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에이지
김희선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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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직접 표지를 그리셨던 첫 소설집 「라면의 황제」부터 땅 속 깊이 묻어버리고 싶을 만큼 감당하기 어려웠던 첫 장편소설 「무한의 책」까지 돋보적인 작품세계가 인상깊었던 약학과 출신의 현재도 약사이신 김희선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인 「골든 에이지」를 읽어보았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작가님이 표지를 그리셨다면 어떠셨을 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표지도 마지막에 실린 표제작 (골든 에이지)를 읽어보니 이해가 가더군요.)
처음에 실린 이번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공의 기원)부터 그럴듯한 이야기들로 가득차있더군요.
지금 우리가 차고 있는 축구공이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생겨나고(공의 기원) 유명 래퍼가 한국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종적을 감추고 한국의 어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스테판, 진실 혹은 거짓)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토끼가 뽑는 다는 다소 기괴한 사연(18인의 노인들- 우리나라가 아니라고 못박았지만 한 시인이 생각나는 것은 기분탓이겠지요.), 영원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장기를 포함한 신체를 새 것이나 중고품으로 교체하며 살아가는 미래(그리고 계속되는 밤)의 이야기나 언젠가는 상용화될지도 모르는 냉동인간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W시의 유명명소(조각공원), 어느 날 갑자기 날라온 편지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뒤바뀐 세탁소 주인(지상에서 영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과테말라의 쓰레기산에서 탈출한 형제와 바다에 빠진 박흥수씨가 버뮤다삼각지대를 통해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된 다소 황당하면서도 그럴 듯한 이야기(해변의 묘지)들이 첫 소설집 「라면의 황제」에서부터 그랬지만 읽은 지 오래되었고 첫 장편소설이었던 「무한의 책」은 너무 방대하였기에 김희선작가님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이 잘 생각나지 않아서 조금씩 멈칫하고 그랬습니다.
마지막에 실린 (골든 에이지) 또한 어떤 지질학자였던 미치광이가 분명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책으로 인해 아흔이 넘은 열쇠수리공이었던 김상옥씨가 분쇄기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데 그 속에는 2014년 4월 15일 이후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은 손자가 있었고 그 손자를 마지막으로 본 2014년 4월 15일로 돌아가 영원히 그 날로 살아가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하는 김상옥씨의 사연이 인상깊었고 저도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이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한 김상옥씨가 원하던 2014년 4월 15일로 돌아가서 손자의 얼굴을 계속 원없이 볼 수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골든 에이지 = Golden Age . 황금세대 즉 나의 인생에서 가장 황금같이 빛나던 시기가 나에게 벌써 왔을 수도 아니면 아직 안 왔거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 나의 골든 에이지가 될지도 모릅니다만, 정말로 그 순간을 영원하게 맞이한다면 저도 김상옥씨처럼 그렇게 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분명 터무니없는 데도 믿고 싶게 되는 이야기들을 써주신 그리고 앞으로도 써주실
김희선작가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가 살아가는 매 순간 순간을 ‘골든 에이지‘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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