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 수 없는 강
정소성 지음 / 실천문학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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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1985년에 중편 (아테네 가는 배)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신 정소성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건널 수 없는 강」을 읽었습니다.
사실 저는 정소성작가님의 작품은 커녕 작가님의 성함도 이번에서야 처음 알게 되었는 데 읽으면서 뭐랄까, 분명 제 안에는 없을 것이라고 여겨왔던 분명히 나의 천성에서는 없다고 자부까지 했던 분노가 조금씩 조금씩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혜리라는 인물이 남성편력이 심해서이기도 하고 뭐, 혜리의 입장에서는 본능에 충실한 죄밖에 없는 데 말이죠. 사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CCTV나 스마트폰이 아니었다면 이 소설의 시대적배경이 80~90년대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도 했는 데 개인적인 분노로 작용했던 것은 혜리가 본능에 이끌려 남자들을 만나고 그 남자들 사이에서 아이를 여러번(그 중에 2번은 아이를 지우고 1번은 유산이 되었지만)낳음에도 본능에 충실하여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리고 도망을 하고 심지어는 사랑이라는 감정이었는 지는 몰라도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노환으로 죽자 아이를 절에 버리고 돌아서는 모습이 이 것이 아무리 허구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해도 납득할 수가 없더군요.
단순히 여성혐오가 아니라 남겨진 아이들이 안타까웠어요. 꼭 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죠.
그리고 이렇게 아이를 버리고 떠난 것이 이 소설에서만 두 번째라는 것에 충격을 주고 있는 데 앞서 절에 아이를 버리고 간 것은 용서할 수는 없지만 이해라도 할 수 있겠지만 같이 살림을 합치던 남자와 그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두고 다른 남자에게 눈맞아서 도망치듯 떠나며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에 더 큰 충격과 분노가 치밀어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후반부에는 그냥 훑어보기만 했어요.
작가님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히 남성편력이 심한 여성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서도 순간적으로 치밀어오르는 분노때문에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심을 제가 헤아리지 못한 것이겠지요.
아무튼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해주었던 소설이었던 것에는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정소성작가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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