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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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혜성처럼 우리 곁에 나타나 또 갑자기 우리 곁에서 사라져버린 박지리작가님의 마지막 작품인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를 읽어 보았는 데 어쩌면 제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게 다 연극같고 이 시간에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무대 바깥의 관객들이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마흔 여덟번(정확하게는 마흔 아홉번째이지만 면접보러 오라는 전화에 이미 면접을 봤기 때문에 보러 가지 않겠다고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 포함하지 않았다는, 곧바로 후회했지만.)의 면접을 보기 위해 정장을 맞쳐 입고 머리를 다듬이며 면접할 때만 신은 애지중지한 구두를 신고 면접 볼 회사의 내력이나 면접관이 물을 예상 질문에 대한 예상 답변을 생각하는 이름은 모르지만 편의상 ‘M‘으로 불리게 될 남자가 마흔 여덟번째 면접에서 가까스로 합격한 후 끝인 줄 알았으나 4주간의 연수원에서 합숙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에 합숙을 하게 되고 그 곳에서 자신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경쟁자이자 동료들)의 면면을 보게 되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4주간의 합숙 후 메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질 경쟁사회를 떠오르면서 머지않아 저 역시도 ‘M‘처럼 어디에 쓰일지는 모르지만 거기에 포함될 아주 작은 부품 한 개가 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며 거절당해 눈물을 흘리거나 좌절할 수도 있겠지요.
그 걸 바깥의 사람들이 관객이 되어 제 모습을 지켜보거나 제가 다른 사람의 모습을 관객이 되어 바깥에서 지켜보겠지요.
박지리작가님의 모습과 앞으로의 신작은 더 이상 볼 수 없겠지만 작가님이 쓰셨던 작품들은 영원히 남아 언제든지 볼 수 있기에...... 편히 쉬시면서 제가 이 시간에 이 곳에서 글을 쓰는 것을 지켜보시지 않을 까 분명히 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꾸만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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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8-01-14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지리 작가의 ‘합체‘와 ‘맨홀‘을 보고 기대감을 키웠는데,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받았어요.ㅠ 사계절출판사에서만 작품을 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