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세계사 -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술이 빚어내는 매혹적인 이야기
마크 포사이스 지음, 서정아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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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영혼을 위하여!

 

마시고 완전히 취하라!

 

술 좋아하세요? 회식, 뒤풀이, 파티, 축하연, 가족모임, 그리고 혼술. 한국 사람들도 술 하면 빠질 수 없는 애주가들이죠. 이렇게 전 세계인의 행복과 슬픔을 함께 하고 있는 친구 '술'에 대한 역사적 재미도 알아가면 어떨까요?

 

책은 역사상 특정 시점을 선택하여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만취하게 되었는지 살핍니다. 전 세계적 공통 현상인 음주문화는 나라별, 시대별, 장소별 다양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술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숨겨져 있습니다.

저자는 만취야말로 인류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라고 단언하는 '마크 포사이스'가 집필한 교양 세계사입니다. 절대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고 술이 끼친 세계사를 짚어줍니다. 이토록 흥미로운 독서라니요. 오랜만에 즐겼습니다.

 

음주문화에 관한 상식 중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간마큼 술을 잘 마시는 포유류가 있을까요? 정답은 '말레이시아 나무 두더지'입니다. 이들은 발효된 야자 꿀을 주식으로 삼아 진화했는데요. 포도주 아홉 잔을 마시고도 쌩쌩한 상태라고 합니다. 포유류가 음주를 했든 인간도 술을 마시도록 진화했죠. 물론 노동 전후를 위한 주식이기도, 사회적 관계를 맺기에 도움받는 음주문화로 발전됩니다.

 

신화나 성경 서사도 술과 닿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집트 신화 속 맥주의 '닌카시'와 섹스의 여신 '이난다' 언급도 빠질 수 없습니다. 고대 이집트인에게 술은 성생활을 의미했으며 이 둘은 음악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죠. 신화 속에 술 마시는 장면, 술의 여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때는 진탕 마시고 인사불성인 것, 토하고 또 마시는 일이 흉이 아니었으니까요. 어째 좀 부럽나요?

 

수메르 문명은 맥주와 함께 했는데, 요즘 같은 맥주와는 달랐습니다. 거품이 이는 보리죽에 가까우며 표면엔 단단한 찌꺼기가 잔뜩 떠 있었죠. 그래서 맥주를 시키면 제공되는 두 가닥의 밀짚으로 걸쭉한 표면을 뚫고 액체를 마셨다고 합니다. 이는 푸아비 여왕 원통형 도장에 새겨진 그림을 짐작할 수 있는데, 과연 어떤 맛일지 도수는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군요.

 

그러다 고대 그리스에서 음주는 이상하고 미묘한 일이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되었고, 술에 취하지 않아도 안되었죠.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술에 취해도 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심포지엄에서 꼭 필요한 미덕이었기 때문입니다. 아테나 사람들은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술을 마셨습니다. 심포지온에서 실수로 술에 취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모두가 술잔을 비워야 채울 수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 초기에는 매우 엄격하고 금욕적인 곳이었습니다만.그리스 문화의 전파로 우리가 생각하는 퇴폐적인 로마가 생성되는데 일조했죠. 그리스에 심포지온이 있었다면 로마에는 콘비비움이 성행했는데요. 그리스와 다른 점은 여성이 참석할 수 있는 연회였다는 겁니다. 부를 과시하는 자리이자 계층을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좌석 배치, 노예, 포도주의 품질과 양, 음식, 술잔, 술잔을 던지는 곳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임이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로마인들은 노예를 외모로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개인 차원의 노예 해방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몸값이 비싼 노예는 가난한 손님을 업신여기기도 하죠. 중요하지 않은 손님은 주인과 가장 먼 곳에 누워 못생긴 노예와 짝을 이루고, 저품질은 포도주와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상한 계급사회였습니다.

 

기독교는 최후의 만찬을 통해 음주를 장려합니다. 예수가 포도주를 마시고는 사도들에게 술을 마시라고 명했던 것이 성창식의 기원이기 때문이죠. 중세 수도원은 대놓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공식화된 장소였으며 가장 안전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게르만 사람들은 술에 잔뜩 취해야 솔직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에 만취 상태에서만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역시 취중진담이 맞는 이야기일까요?

 

책은 인류 문명과 정착과 함께한 음주와 만취의 역사를 재미있게 다룹니다. 술을 좋아지지 않는데도 어쩌면 이렇게도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인지 킥킥거리면서 손에서 놓을 수 없었거든요. 대충 그린 듯한 그림 또한 흥청망청 마시다가 패가망신, 인생 끝장낼 수 있는 삶을 경고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영장류 조상이 살던 때로부터 금주법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술 사랑을 탐색하며 그 과정에서 생겨난 궁금증들을 해소해 나가고 있습니다. 술은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이자, 해소, 즐거움입니다. 마침 오늘은 불타는 금요일이군요. 오늘도 어디서 만취인멜로디를 흥얼거리기 전에 자제할 수 있는 이성을 조금만 남겨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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