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토럴리아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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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0.패스토럴리아-조지 손더스

 

이번 주도 글쓰기를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미루다 거의 일요일 끝나기 직전에야 앉아서 쓰기 시작한다. 급하다 급해 무슨 책을 가지고 글을 쓸까. 눈앞에 조지 손더스의 <패스토럴리아>가 보인다. 급하니까 눈에 보이는 이 책으로 글을 쓰기로 한다.

 

근데 막상 쓰려고 하니까 어떻게 쓸지 막막하다. 뒷표지를 보니 김중혁 작가의 추천글이 보인다. 뻔하지 않다라. 이 책이 뻔하지 않기는 하지. 아니 뻔하지 않으면서도 뻔하고 뻔하며서도 뻔하지 않다고 해야하나. 확실한 건 조지 손더스라는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풍자적이면서, 유머러스하고, 어딘가 이상하고, 기묘하고, 그 모든 게 뒤섞인 그로테스크함과, 그러면서도 사실적인 면도 있고, 평범한 이들의 삶에 대한 애정과 공감을 가지는 듯한. 줄기줄기 뿜어저나오는 과장과 독설, 어딘가 이상한 대화와 표현, 감상적이면서 독특한 서술과 묘사들이 뒤섞인 조지 손더스의 소설은 오직 조지 손더스만이 쓸 수 있는 소설로서 존재하며 독자들을 이 작가만의 세계로 이끈다. 여기에서 독자는 어딘가 이상하고 독특한 세계에세 헤매다 이상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쓰려고 앉을 때는 쓸 게 없었는데, 막상 쓰고보니 무언가 써지네.^^;; 역시 어떤 작가의 책이든 내 몸으로 스며들어와 무언가의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을 글로 쓰면 되는가보다. 마치 조지 손더스의 글을 몸으로 받아들여 나만의 느낌으로 체화해서 써내려가는 듯한.

 

그 중에서 <시오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마치 최악의 상황을 이겨내는 이들의 풍자적인 소설인 <캉디드>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갑자기 좀비가 나오는 공포 소설로 넘어가는 듯 하더니, 마지막에는 슬픔과 공감을 초래하는 소설로 끝나는 느낌의 이 소설은 읽는 독자인 나를 정신 못차리게 만들었다. 소설의 장르나 정체를 알 수 없게 만드는 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 유머 소설가 공포 소설과 가족 소설이 합쳐지고 조지 손더스 특유의 문장과 스타일로 이상한 재미를 주면서.

 

첫 소설인 <패스토럴리아>는 조지 손더스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이상한 독설과 궤변이 문장과 대화, 등장인물들의 글 곳곳에 나오면서 읽는 재미를 이끌고 동시에 마치 이 세상의 비유인듯한 몰락해가는 테마파크의 상황을 제시하면서 독자를 현실과 조지 손더스 특유의 세계가 합쳐진 소설로 몰아간다. 좋아지기보다는 더욱 더 나빠지는 상황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조응하는 듯하게.

 

다른 소설들도 조저 손더스 특유의 이상함과 현실성, 묘한 공감의 장들이 존재한다. 어쩌면 산다는 건 이상한 걸 견뎌내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렇게 본다면 조지 손더스의 소설은 이상하지만 동시에 어떤 면에서 기묘하게 현실적일 수 있다. 이상한 재미의 끝에 드러나는 현실성과 공감. 그 모든 게 합쳐진 그로테스크함. 나는 <패스토럴리아>에서 조지 손더스 소설 특유의 묘미를 만껏 느끼고 체험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눈을 돌려 세상의 뉴스들을 보니 세상 참, 이상한 일들이 많네. 마치 조지 손더스 소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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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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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9.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다는 건,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예측을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닙니다. 아마 범인은 저 사람이 아닐까, 이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면 이런 결말이 있지 않을까. 재미있는 건, 예측과 추측대로 소설이 흘러간다면 흥미는 반감된다는 사살입니다. , 내 예측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설이라면서. 반대로 예측과 추측을 벗어난다면 흥미는 배가 됩니다. 예측할 수 없음의 쾌감이 뇌로 흘러들면서 재미를 극도로 느끼게 되니까요.

 

치넨 미키토의 <유리탑의 살인>은 예측할 수 없음의 쾌감의 끝을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일본 정통 추리소설에서 펼쳐 보일 수 있는 상상력의 끝을 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통 추리소설을 쓰는 일본작가들이 이 장르에서 이 이상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그런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느 순간부터 어떤 틀이 보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를 보는 듯한 전개에 추리소설의 틀을 끼워넣는 느낌의 연속. 어느 순간부터 저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연장선상에서 읽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블랙쇼맨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를 읽었습니다. 마술사 경력이 있는, 도쿄의 외진 골목에 있는 바 트랩핸드의 마스터 블랙쇼맨 가미오 다케시가 자신과 엮인 여성들의 사건을 돕는 이 책의 첫 단편인 <맨션의 여자>는 제 고정관념을 다 부순 예상밖의 전개를 보였습니다. 트릭이나 상황전개가 저의 예측을 벗어났으니까요.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예상이 안 되는 전개, 꼬이꼬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전개가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히 속인다는 것은 예상을 했지만, 속인다는 것을 넘어서서 속이고 또 속이고 속이다보니 예상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예상이 안 되는 전개라는 측면에서 저는 이 단편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단편인 <위기의 여자>는 너무 예상대로 였고, 마지막 단편인 <환상의 여자>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주 보이는 감동적인 드라마 느낌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첫 단편인 <맨션의 여자>가 책의 흥미를 이끌어가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이 단편을 읽었다는 것만으로 독서의 의의를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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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7-03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리탑의 살인, 시큰둥했는데 급 관심 갑니다~

짜라투스트라 2023-07-03 20:37   좋아요 0 | URL
제 개인적으로 작년에 읽은 추리소설중에서는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뭐랄까, 그 정도의 상상력이 나올줄은 몰랐거든요. 아, 이제 추리소설이 여기까지 갔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ㅎㅎㅎ 어쨌든 제 개인적인 느낌은 그랬다는 말입니다.^^;;
 
수많은 운명의 집 쏜살 문고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미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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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8.수많은 운명의 집-슈테판 츠바이크

 

책을 덮으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수많은 운명의 집>에서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는 세계가 사라졌다는 것을. 소위 유럽에서 벨 에포크(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 혹은 좋은 시절이란 뜻) 시대라 부르는 19세기 말부터 1차대전 전까지의 평화롭고 학문과 기술과 예술이 발달하던 시대는 2차대전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물론 1차대전의 결과로 조금씩 균열이 가긴 했지만, 그나마 남아 있던 벨에포크의 흔적은 2차대전이라는 거대한 폭풍의 등장으로 완벽하게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벨 에포크 시대의 화신과 같은 인물로서, 그 시대 세계제국이었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온갖 다양한 인종의 인물들과 함께하며 자신의 예술관을 형성합니다, 그런 그가 여행한 도시에 대한 인상과 느낌, 겪은 일들을 기록한 글들을 모은 <수많은 운명의 집>은 당연하게도 사라진 세계의 흔적들을 보여줍니다. 오스트리아인, 독일인뿐만 아니라 헝가리인, 폴란드인, 보헤미아인(현재의 체코인), 세르비아인, 보스니아의 이슬람교들, 유대인들 같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서 문명과 문화와 예술을 형성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흔적부터 벨 에포크의 열정이 살아 있던 프랑스, 팍스 브리타니카를 완성하고 세계 최강대국의 면모를 보여주던 영국, 발빠르게 성장해나가고 있던 뉴욕에서 느껴지는 미국의 모습들은, 지금은 경험할 수 없는 그 시절의 사라진 조각들로 가득합니다.

 

1차대전이나 2차대전 같은 거대한 전쟁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반유대주의는 존재했지만 세상의 모든 유대인들을 죽이려는 홀로코스트 같은 만행은 꿈꿀 수 없었던, 아름다운 음악과 오페라, 연극, 문학을 즐기며 독인인들에게 쾌락주의자들이라고 불리던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그 예술을 만끽하며서 같이 만들어나가기도 했던 슈테판 츠바이크는 예측할 수 없었던, 그 세계의 소멸과 파괴를 감당할 수 없었나 봅니다. 브라질로 망명하여 히틀러가 승승장구하던 1942년과 아내와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걸 보면.

 

사라진 세계를 상상할 수 없었던 이가 남긴, 사라진 세계의 편린인 <수많은 운명의 집>은 슈테판 츠바이크 특유의 아름답고 섬세한 문장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책입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기이합니다. 왜냐구요? 츠바이크가 말한 아름다움은 2차대전의 포화 속에 사라지니까요. 그의 글 속에 등장하는 유대인들은 수용소로 끌려가 삶을 마칠 것이고, 그가 말한 오스트리아 제국은 1차 대전 이후에 여러 국가로 분열하고 소국으로 쪼그라들었지만 나름의 예술적 프라이드로 버티어나가다 2차대전 이후로는 완전히 존재조차 희미한 중앙 유럽의 소국이 될 것이고, 제국에 존재했던 이들은 모두 떠나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지만 그들 또한 전쟁에 말려들어서 전쟁의 참화를 겪을 것이고, 그 시대 유럽인들이 만들었던 문명과 문화와 예술과 사상은 2차대전의 참화 속에 사라지니까요.

 

결말을 알고서 보니 너무나 슬퍼집니다. 츠바이크가 말한 아름다운 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파괴되어 사라진 옛 세계를 들여다보는 건 그래서 허망하면서도 동시에 묘한 감흥을 남깁니다. 사라진 것들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니까요. 사라진 것이 아름다운 건, 그게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다면 사라진 것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할 수 없겠죠. <수많은 운명의 집>의 묘미는 거기에 있습니다. 사라짐과 존재함 사이에 서서, 사라짐의 아름다움을 존재하고 있는 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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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6-30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슈테판 츠바이크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 책은 못읽어봤네요.
감사합니다.

짜라투스트라 2023-06-30 19:09   좋아요 1 | URL
일종의 기행문 모음집인데 슈테판 츠바이크 특유의 느낌이 살아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살 제안들 31
에두아르 르베 지음, 한국화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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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7.자살-에두아르 르베

 

아 항상 게으름이 문제입니다. 시간이 많을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글을 적어두면 좋으련만. 이놈의 게으름은 할 일을 미루고 또 미루다가 주말에 와서야 글을 쓰게 만듭니다. 일요일날 급하게 허겁지겁 쓰는 것보다 여유롭게 적어나가는 게 훨씬 좋은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토요일날 글을 써서 다행입니다. 그래도 저번 주보다는 하루 정도 게으름이 줄었네요.^^;;

 

이번에 쓴 글은 <자살>이라는 책에 관한 글입니다. 일단 제목부터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자살이라. 범상치 않은 제목만큼이나 책의 사연도 심상치 않습니다. 일단 책의 사연부터 한 번 적어볼께요. 책의 저자인 에두아르 르베는 예술가입니다. 화가에서 예술가 활동을 시작한 에두아르 르베는,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불태우고 사진가로 예술장르를 변경합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불태웠다는 것부터 심상치 않은 에두아르 르베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념예술로 이름을 알립니다. 현대예술 전시회를 가서 좌절한 경험이 있는 저는 왠지 개념예술이라는 단어를 보니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마구 드네요.^^;; 자신만의 개념예술 세계를 만들어가던 에두아르 르베는 20071015일에 자살로 생을 마갑합니다. 그런데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며칠 전에 그는 어떤 편집자에게 <자살>이라는 소설의 원고를 보냅니다. 며칠 뒤에 자살할 사람이 쓴 소설의 내용은 자살한 사람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살자가 쓴 자살한 사람의 이야기. 뭔가 기이하지 않나요? 어쨌든 이 독특한 사연을 가진 책은 2008년에 굴간됩니다.

 

제 앞에 놓인 <자살>을 들여다봅니다. 자살한 예술가가 자살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로서. 책에는 화자인 가 자살로 죽은 의 이야기를 합니다. 자살에서 시작한 책은 너의 삶의 묘사로 이어집니다. 죽음에서 생으로의 이어짐. 일반적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게 삶이라면 이 소설은 반대죠. 죽음에서 삶으로 이어지니까요. 어쨌든 자살에서 시작한 너의 삶의 묘사는 일관성도 없고, 인과도 없고, 시간의 선후관계도 없이 지속적인 삶의 나열만 있습니다. 삶에서 겪은 에피소드들, 너의 성격적인 특징, 취향, 인간관계,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 어떤 특정한 구조라든지 특정한 스토리텔링 없는 무차별적인 삶의 나열 끝에 남겨진 자들의 슬픔과 삶을 응축한 시가 나오며 소설은 끝납니다.

 

일단 다 읽었으니 책을 덮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소설은 죽음에서 시작하여 삶으로 갔다 다시 죽음으로 끝을 맺습니다. 다시 한 번 책을 펼쳐봅니다. 자살한 저자의 삶을 반영한 분신 같은 너의 삶이 죽음에서 다시 삶으로 태어났다가 죽음으로 돌아갑니다. 이걸 몇 번 반복해보고 무언가 느껴졌습니다. <자살>을 읽은 이들은, 저자의 상상력을 통해서 특정한 삶과 죽음을 무한반복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치 니체의 영원회귀의 문학적 형상화 같은 이 소설을 보면서 에두아르 르베는 죽었지만, 그의 작품은 남아서 우리 곁에서 그의 삶과 죽음을 문학적으로 영원회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살>을 읽는 무수한 독자들을 통해서. 그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습니다. <자살>이라는 작품이 있고, 그걸 읽는 독자들이 있으니까요. 동시에 그는 죽다 살았다, 살았다 죽다를 반복하며 삶과 죽음의 영속성을 독자들에게 알려줍니다. 우리네 인간은 생에서 죽음으로 나아가는 존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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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2 제16회 나비클럽 소설선
김세화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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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6.황금펜상 수상 작품집(2022 16)-김세화 외

 

반성합니다. 그 동안 장르문학을 꾸준히 읽고 좋아한다고 입으로 떠들면서 한국 추리문학상 작품집을 단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다니. 그리고 한국 추리문학상 중에서도 단편 부문에 수상하는 황금펜상 수장 작품집을 읽지 않은 것도 반성합니다. 앞으로는 기회가 되면 꾸준히 읽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반성을 안하다가 갑자기 반성을 하고 읽기를 다짐하는 이유가 뭐냐고요? 그건 제가 202216회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을 우연히 읽고 작품들에 너무 놀랐기 때문입니다. 재밌고 구성이 너무 좋았거든요.

 

처음에 나오는 2022 황금펜상 수상 작품인 김세화 작가의 <그날, 무대 위에서>는 평이한 추리소설로 읽었습니다. 마지막의 반전이 놀랍긴 했지만 앞부분에 작가가 흐트려 놓은 힌트를 통해서 어느 정도는 유추가 가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그런 부분 때문에 좋은 추리소설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뒤의 한새마 작가의 <마더 머더 쇼크>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아주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작하며 독자의 눈을 끈 뒤에 다인칭 시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며 독자들을 정신 못차리게 하다가 과격한 결말을 나름 잘 마무리합니다. 흥미진진하게 정신없이 잘 읽은 소설로서, 한국의 추리소설이 이렇게까지 스토리텔링이 잘 전개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더 머더 쇼크> 이후로는 기대가 되었습니다. 어떤 작품들이 나를 재미있게 해줄까 하며. 임진왜란 때 전투하다 도망친 의병 출신 인물과 일본인 스파이로 있다 조선인이 된 인물의 이야기가 그려진 <>도 재미있었습니다. 이 소설이 추리소설인지 의심이 가긴 했지만(??)) 이야기 자체의 힘과 임진왜란이라는 참혹한 상황이 주는 것들이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소설의 매력이 좋았습니다. 정혁용 작가의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소녀>는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게, 언제나 범죄가 벌어지고 범인을 쫓는 소설이 아니라, 자기 삶의 미스터리를 푸는 소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공감가는 소설이었습니다.

 

나머지 작품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위에 적은 <마더 머더 쇼크><>,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소녀>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니 더욱 확신이 드네요. 한국 SF가 성공을 거두는 와중에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도 어느 정도 단계에 도달했다는 걸. 이제 저는 한국 추리소설들을 읽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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