 위해 정신요양병원에 입원시켜려 했으나 본인 동의를 받지 못해 집안에 감금당해버린 작가님의 친구 아들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은 오독이나 오해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창 밖의 해산토굴 앞마당에서 남녀 고등학생 이십여명이 한가로이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 갑자기 조용해져 문을 열고 나가니 아무도 없었고 꿈을 꾸었나 싶어 토굴로 들어가다 세월호가 침몰된 4월 16일이라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시거나 토굴 앞마당에 나타났던 그 학생들이 수많은 인파들 속에 있고 시인이시기도 한 작가님또한 함께 있으며 떠밀려 넘어지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이태원참사를 연상시키는 꿈을 꾸시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나 G20 정상회담같은 비교적 최근의 소식들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데 차라리 이 상황들이 순도 작가님이 만들어내신 100% 허구였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분신이기도 한 율산노인이 쏟아내는 방대한 경전같은 이야기를 눈과 마음 속으로 읽으면서 제 인생에서 지나왔던 길들과 지금 제 앞에 있는 여러갈래의 길 중 선택하여 걷게 될 길들을 천천히 그러나 너무 오래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한승원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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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
명학수 지음 / 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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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흥미로워 선택한 명학수작가님의 첫 소설집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에 실린 단편 8편 모두 어떠한 우연이 빚어낸 선택으로 인해 운명이 달라지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크리스마스선물로 주려고 했던 미니어처가 누군가에 의해 팔리게 되어 그것과 같은 제품을 사려다 사고를 당해 죽게된 아버지와 그에게 영원히 선물을 받을 수 없게 된 아들인 Paul Lee, 이명준이 그 미니어처가 실은 앤디 워홀이 구매한 것이고 앤디 워홀이 병원에서 죽을 때 밥 로버트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세월이 지난 후 앤디 워홀의 배역이 등장하는 연극무대가 올라가며 연기를 하며 점차 일상에서도 밥 로버트가 되어가는 모습을 그린 (폴이라 부르는 명준)부터 무려 37일동안이나 햇빛로 32단지의 주민들을 공포로 떨게 만든 지금 생각해도 다소 황당하기 짝이없는 (미친개의 처분에 관한 보고서), 은지가 죽은 후에야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희와 현우부부가 은지의 SNS에 올리는 (dmswl), 소설 「은하」로 인해 헤어진 미영이 소설가로 등단하며 발표한 「은하」라는 제목의 소설로 인해 그녀가 나타나는 곳에 따라다니며 반추하다 마침내 그녀와 나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 남자의 이야기인 (은하), 기훈이 준 약을 먹었을 뿐인데 정신을 잃고 기훈의 방에서 자버린 수진이 당시의 일들을 같이 있었던 친구들에게 전화로 물으며 분명하게 깨닫게 되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후배에 반강제적인 초대로 세미나에 참석했다 잠시 밖으로 나온 후 검은 우산을 쓰고 있는 여인을 만나 이 근처에 있을 호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소설가의 이야기 (호수), 우연히 했던 고양이에 대한 말때문에 제작하려던 영화의 내용과 주인공이 고양이에서 다리를 저는 고양이로 바뀌며 아픈 상처를 지닌 고양이를 찾게되는 배우와 감독사이에서 입지가 좁을 것이 분명한 조감독의 (쓰러질 듯 말 듯 도도하게)와 마지막에 실린 서울랜드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었지만 운명처럼 경마공원에 내려 경마에 응모하여 연속으로 당첨되자 점차 주말마다 경마에 빠지게 되고 친형의 결혼식 이후로 연패하며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지만 경마를 잊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고 그후로 아는 형이 확장이전하여 오픈한 가게에서 만난 연인이 알려준 사실로 인해 새로운 인연이 생기면 경마공원으로 가서 경마에 응모하게 되었다는 표제작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까지 이 소설집에 실린 8편의 단편과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에 감염, 그로 인해 결국 몰락하게 된 군주 체자레 보르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해설, 그리고 해경이었던 이상이 우연히 맛본 레몬(영몽)을 찾기 위해 헤메다 화가가 그린 정물화에서 찾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쓰기의 씨앗이 되었다는 작가님의 말을 읽으며 제가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을 고른 것은 순전히 우연이겠지만 결국 그것은 거창하게 말하면 운명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갑자기 경마에 급 관심이 보이는 것은 당연하게도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겠죠.
명학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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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스 문학동네 플레이
이수안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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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읽는 소설에서 보는 소설로 이른바 웰메이드 장편소설을 표방하는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의 첫 시작을 김인숙작가님의 「더 게임」, 김사과작가님의 「바캉스 소설」, 정한아작가님의 「달의 바다」이렇게 3편의 장편소설을 연달아 출간하였지만 당시 저는 독서생활에 염증을 느껴 읽어보지는 않았고 그 이후로 소식(임솔아작가님의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와 은모든작가님의 「한 사람을 더하면」이 출간되었지만 플레이시리즈에 포함되지는 않았습니다.)이 없어서 일회성일까하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였는 데 6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2023년 12월 이수안작가님의 「블랙 아이스」가 플레이시리즈로 출간되어 읽어보았습니다.
독서생활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그 것을 헤쳐나가기 위해 전자책을 몇 권 구매(처음에는 자주 가던 작은도서관에서 대출했지만 읽지 않고 그냥 반납을 하였고 그래서 빌렸던 책들을 전자책으로 구매하였습니다.)를 했었는 데 그 중 이수안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자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인 「시커의 영역」이 있었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장편소설인 이 소설에서도 유영이의 집에 있었던 소설책으로 「시커의 영역」이 등장하는 데 등장인물 ‘이단‘이 등장하는 부분을 읽고 나름 내적인 반가움이 들었습니다.
사실 첫 장편에서도 타로카드로 타로점을 보는 마녀같은 낯선 소재지만 흡입력이 강해 금세 읽었는 데 이번 소설 역시 저에게는 낯선 소재인 고급 스포츠카를 자주 접하는 인물들이 저는 꿈도 꾸지 못할 200억이라는 어마무시한 금액을 가지고 벌어지는 미스터리 추격전이 긴박하게 펼쳐지고 있어 빨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고 다 읽어보니 앞서 글을 남기신 분처럼 흥미로울 소재들을 한 곳에 다 넣었기에
그리고 ‘인생은 곧은길보다는 굴곡이 더 많았다. (중략) 조금 미끄러지더라도 핸들을 놓지만 않는다면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는 있다. 중요한 것은 내 경로를 잃지 않는 것이다. (중략) 삶은 경주가 아니라 여행이기에 종착하기 전까지는 달려야 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다만 꾸준히(341쪽).‘ 같은 문장들도 있어 재미없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수안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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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기쁨 - 그날 이후 열 달, 몸-책-영화의 기록
배혜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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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글이 자신의 이름(필명)이 새겨진 책으로 출간이 되고 서점에 진열되어 독자들이 그 책을 구매하고 읽은 후 그 느낌들을 글이나 말로 표현한 것을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하는 생각을 문득 했었는 데 그렇게 제 이름이 새겨진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 출간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많은 분들의 노력이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이 공짜로 만들어지지 않기에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어가는 지 상상이 되지 않는 데 오늘 다 읽은 「고독한 기쁨 : 그날 이후 열달, 몸 - 책 - 영화의 기록」의 배혜경작가님은 벌써 5번째 책을 내셨죠.
남들은 진작에 걸려버렸으나 아직 걸리지 않았고 백신조차 맞지 않았던 제가 코로나19에 조금 늦게 감염(저는 2022년 5월에 감염되어 1주일정도 격리되었습니다.)되었던 2022년 3월 우도에서 불의의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실 때부터 12월 아버님이 코로나19 확진 후 가족들과 세상과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건네신 모습까지의 일들과 그해 읽으셨던 책과 영화의 감상을 함께 일기형식으로 쓰셨더군요.
저는 작가님이 소개하신 영화나 책들 중 읽어보거나 관람한 것이 다섯 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그 해부터 작년 말까지 등한시했던 것 같아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면서 실제로 본 적 없는 작가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같아 자주 읽던 소설이 아니었지만 내밀한 독서가 되었습니다.
DVD는 구매하였지만 관람하지 않았던 「헤어질 결심」이나 글을 읽고 구미가 당긴 작가님이 소개해주신 프랑수아 오종감독의 「다 잘 된거야」를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아니 에르노, 스스로 자신에게 죽음을 선사한 장 아메리, 많은 분들이 애독하고 계시는 브론테자매와 에밀리 디킨슨, 그리고 김연수작가님까지 이 책을 읽고 조만간 제가 자주 가려고 노력 중인 작은도서관에 있을 출간당시 표제작만 읽었던「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빌려봐야겠습니다.
리뷰를 쓰기 위해 꼼꼼하게 읽으려고 하기도 하고 최근에 책을 출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를 본 후라 그런지 168쪽에서는 ‘무한한 배려와 돌봄을 베푼 포루투갈 여인 마리아 실바와 어린 남매,‘같은 오타(224쪽에서는 포르투갈이라고 올바르게 표기되어 있습니다.)나 203쪽 김연수작가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소개글에서 ‘그렇게 첫번째 이야기 「이토록 평범한 하루」‘로 잘못 표기(서재에 남기신 글들이 책에 실려있어 인상깊었는 데 거기서부터 단편 제목이 잘못 표기되어 있었네요.)되어 있어서 작가님에게 아쉬운 것이 아니라 책의 완성도(책은 작가 한 사람 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서 만든다는 것을 최근 봤던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제게 일깨워줬습니다.)에 대한 아쉬움이 들어 동시에 출간된 전자책도 구매해서 읽어봤는 데 기존 출판사에서 따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원본 그대로 옮겨놓아 오타나 잘못된 표기도 전자책에 그대로 실려있어서 더더욱 아쉬웠지만 어쩔 수가 없는 것이겠죠.
배혜경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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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1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4-01-1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군데 지적해 주신 오자 전자책에 수정 완료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물고구마님.

2024-01-21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광인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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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甲辰年)에 읽은 첫번째 책은 작년 초에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랑의 이해」의 원작자이신 이혁진작가님의 네번째 장편소설 「광인 狂人」입니다.
쪽수만 676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설을 사실 작년 말부터 정확하게는 작년의 마지막 리뷰책이었던 우다영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깊은 밤을 원한다」를 읽기 전부터 읽기 시작했었는 데 워낙 방대한 분량이기도 했지만 위스키를 만드는 하진에게 첫눈에 반하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친구인 준연에게 플루트 교습을 받고 있던 해원의 깊고 진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로인해 결국 광인 狂人이 되어버린 남자의 고독한 이야기라 한 호흡에 읽기가 어려웠었고 「사랑의 이해」를 읽었을 때처럼 호기심에 미리 엿보았던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여서 읽기를 포기해버릴까도 싶었지만 오늘에 이르러서야 다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해원이나 하진의 나이대가 되려면 아직 멀었기도 했지만 이렇게 깊고 진한 사랑은 커녕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를 못했기때문에 소설 속의 상황들이 저하고는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었는 데 읽어보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진을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해버렸던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렬의 일들을 눈으로 읽으면서 훗날 캠핑장에서 하진과 이전 회사 후배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해원을 유혹하려 했지만 단발에 끝난 해원에게 정색하며 ‘병신 새끼‘라고 했던 후배의 아내처럼 저도 해원이 ‘병신 새끼‘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제목처럼 광인 즉, ‘미친 새끼‘이지만 하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했기에, 진정한 사랑에 대하여 이제는 알았기에 행하는 모습들이 마냥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설처럼 아무것도 재지 않고 내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 줄 수 있었던 스승이자 친구인 준연과 아픈 상처를 가졌으나 사랑할 수 밖에 없던 하진을 만나게 된다면 저도 역시 해원처럼 되지 않을까(아무리 그래도 해원의 행동을 전부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소 투박해보이는 책표지와 최근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인물이 글을 교정하고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담겨진 영화를 관람해서 그런지 215~6쪽 ‘아이돌이면서 평범한 학생이고 싶다, 생활 예능 출현하면서 사생활은 보호받고 싶다, 그런 얘기랑 똑같은 거죠.‘에서 나타나는 출현이 아니라 출연이 맞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이혁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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