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이며 광대였지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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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소설집「사과의 맛」이후로 장편소설「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거룩한 속물들」, 「달고 차가운」, 「옛날 옛적에 자객의 칼날은」이 출간될 때마다 약간의 텀은 있었어도 오현종작가님의 작품은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과의 맛」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만 하고 읽어보지는 않았어요.) 약 10년만에 출간하신 3번째 소설집이자 오현종작가님의 9번째 책인 「나는 왕이며 광대였지」를 읽으면서 정말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에게 경외감을 느낍니다.
(부산에서)는 부산에 약 1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강사로 떠나는 소설가의 이야기며 평소 바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이 있던 그녀가 어쩌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 강사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교수의 제안에 선뜻 동의하여 평생 볼 바다를 부산에서 강사로 있을 동안 실컷 본 것을 보며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는 반대로 서울에서 살게 되면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K의 어머니와 면회를 갔다)는 군입대를 한 ‘K‘를 면회하기 위해 그녀가 ‘K‘의 어머니, 운전기사와 함께 동행을 하는 데 ‘K‘의 어머니와 함께 면회를 가는 순간부터 어쩌면 이 사랑의 끝이 정해졌는 지 모르겠네요. 같이 면회를 가고 같은 방에서 ‘K‘의 어머니와 잠을 자고 식사를 하면서 ‘K‘와 그녀와의 거리가 더욱 멀어진 것이 아닌까 싶더군요.
표제작인 (나는 왕이며 광대였지)는 연인이 낯선방에 감금되어 나갈 수도 누구에게도 연락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져있는 데요. 국내소설에서는 잘 접하기 힘든 내용이라 흥미진진했었습니다.
(연금생활자와 그의 아들)은 은퇴후 연금을 받는 아버지와 연극무대에서 햄릿을 맡은 그의 아들의 이야기인데, 수연과의 애매한 관계도 아버지의 대한 감정도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는 아들의 모습이 꼭 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해졌습니다.
(난장이의 죽음에, 나는 잘못이 없다)에서도 중학교에서 가정교과를 가르치다 은퇴하여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할머니가 늘 못마땅하게 여겼던 아파트관리인들 중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난장이로 불리던 아파트관리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 데 갑자기 죽어버린 그 아파트관리인에게 나쁜 의도로 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은 그 아파트관리인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데 한편 그 이후 새로 온 아파트관리인이 궁금하여 정확히는 궁금하기 보다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기에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모든 것이 붕괴되기 이전에)는 피규어를 모으는 시람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미래에서 온 아들이 자신을 괴물로 만들어버린 과거의 아버지에게 찾아가 아버지와 함께 자신도 없애려고 하는 데 저도 만약에 과거의 아버지에게로 갈 수 있다면 만약 가게 된다면.....
(약의 역사)를 읽으면서 어릴때부터 자라를 고아 먹고 할머니가 먹던 약을 몰래 핥았던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약을 먹는 모습을 보며 제가 지금 먹고 있는 테넬리아 엠서방정이 문득 생각났었어요.
(호적을 읽다)에서는 지금은 미국을 훨신 자유롭게 갈 수 있었으나 불과 10년전만 해도 각종 서류를 준비하고 대사관에 가서 인터뷰를 해야만 했던 시절에 호적등본을 떼다 호적등본에 씌여진 내용들을 보고 할머니가 얘기해주시던 것이 생각이 나는 그녀를 보며 저도 가족관계증명서에만 기재되어있을 그 사람의 과거와 그 사람이 현재 그리고 미래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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