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쓰기 동서대전》은 시공간을 초월한 글쟁이들 39인의 특징을 총망라합니다. 동양과 서양 14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한 획을 그었던 문호들을 아홉 개의 글쓰기로 비교하고 있는데요. 물론 한정주 저자의 주관적인 관점일지라도 읽는 독자에게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되어 역사, 인문, 철학 등의 식견도 덤으로 넓히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자 본인도 2년 동안 조선을 비롯한 중국, 일본, 서양 글쓰기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며 하나의 철학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혀 저자와 독자 모두를 성장하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당대 사람들이 도대체 배운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을 만큼 기이하고 괴이할뿐더러 아주 날카롭고 완전히 새로운 글을 썼다는 얘기다. 그것은 문장에 관한 기존의 관념과 상식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자 그것을 전복하는 글쓰기였다.

P214 





책은 총 아홉 가지의 글쓰기를 빌려 문장가들을 소개합니다. 동심의 글쓰기, 소품의 글쓰기, 풍자의 글쓰기, 기궤첨신의 글쓰기, 웅혼의 글쓰기,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일상의 글쓰기, 자의식의 글쓰기, 자득의 글쓰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책에 수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명필가가 아니란 소리도 명필가란 소리도 아닙니다. 다만 책 속에 등장하는 문장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견해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특수적이고 상대적인 것으로 통함을 이해했으면 합니다.

 

아이처럼 동심의 마음으로 목적 없는 글쓰기와 주관적인 글쓰기를 추구했던 18세기 문장가들. 성인의 입신양명보다는 날카로움과 비판적인 글쓰기로 썩어빠진 사회에 칼을 겨눈 풍자의 글쓰기. 기이하고 괴이하며, 날카롭고 새로운 기궤첨신의 글쓰기로 파격적인 독창성을 추구했던 글쓰기. 책 속의 활자에서만 그치지 않고 광활한 세상과 마주하며 다양함과 웅장함을 담고자 했던 웅혼의 글쓰기. 타인과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글쓰기. 무목적성과 주관성, 일상성을 통해 최고의 글이 나온다는 일상의 글쓰기를 추구한 문장가를 한몫의 만나볼 수 있습니다.


18세기를 살았던 '이옥'이란 문장가를 알게 되었는데요. 일상을 글쓰기 소재로 삼아 호방하고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는 문체에서 현대 작가의 모습이 스쳐갑니다. 이옥은 앞에서도 열거한 바와 같이 좋은 글은 목적이 없고 사소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상을 담아내는 '일상의 미학'이 주는 순수성과 참신함을 포착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정조의 '문체반정'의 최대 피해자라 해고 과언이 아닌, 끝까지 자신의 문체를 고수하며 문체반정에 저항했던 유일한 지사였음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패관소설체로 지목당해  과거를 응시하지 못한다는 처분을 받고 귀양을 가는 등 초야에 묻혀 53세라는 나이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문장가도 중요하지만 시대를 잘 못 태어난 명필가를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도 놓칠 수가 없네요. 이옥의 《백운필》에 담긴 문장을 잠시 소개합니다.



처음 상추쌈을 씹을 때에는 옆 사람과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삼가 그렇게 하지 않고 한 번 깔깔거리며 웃기라도 하면, 입에서 내뿜은 하얀 밥알이 이리저리 튀고 파란 상추 잎이 이곳저곳으로 흩뿌려질 것이다. 반드시 입에 든 모든 것을 다 뱉어내고 난 다음에야 멈추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10여 차례 상추쌈을 목구멍 아래로 삼키고 나면, 나는 진실로 천하의 진기한 맛인 용미봉탕과 천하의 진귀한 맛인 팔진고량과 같은 허다한 음식조차 알지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만다.

_이옥, 《백운필》, <담채>,P450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완독함으로 인해 개성(자기다움)과 자유(자유로움)과 자연(자연스러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필자도 마지막 책장을 덮고 세 가지 이상의 새로운 견해를 찾았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문장가를 많이 알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시대를 잘못 태어난 탓에 당시에는 혹평에 시달리거나 유배를 가는 등 괴로운 나날들을 보냈을 글쟁이들이 책 속에서 즐거운 영회를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지만 독특하고 신선한 명필가들을 소환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동서양을 넘나드는 문장가들의 개성과 자유, 자연스러움을 탐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루비박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일본의 교수이나 일본과 우리나라에도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의 글쓰기 책입니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에는 교편을 잡으면서 요즘 젊은층에게 느끼는 어투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문학부 교수답게  간결하고, 체계적인 정리가 중점이기 때문에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초보자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논술, 자소서, 논문, 보고서, 기획서 등 실용적인 글쓰기의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책이네요.


 

왜, 2000자인가?

⁠대한 논술이나 시험, 자기소개서 등에서 정해진 분량을 요구할 때가 많습니다. 요즘 현대인들은 대부분 짧은 글은 잘 쓰지만 긴 글에는 염증을 넘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교수는 어떠한 글쓰기든지 2000자 정도를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호환이 가능해  최대한의 보루인 2000자, 즉 원고지 10장, A4 1장을 전면에 내세운 듯 보입니다. 2000자는 일반적인 자소서나 리포트의 분량이기 때문에 2000자를 완수한다면 더 긴 글도, 짧은 함축적인 글도 잘 쓰게 된다고 봅니다.

나는 2000자, 즉 원고지 열장 분량의 글을 쓸 수 있는지 여부가 글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고지 열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P12


저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2000자를 쓰자!'라고 말합니다. 1장에서는 글 쓰는 능력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2장에서는 글을 구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법을 소개합니다. 마지막 3장에서는 문체를 익히는 방법일 제시합니다. 결국 글쓰기는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훈련을 반복한 결과물인 셈입니다.


 

3.3.3 3가지 법칙!

 

유독 이 책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자주 등장합니다. 글을 구성할 때 키 컨셉을 3가지로 하면 좋은데요. 세 개의 키워드의 연결은 뇌의 연결 방식이자 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선택할 때는 독창성이 별로 나타나지 않지만 세 개까지 고르다 보면 타인과 구별되는 개성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 방법은 글 쓰는 사람의 잠재의식을 깨우는데 도움이 되죠.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글을 쓴다는 전제로 읽으면 도움이 되는데요. 그때 중요한 것이 바로 후에 인용구에 쓰면 좋은 문장을 밑줄 긋기를 하며 읽는 방법입니다. 삼색펜을 준비합니다. 빨간색은 나중에 인용할 중요한 부분, 파란색은 그다음 중요한 부분, 녹색은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밑줄 긋습니다. 책을 읽고 나중에 글을 쓰고자 할 때 줄쳐 있는 부분을 토대로 구성하고 써본다면 훨씬 수월한 문장이 완성되겠지요.


내용이 서로 다른 세 가지 인용문을 고르는데, 읽는 사람이 그 인용 부분만 읽어도 만족할 만큼 흥미로운 것을 고르는 것이 비결이다. 즉 인용문을 핵심으로 세 개의 주요 컨셉을 완성한다. 그런 다음 그 세 가지를 연결하는 문장을 간단히 메모한다. (중략) 물론 인용구는 글쓴이 자신이 쓴 문장이 아니지만 그 부분을 선택함으로써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나타낼 수 있다. (중략) 결국 독창성은 언어 그 자체에 있지 않고 내용에 있다.

P72-73


밖에도 글 쓰는데 활용하면 좋은 여러 스킬이 책 속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점점 세상이 발달하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정작 방대한 양의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종이책과 신문, 잡지는 없어질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견했죠. 물론 줄어들기는 했지만 퇴보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얕은 지식과 생각,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가 넘쳐나게 되면서 '제대로 된 글쓰기'가 중요해졌습니다. 처음부터 멋진 작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드뭅니다. 누구나 꾸준한 노력으로 이뤄낸 결과물일 것입니다. 다만 막막한 글쓰기에 체계를 만들고 쉽고, 좀 더 수월하게 배우고 싶다면 《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를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게 고맙다
전승환 지음 / 허밍버드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회, 가족, 친구 등 유독 관계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멍든 심신을 위로하고자하는 움직임도 보이는데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에서 100만 독자의 감성을 어루만져준 '책 읽어주는 남자'의 마음처방전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초판 한정으로 수록된 'BOOK MAP'과 흔히 버려지는 띠지를 엽서로 활용한 아이디어로 돋보입니다. 띠지 엽서는 선물용 작은 엽서로, 때로는 나에게 주는 편지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네요. '나에게 쓰는 편지'는 토닥토닥 우체통을 이용하면 1년 뒤 다시 보내주는 프로젝트도 있어 재미있습니다.  《나에게 고맙다》의 띠지는 버릴 수 없는 소품이 됩니다. BOOK MAP은 5년 동안 '책 읽어주는 남자'가 소개한 1,000 여권의 책 중 엄선한 추천 도서 100권을 나라별로 지도에 표시했는데요. 책 뒤편에 별책부록으로 담겨 있습니다. 몽글몽글 감수성이 피어나는 책 《나에게 고맙다》과 함께 촉촉하고 시원한 한 여름밤을 보낼 설렘이 기대됩니다.

 

작은 돌들이 모여 흐르는 강을 막는 댐이 되듯,

즐겁게 흘려보내기도 모자란 우리네 인생을 걱정이라는 돌로 막지 말자.

걱정은 이제 그만,

걱정의 돌은 그냥 던져 버리면 그만이다.

p256

 

 

 

 

 

바쁜 하루 동안 나 자신을 돌아볼 때가 언제인가요? 떠밀리다시피 올라탄 전철 문에 비친 내 모습인가요, 폭풍이 몰아친 업무 스트레스 속 짬을 내 들어가 본 SNS 속 내 모습인가요, 아니면 더위에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내 모습인가요. 우리의 24시간은 누구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 건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잠시라도 짬을 내 '수고했다'라고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여유가 버거운 하루, 당신은 어떤 위로를 원하세요?

 


 

SNS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쇼핑, 식당, 여행지 등에서도 사진 찍기가 필수가 되었습니다. 스스럼없이 책장을 넘기던 그때, 대에 나는 무엇을 찍고 있었는지 반문하게 합니다. SNS에서 좋아요 수를 늘리려고, 나중에 생각나면 보려고, 같이 오지 못한 누군가를 위한답시고 사진을 찍고 있는 내 모습. 과연 나는 그때 그 상황을 의미 없게 보낸 건 아닐까요.

그렇다. 우리는 지금 너무 작은 화면 속의 모습만 보고 실아가고 있다. 마치 그 속에 내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것이 있는 것처럼.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느라 눈을 마주칠 기회를 포기하고, 멋진 풍경을 봐도 카메라로 그 풍경을 찍기에 바쁠 뿐 그 자리에서 여유롭게 주의를 둘러보고 감상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실 스마트폰으로 풍경을 찍는 사람들은 실제 그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없다. 스마트폰의 뷰 파인더에 들어간 세상만큼만, 딱 그만큼만 볼 뿐이다.

P217

 

​책 읽어주는 남자가 건네는 따스한 말 한마디와 토닥거림이 작은 위로가 되는 여름 날입니다. 타인의 상처는 크게 생각하면서 정작 내 마음은 잘 다독여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수고했어 오늘도, 괜찮아 다음에는 더 잘할 거야, 늦어도 괜찮아. 넌 이미 충분해! 이 모든 말을 자신에게 먼저 해주는 날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반적이지 않은 일상을 살고 있는 세 자매, 유복하게 자란 유년시절, 성과 음주에 자유로운 사고방식 그리고 따뜻한 집.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트레이드 마크를 조금, 열거해 보았습니다. 이 부분이 에쿠니 가오리의 팬이 되기도, 나와는 맞지 않는다며 책을 덮어버릴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가끔 독특함을 맛보고 싶을 때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찾게 됩니다.


아사코와 엄마가 음악을 듣고 있는 2번가 집 현관에는 오늘 밤에도 아빠가 손수 쓴 가훈 액자가 소리 없이, 그러나 당당하게 걸려 있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P356

소설 속 등장인물은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입니다. 현대인에게 '관계'만큼 어려운 게 있을까요. 거의 대부분의 불신과 싸움은 타인, 가족, 친구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믿지 못하거나 너무 믿었다가 배신당하거나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도 하는 힘도 '관계'입니다. 관계에 힘들어하는 현대인에게 처방전을 써주는 것 같은 제목.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는 2번가 집의 가훈을 요약한 제목입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그때를 모르니 전전긍긍하지 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하는 뜻의 가훈을 세 자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죠.

 


남자는 밤의 깊이를 시계로 밖에 잴 줄 모른다. 

세 자매의 각기 다른 사랑의 접근 방식을 에쿠니 가오리만의 문체로 시니컬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감성을 촉촉하게 하는 문장을 만나는 호사도 누립니다.


첫째, 아사코는 남편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지킨다는 다소 위험한 합리화로 곪아가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영역에 어긋나는 일상에 분노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아사코는 사랑한다고 느끼며, 행복하고 안정된 일상을 이룬다는 과대망상에 빠져 있죠.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캐릭터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용기와 과감한 결정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캐릭터입니다.

둘째, 하루코는 엘리트로 유학까지 마치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커리어 우먼입니다. 소울 메이트급의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지만 스스럼없이 옛 동료와 사랑을 나누고, 일상 속에 파묻히길 좋아하는 캐릭터인데요. 여전히 남자친구 구마키를 원하지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확인하고 냉정하게 돌아섭니다. 평범함을 꿈꾸지만 위장한 평범함이 결국 화근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막내 이쿠코는 막내답게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아웃사이더입니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언니들 틈에 끼지 못하자 괴상한 방법으로 남녀관계를 파악하기도 하고, 친구와의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갖지만 전혀 죄책감은 없는 아이.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악의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 경계가 모호한 이쿠코는 이웃집의 전형적인 현모양처 아줌마를 동경하며  훔쳐보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아줌마의 아들을 소개받아 (남들이 말하는)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들의 점점 사랑의 온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는 흐뭇함도 재미 중 하나죠.

 

소설 속 세 자매의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이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리트머스지에 서서히 용액이 물들어가는 것처럼 자매들의 남녀관계에 빠져들게 됩니다. 상처받고 어려운 일에 당도했을 때도 '즐겁게 살자'라며 깊게 고민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퍽 부럽기도 했고요. 물론 자매들의 생각이 얕거나 막산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다만,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된 일도 아니지만 생채기를 내며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살아온 날보다 더 많은 날을 살아갈 모두에게 제목처럼 고민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자의 글쓰기 - 단순하지만 강력한 글쓰기 원칙
박종인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블로그 기자를 하다 보니 매번 글쓰기에 갈증을 느낍니다. 어떻게 하면 더욱 재미있고 간결한 글쓰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는데요. 더 좋은 글을 위해 강의를 들으려던 찰나 《기자의 글쓰기》란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뭄에 단비처럼 많이 첨삭 받고, 어떤 방향으로 팩트를 전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당황스러운 기사를 접했습니다. 요즘 젊은 층은 SNS의 짦은 글에만 익숙해져 긴 길은 대필한다고 합니다. 자소서부터, 아버지에게 보내는 사과문, 호소문, 탄원서, 편지, 결혼 초대장까지 종류도 각양각색이더군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종이신문과 책은 사라진다라는 위기를 비웃기라도 하 듯 글쓰기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깊은 사고와 논리를 반영한 글쓰기는 더욱 우리들을 괴롭힙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여러 사람들에게 현직 기자가 전하는 악마도 반하게 만드는 글쓰기 방법을 소개한 책이 《기자의 글쓰기》입니다.

 

 

 

글쓰기의 철칙!

첫째, 글은 쉬워야 한다. '의', '것'좀 빼고 쓰자. 즉, '입말로 쓰기' 원칙을 지키자. (입말: 하듯이 씀)

둘째, 문장을 짧아야 한다. 짧은 문장에서 느껴지는 리듬감을 느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소리 내서 읽어보자.

셋째, 글은 팩트다. 주장은 팩트, 사실로 포장해야 한다.

일단 책 자체가 간결하고 정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예시문을 들어 어디 가 문제인지 맥을 정확히 짚어줍니다. 그동안 내가 써왔던 수식어, 중복어, 자신감 없이 썼던 문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첨삭 지도를 받는 제자로 돌아간 듯, 선생님의 훈계와 가르침에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  '퇴고'인데요. 아무리 신의 계시처럼 써 내려가던 글도 다음 날 읽어보면 동네 개가 짖는 소리입니다. 낯 뜨거운 글을 따끈하고 재미있는 글로 재가공하기 위해서는 퇴고의 퇴고를 반복해야 합니다. 수정을 통해 멋진 글은 완성되니까요. 책 속에는 저자가 퇴고하는 방법을 소개해 두었습니다.

① 글을 끝내고서 30분을 쉬었다가 자기가 원하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소리 내서 읽어본다.

② 다시 읽는 과정에서 장식적 요소를 덜어낸다. 수식어를 덜어내고 문장에서는 뼈대만 남기고 살은 과감하게 없애본다. 부사어와 관형어 같은 수식어를 줄이고 내용면에서는 주제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부분부터 없애본다. 한 문장씩 토막내 단문으로 만들 부분은 없는가도 점검한다.

③ 주제 관련된 팩트, 사실을 채워서 보충한다. 동시에 내가 쓰지 못한 팩트는 없나 점검한다. 보충할 팩트가 있으면 이를 채워 넣는다.

④ 쉬었다가 다시 읽고 고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고 정해놓은 첫 번째 독자에게 그 글을 읽에 해 평을 받는다.

⑤​ 비로소 글이 완성된다.


 

 

 

사진에 나와 있는 문장대로 어렵고 모르겠으면 그냥 저 네 가지만 지켜도 괜찮은 글이 된다는 말씀.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글쓰기 재주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닌, 꾸준한 쓰기, 다독, 퇴고의 퇴고를 반복하는 수정 등 여러  과정을 거쳐 탄생합니다. 이 책 한 권 통독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글쓰기가 늘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위에 소개된 글쓰기 수칙들은 100% 맞다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부분은 취하고 자신의 글쓰기 비법으로 가공하면 100% 나만의멋진 글이 탄생합니다. 자, 이제 조금 가닥이 잡히나요? 이제부터 간결한 글쓰기 한번 시작해 보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