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로니 프로젝트
김솔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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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C편의점 앞에 나와있습니다.
지금부터 C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분을 인터뷰하도록 하겠습니다.

C편의점 알바 : 어서오세요.
- 안녕하세요?
저 죄송하지만 물어볼께 있는 대요.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나요?
C편의점 알바 : (잡상인이나 도를 아십니까를 길거리에서 마주친듯 인상쓰며)안 살거면 나가요! 저, 지금 바쁘거든요.

이렇게 쫒겨나고 말았군요. 그래도 포기하면 안되지요.
어, 바로 밑에 G편의점이 있네요. 이번에는 G편의점에서 인터뷰를 시도하겠습니다. 그 전에 목이 마르네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셔야겠습니다.

G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어서오십시오, GS25입니다.
(편의점에서 미국제품이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도 봤던 녹색 M탄산 음료를 들고 카운터 앞으로 가면서)
- 이거 주세요.
G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이 제품 하나구매하시면 하나 더 드리고 있습니다.
-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G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GSPOINT카드나 통신사멤버쉽카드는 없으세요?
- 아니오.
G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1,200원 결제하겠습니다.
(카드결제후)1,200원 결제 되었고요. 봉투 담아드릴까요?
- 아니오. 이 거 하나 드세요.
G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정말요? 감사합니다.
- 저, 뭐좀 물어봐도 될까요?
G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그러세요.
- 뉴스에서 보니까 한국의 최저임급이 올해 7,530원으로 인상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 데 여기 편의점에서도 그렇게 주나요?
G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저는 아직 점주님께 소식을 못 들어서요. 곧 이야기하시지 않을까요? (3월 17일)
- 음, 그렇군요. 그런데 무슨 공부하시나봐요?
G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따로 공부하는 건 아니고요.
(읽고 있던 책을 보여주며) 그냥 소설 책이에요.
- 「마카로니 프로젝트」? 책이 매우 인상적이네요.
한국소설인가요?
G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네, 김솔이라는 작가님이 쓰셨어요. 책 속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하던 「너도밤나무 바이러스」, 무엇이든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붉은 페인트 원료를 제조하던 공장이 등장하는 「보편적 정신」에 이어 세번째로 쓰시는 장편소설인데요. 여기서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무기공장을 폐쇄하려는 그러니까 미국본사와 공장장, 회사의 임원들과 그 소식을 듣고 분노, 혐오, 슬픔을 느끼며 폐쇄를 막기 위해 공장의 집기를 훔치고 파손하고 시위를 벌이는 노동조합원들과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던 노동자들이 나옵니다.
- 김솔이라는 작가가 매우 유명한 작가인가요?
G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책을 펼쳐 작가의 사진을 보여주며)베스트셀러반열에 올랐거나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는 않았지만, 첫 소설집 「암스테르담 가라지세일 두번째」와 짧은 소설로 이루어진 「망상, 어」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보여주신 작가님이세요.
조만간 베스트셀러반열에 오르지 않을까요?
- 음, 낯이 좀 익은 얼굴인데...... 어, 이사람 제가 살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본 것 같아요! 지금은 사라져버린 무기공장에 다니던 사람같아요. 저희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던 중식당에서 본 적이 있어요.
G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진짜요? 아, 그럼 한국분이 아니신가봐요? 한국말 매우 잘하시는 데, 저는 그냥 한국사람인 줄 알았어요.
- 저는 중국인입니다. 제가 한국에 있는 중국집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배웠어요.
G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그럼 부모님이 직접 하시는......?
- 아니오, 저희 부모님은 안타깝게도 이탈리아에서 돌아가셨고 저는 동생과 함께 중국으로 돌아가 이래저래 살다가 동생과 함께 한국으로 와서 5년째 중국집에서 배달하고 있어요.
G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김솔작가님을 이탈리아에서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중식당에서 봤다구요? 혹시, 그 중식당 이름이......
- 네, 제이드 가든(Jade Garden)이었어요.
무기공장이 없어지는 바람에 저희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중식당에 손님이 없어지고 아버지는 도박하시다 다 날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고 어머니는 제게 이탈리아에서는 중국말을 절대 못하게 하셨는 데 이탈리아에서 젋은 형과 바람펴서 우리 곁을 떠나다 다시 돌아오셨는 데...... 가게가 망하자 결국 아버지곁으로 따라 가셨어요. 그래서 저와 제 동생을 도망치듯 중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죠. 근데 그런 제 과거를 알고 그 것을 떠벌리고 글로 썼다던 그 파렴치한 인간이 있다는 소문이 중국에서도 심지어 한국에서도 들려오더군요. 그래서 그 인간이 어떤 작자인지 얼굴이라도 보려고 이렇게 중국집 배달을 하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지 않을 까하는 마음이 들었던 겁니다.
G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안타까운 마음으로)그렇다면 김솔작가님이 본인의 과거를 다 까발려서 불행해진 거군요. 그럼 김솔작가님을 고소라도 하시겠다는 거에요? (순간 정색)
- 모르겠어요. 제가 그 소문을 듣고 [분노]와 [혐오]를 또 [놀람]과 [두려움]을 느끼며 [슬픔]에 젖어 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와 내 동생 그리고 우리 가족의 아픈 과거를 알아주던 사람이 있어 [기쁨]을 느끼도 하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에서 정신을 차리며) 이 책, 다 읽으시면 저에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읽어봐야겠어요.
G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제가 알라딘에서 11700원주고 산 책이도 읽고 나서 작은도서관에 기증할 거라서요. 아니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드릴 수 있는 데......
- (활짝 웃으며) 정말요?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며칠 후, 그 중국계 이탈리아사람에게 「마카로니 프로젝트」를 ‘빌려‘주었지만 돌려받지 못해서 결국 기증했던 도서관에 변상을 해야했습니다.
사실 그 소설에서는 잠시 언급이 되었을 뿐 비중있게 나오지도 않았거든요. 그래도 활짝 웃던 그 사람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판권지에 출판사 전화번호가 있던 데 혹시 그 사람이 출판사에 전화하여 김솔작가님의 신상을 물어보거나 직접 작가님을 대면하거나 곧 그럴 예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 점주님!
- 저기 진짜 진짜 미안한데.......

아마도 마카로니가 들어있던 맥앤치즈버거를 먹어서였을까요, 대한민국 대기업인 GS의 자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GS의 계열사인 GS리테일이 편의점사업을 접게 되어 제가 일하는 GS25편의점도 가맹해지가 되어 자연스럽게 제가 해고당하는 꿈을 꾸다 일어났는 데 말입니다.
이제 출근을 하기 위해 급하게 머리와 얼굴에만 물을 뭍히고 지하철역으로 뛰어가 11시까지 편의점 매장에 도착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마음이 불안한 건 왜 그럴까요? 그리고 이번 달에 사정이 있어서 월급을 오늘까지 주시겠다고 하셨는 데 아직 입금이 안 되었네요. 오늘 만나면 이야기해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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