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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마주한 뒤섞인 문명 - 스페인 안달루시아 & 터키 이스탄불 탐방
김종천 외 지음 / 어문학사 / 2021년 1월
평점 :
책을 통해 기독교와 이슬람이라는 거대 종교와 문명이, 지배자의 정신과 취향에 따라 후배에게 반색되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여행이란 그 순간들의 이어짐으로 이해되면, 보다 충만한 기쁨으로 이어질 수 있겠구나 느낀다. 두 작가의 고된 발품과 끝없는 지식적 탐닉의 결과가 ,산뜻하게 정리된 사진들과 함께 잘 어우러진 훌륭한 책이었다.
쉽게 맞딱뜨릴 수 있는 유명한 성과 건물, 탑과 거리, 수도의 전경이 사진으로 실린다. 여기까지는 여타의 여행 사진 책자와 다름없다. 그러나 <유럽에서 마주한 뒤섞인 문명>이란, 그 시대를 통치한 왕족의 세력 다툼이나 그 지방 그 자리에 그 건물이, 고딕 혹은 르네상스의 양식으로 , 이슬람이나 기독교적 건물로 지어질 수밖에 없었던 역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미래 유럽 여행의 목록에 스페인이 꼭 끼어있어야 했다. 유명한 건축물과 고스란히 보존된 역사적 건물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자칫하면 이렇게 흥미로운 역사적 뒷이야기를 모르고 갈뻔했다. 그도 그럴것이 여행전 그 지역과 관련된 역사를 먼저 접하고 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역사와 사건을 바라보는 견해는 과거와 현재를 비평하는데서 끝나지 않아야 한다. 그 견해가, 변화되고 발전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축이 되기까지 무수의 시간과 검증이 필요하다. 가끔 이런 글을 맞닥뜨릴 때에 독자들은 독서의 재미를 배로 느낀다.
비쟌틴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교차적 역사를 담은 터키의 이스탄불 기행은 놀라움 그 자체로 읽혔다. 사실 스페인에 견줄만큼 터키의 역사도 유구하다. 작가들은 지중해 동쪽의 남단국 터키의 여행을 통해 그들이 남긴 역사적 유물에 스페인에서와 같이 이야기를 실었다. 과거의 바쟌틴 문명과 콘스탄티노플의 역사 그리고 기독교 문화의 창궐에 따른 부속 건물 이야기가 뒤따른다. 모자이크 장식의 이미지, 정교의 전파와 성당, 성과 성벽의 이야기, 뛰어난 문화를 자랑할 수밖에 없었던 지리적 환경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끝이 없다.
과거의 전경들이 사라지고 신축 건물만 선호했던 한국에 비해 스페인과 터키는 부러운 점이 있다. 워낙 역사적 건축들이 웅장한 탓도 있지만, 재건축을 통해서라도 가꾸고 보존하는 마인드 자체가 부러웠다 . 한 시대의 창궐한 문명의 흔적이 저수로에서 벽화에서 성당의 천정과 성터의 외곽에서 발견될 때 , 거기 서 있는 ‘나’의 존재가 더불어 이해된다. 문명의 뒤섞임을 이해하고 그곳에서 바라보고 올려다보는 옹골찬 여행의 기회가 반드시 찾아오길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