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와 무늬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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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을 읽다보면 종종 소설이라는 장르자체가 ‘허구‘가 포함되어있는 데도 불구하고 마치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그 사람이 존재하고 그 사람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실제로 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100%작가님이 만든 허구도 있지만 역사소설이나 자전소설등은 실제로 존재했고 일어났던 일들을 기본으로 하여 약간의 허구를 첨가하여 소설이 완성되기도 합니다.)
어제 아침에 읽고 오늘에서야 리뷰를 쓰게 되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하신 최영미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를 읽으면서 마치 제가 딸만 넷인 윤경, 하경, 미경, 숙경 자매와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심장이 안 좋은 채로 윤경이 태어나고 인덕원에 머물다 미국에 가서 수술을 받았으나 열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윤경이 떠나고 난 자리를, 윤경의 존제자체를 의식하지 않고 잊어버리려고 했던 다 잊은 줄 알았던 사고뭉치 둘째이자 윤경이 떠났으니 이제 맏언니인 하경, 하경과 매번 싸우는 미경, 그리고 막내 숙경과 6.25라는 엄청난 전쟁을 겪으신 아버지 정일도와 어머니 이진순의 모습이 제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큰 언니 윤경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잊어버리려고 했던 하경이가 부러웠어요.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두어서가 아니라 대학교까지 나온 신여성인 어머니를 두어서도 가정형편이 좋아서도 아니라 가족이라는 공동체안에서 살아가고 자라는 하경이가 부러웠어요.
만약, 제가 가족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면 얼마만큼이나 쓸 수 있을 지 아니, 한 글자라도 쓸 수 있을 지 어렸을 때는 한 없이 가족이나 집안형편에 대해 줄줄 늘어놓았을 텐데 지금은 쓸 자신이...... 모르겠어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데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것 같고 뒤로 물러나는 것 같아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저는 일하다가 어딘가 부딪히고 베이고 박혀서 생긴 상처가 많은 편인 데요.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제 속에 어쩌다가 생긴지도 모르는 크고 작은 무수한 상처가 시간이 흘러 흉터가 남고 그 흉터가 남은 곳을 응시하면서 저도 오래된 고통을 다루는 법을 아는 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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