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오렌지빛이랄지
이상우 지음 / 민음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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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5일.
친애하고 싶은 상우형의 세번째 소설집 「핌 * 오렌지빛이랄지」를 신간 도서들과 함께 알라딘에서 구매하였다.
2023년 12월 9일.
인상적인 양면커버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핌 * 오렌지빛이랄지」를 읽기 시작했는 데 맨 처음 (머리 전달 함수)에서 감쪽같이 증발해버린 랄프와 페라리 f430. 그의 흔적을 찾는 조슈아를 보며 그간 상우형이 냈던 책들을 살펴보았다.
약 8년전에 알라딘에서 리뷰를 남겼던 「프리즘」의 뒤늦게 자의식과잉라는 댓글을 보며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고 투명한 커버로 덧씌워진 「warp」를 작은도서관에 기증했지만 검색결과에 없어 조금 당황스러웠고 제목 대신 이미지로 앞표지를 장식한 「두 사람이 걸어가」의 비교적 많이 남겨진 100자평을 읽으며 상우형이 냈던 책들 중에서 E-BOOK이 유일하게 출간되었고 출간당시 14,000원이었던 정가가 16,000원으로 인상이 된 것으로 보아 그래도 꾸준하게 찾는 분들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으로 저녁에 요 요 요.가 첫문장인 (졸려요 자기)의 샨츠와 고양이 하스를 만나며 요기요 앱에서 들깨칼국수와 모듬 전을 주문했는 데 모듬 전은 요기요 익스프레스에서 배달이 정확하게 왔으나 들깨칼국수를 배달해 준 기사가 내게로 전화를 걸어 현관 비밀번호가 어떻게 되냐고 묻자 숫자로 알려주었지만 이국적인 발음으로 인해 계속 실패하자 영어로 다급하게 알려주었지만 그마저도 실패하여 문자로 보내주어 문 앞까지 배달해주었다. 이렇게 타국에서 힘겹게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배우며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기사를 보며 여러가지 감정과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표제작인 (핌 PIIM)을 읽기 시작했을 때 과거로 추방당한 응우옛을 찾기 위해 비키에게 주어진 여러가지 선택지를 읽어보며 오늘 아니면 내일에 CGV에서 볼 영화는 1. 서울의 봄 2. 싱글 인 서울 3. 교토에서 온 편지 4. 3일의 휴가
2023년 12월 10일.
(좆같이 못생긴 니트 조끼를 입은 탐정)의 니마와 (응우옛은 미래에서 왔다)의 응우옛의 이야기를 마음 속으로 읽으며 영화를 보러 지하철을 타고 16층에 있는 CGV상영관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여 올라가면서 어느 단독주택 옥상에 4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텃밭을 보면서 그 주택의 주인도 아닌 내가 거기서 무얼 심을지 고민을 하였고 나는 부산에 살고 있어 영화의 배경과는 상관없지만 혼자라도 괜찮다고 예찬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며 있다가 서점에 들려서 작은도서관에 기증할 책을 몇 권 구매해볼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영화를 보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자려고 했는 데 잠이 오지 않아 Joshua가 게임에서 총을 쐈고 그걸로 인해 윗층 창문이 깨지고 노인 창 밖으로 떨어진 (레이 트레이싱)과 티엔과 하라의 이야기가 만날 듯 만나지지 않는 (배와 버스가 지나가고)를 마저 읽었다.
2023년 12월 11일.
잠이 안 와서 죽을 것 같았는 데 그래도 잠이 들었고 꿈을 꾸기는 했지만 기억나지 않아 일어날 시간이 되어 일어나 일을 하러 편의점에 왔다.
편의점에 와 주어진 일을 다하고 나서 마지막 작품이자 두번째 표제작인 (오렌지빛이랄지)를 읽었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샨츠와 똥을 싸버린 고양이 하스. 그리고 중간중간에 장소라의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음악들과 결코 피워 본 적도 피울 줄도 모르는 담배냄새가 구리거나 좆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소설집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을 존나 멋지게 쓰고 싶었으나 나의 뇌에 뚫려버린 구멍 바깥으로 숭숭 빠져나가버려 이렇게밖에 쓰지 못하겠다. (상우 형,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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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XX 새소설 14
김아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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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이 백말띠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이러한 사연이 있었다는 것을 작년 초에 출간된 황모과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 접하기만 했고 자세하게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는 데 제6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이자 새소설 시리즈 14번째(이번부터 판형이 바뀌었네요.)로 출간된 김아나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1990XX」를 읽어보며 자세히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혹여나 1990년 백말띠에 제가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가 XY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그런생각마저 들기도 했었을 정도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고 고양이의 시선이었다가 유령-아기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스트리밍 방송을 하며 폐가를 체험하는 하꼬이지만 유튜버가 등장하는 등 흡입력이 강했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백말띠에 태어날 예정일 XX가 기가 매우 강해 XY를 포함한 모든 것을 망하게 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소문이 돌아 무분별하게 태어나기 전에 혹은 가까스로 태어났지만 곧바로 죽임을 당해야했으며 그 사실자체만으로는 뉴스에 나올거리조차 안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1990년 8월 13일에 태어나자마자 바로 할아버지의 손에 차디찬 주검이 되어버린 새롬이! 흰색의 배넷저고리(바디수트)에 쌓여 암매장된 새롬이!
아무리 의학이나 기술이 발전해도 저는 이미 세상에 없을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대에 태어난 심재이씨가 마리안느 여성통합 기숙학교의 구루로 있을 2184년 빙하가 녹고 판이 갈라지며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살아갈 수 있는 먼 미래에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우연히 흙을 파다 발견된 육신은 삭아버린 지 오래며 갈변된 뼛조각으로 남은 새롬이! 거울처럼 매끈한 검은색의 조약돌에 이름이 새겨진 새롬이를 포함한 소리, 유지현, 이민지, 오영아, 김지안, 다롬이와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한 유령-아기들. 그리고 매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거나 태어나자마자 바로 유령-아기가 되어야했던(얼마전 3년간 생활고로 인해 아버지가 각각 다른 아이 2명을 출산하자마자 바로 살해하여 시신을 암매장한 30대여성이 자수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모든 존재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싶습니다.
김아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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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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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초등학생때부터 잘 숙제를 안해와서 사랑방에 남아서 안한 숙제를 하고 구구단을 못외워서 사랑방에 외울때까지 남은 기억이 나는 데 매일매일 써야했던 일기를 쓰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오늘 읽은 이주혜작가님의 「기억은 짧고 계절은 영영」에서는 좋았을 때는 좋았지만 대체로 암울했던 유년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옷이라는 인물이 일기쓰기강의에 참석하여 유년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일기를 쓰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저는 시옷과 동년배가 아니기에 시옷이 겪은 독재자와 학살자가 있었을 시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그 시기를 담은 소설과 영화, 드라마와 같은 다양한 매체와 그 시절을 지나오신 분들의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다보니 읽으면서 그 시기들이 그려지더군요.
시옷이 합창단에 들어가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교내합창단에 들어가기 위해 처음 들어본 「흥부와 놀부」라는 동요를 연습하고 합창단에 합격해서 동요 「이슬」을 합창단과 함께 부르게 되었으나 가사를 못외워서 쫓겨날뻔했고 시옷과 같은 반에 눈망울은 아름다웠으나 꾀죄죄한 몰골로 선생님께 자주 혼이나고 맞아야했던 소년을 보며 역시나 소년과 같은 이유로 자주 혼이났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선생님에게 보여줄 일기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시상을 떠올려 시를 쓰고 글들을 꾸며주는 말들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많이 사용한다고 선생님이 지적해주시던 견고했던 기억은 짧지만 반복되는 수많은 계절을 지나 점차 틈이 생기지만 죽을 때까지 어떤 형태로든 영영 남아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며 새삼스레 깨달았어요.
‘봄은 봄을 만나서(1부)‘ ‘봄이 봄을 탐했고(2부)‘ ‘다친 봄은 오래 울었으나(3부)‘ ‘봄이 봄을 옮겨붙었다(4부)‘라는 소제목들이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연결되는 것 같아 더 인상깊게 읽은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의 ‘더는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이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갈 때라고. 저 너머에 어떤 음험한 세계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을지라도 우리는 기꺼이 경계를 넘어야 한다고. 세계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통과하는 법이라고.(224~5쪽)‘의 구절을 남기며 다음 장으로 넘어갈 (저의) 이야기를 마주하기 위해 문턱을 넘어가려고 합니다.
이주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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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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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회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애도의 방식), 제 68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어떤 진심), 2021 김승옥문학상 수상작인 (완전한 사과)가 수록된 안보윤작가님의 세 번째 소설집 「밤은 내가 가질게」가 출간되어 읽어봤습니다.
평범했지만 점차 사이비종교에 빠져들어 또 다른 열매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어떤 진심)하거나 남보다 못한 가족의 과오로 인해 방과후학교에서 밀려나 하교도우미를 하며 아이를 괴롭히는 친구에게 응징(완전한 사과)하며 자신을 괴롭혔던 인물이 사고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여 찾아온 죽은 아이의 엄마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기(애도의 방식)로 하는 인물들과 주거침입을 하였음에도 그 것이 딱 한 번의 실수였다고 뻔뻔하게 말하는 남자와 그로 인해 불안감이 자신을 엄습해오는 와중에 옆집에 사는 인물과의 연대감을 느끼(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는 인물,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만 어설프게 흉내내는 목소리를 듣고 망설임없이 지하철사물함에 천만원을 넣는 고모(미워하는 일), 자신도 엄마에게 학대를 당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행하는 학대를 그냥 지나치지 않기(미도)로 하며 역시 가정에서 학대당하는 아이의 상처를 보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며 사고뭉치인 언니가 도맡는 강아지 토리를 함께 맡게 되는 보육교사(밤은 내가 가질게)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읽으면서 불편하고 현실에도 있을 이야기들이라 아무런 연관도 없지만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두렵고 불쾌하기 짝이 없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몸이 으스스 떨려오는 것은 단지 추워서이기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목도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안보윤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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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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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살았던 집은 학교 바로 옆에 있고 부엌이 넓지만 방은 한 칸, 보일러는 커녕 연탄도 때지 않아 목욕이라도 할라치면 목욕탕을 가야했지만 헐렁한 주머니사정으로 매일 가지는 못하고 주로 솥에 가득히 넣은 물을 끓이며 사용했던 겨울에 원체 눈이 많이 안 오는 부산에서 눈이라도 내리면 바로 다음날 수도가 얼어 주인집에서 보일러로 데워진 물을 받거나 목욕탕에 가고는 했었죠. 그 때 보증금이 10만원이었고 방세가 13만원, 겨울에 전기장판과 난로로 생활하다 전기세폭탄을 맞자 주인집에서 난로와 전기장판을 압수당하고 연탄을 때며 살았던 기억을 이번에 출간된 김혜진작가님의 신작 소설집 「축복을 비는 마음」을 읽으며 되새겨봤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임대동에 사는 친구가 잠시비운 3개월 동안 딸 해민과 함께 살며 돈과 직장을 마련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미애씨(미애), 집을 보러 온 여느 사람과 다른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여자가 이 집을 사게 하려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음에도 할아버지를 시켜 옥상 청소하고 부단히 노력했던 세미(20세기 아이), 재개발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한 몫 챙기려고 영혼까지 끌어모았지만 재개발이 흐지부지 되고 남편의 건강이 나빠지자 결국 집을 팔기로 한 (목화맨션)의 만옥씨와 그 세입자인 순미씨, 겉보기엔 안정되어 보이지만 팔 타이밍을 놓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두 달째 월세와 관리비를 내지 않은 세입자 장건호씨를 만나러 퍼스트오피스텔에 가는 (이남터미널)의 남우 사모님, 집주인인 장 선생을 대신하여 장 선생 명의의 건물을 관리하며 관리비까지 대신 받아주는 (산무동 320-1번지)의 작남 부부, 손녀를 새 집에 살게 하려고 크게 아프지도 않으면서 병원에 입원하여 합의금을 받아낸 할머니와 할머니가 준(정확하게는 할머니와 사고가 난 버스기사 가족이 준) 합의금을 결국에는 받아버린 손녀 현지씨(자전거와 세계), 모임에서 만난 배우를 꿈꾸는 마크와 자신의 집에서 동거하며 갈등과 고민도 있지만 함께이기에 황금빛은 몰라도 낙관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주인씨(사랑하는 미래)와 지저분한 집을 새 집으로 만들어놓는 일을 하다 자신과 다른 신입인 경옥을 만나면서부터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가 생기는 인선씨(축복을 비는 마음)까지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각자의 고민과 고통과 사연을 안고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 속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노숙을 택하시는 분들도 포함되어 있겠죠.
그 모든 분들에게 ‘축복을 비는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고 싶고 그렇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김혜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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