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인간의 삶에 자생하는 고유의 색, 한국적인 미를 상징하는 고매한 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연으로부터 채취한 천연의 색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사람들, 그들은 자연에 물들인 천연의 빛깔로서 삶을 대변하기도 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 중의 하나로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색깔이 지닌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자연에 손과 발을 담그면서 물들어간다. 바로 천연염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천연天然, 이것은 순수하고도 청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신비로운 단어임이 틀림없다. 하늘천과 그러할연이 절로 어우러진 천연이니, 이는 곧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하늘의 뜻이 실렸음을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인공적으로 건설된 세상을 사는 우리로서는 천연자원이 고결하고도 영원불멸한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시시때때로 가공과 변질의 과정을 거치는 첨단 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인간의 삶은 자연 친화적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한시름 놓아도 될 무렵이 되어서야 자연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과 상생하는 삶은 고결한 것이라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부족한 삶이 될지라도 그 상생의 줄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스물넷, 뉴욕 디자이너의 길을 과감히 포기하고, 한국의 색을 찾아 365일 순수와 열정의 시간을 모국에 바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아, 그녀야말로 색에 미친 청춘이었나. 천연의 색을 찾아 떠나는 그녀의 기나긴 여정이 결코 순조롭지만은 않았을 것이나, 지금 우리에게 <색에 미친 청춘>으로서 당당히 한국이 지닌 천연의 색을 보여주게 되었으니, 이보다 눈부신 결실이 또 어디 있으랴.

 

 

 

 

「"결론은 자연이야. 앞산에 펼쳐지는 계절에 따른 색의 변화. 여기서 볼 수 있는 산색의 변화가 얼마나 기막히게 예쁜지 아세요? 저 색들을 내보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되죠. 그런 유혹이 안 들겠어요? 염색이라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결국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자연, 자연의 색. 귀결은 그것인 것 같아요. 색이 주는 매력이 굉장히 커요."」- 본문 중에서

 

<색에 미친 청춘>은 한국의 천연빛깔을 채취하는 사람을 찾아 떠난다.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천연염색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수집한 자료와 자신의 생각을 결합하여 '오방색'과 '오간색'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백색, 청색, 황색, 적색, 흑색으로 이루어진 오방색을 통해서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시대를 이상적으로 펼치기도 하는데, 색에 얽힌 우리 민족정신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다시 우리가 지녀야 할 인생철학과 이어지기 때문에, 천연의 색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고유한 빛깔임이 틀림없음을 확신하게끔 한다. 그것은 곧 희로애락이 지닌 개별성임과 동시에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통일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연의 색으로 의식주를 물들이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색깔이 가진 힘은 하루하루를 기름칠한 자전거 바퀴처럼 매끈하게 돌아가게 해준다. 색은 이미 고상하고 추상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나라와 도시, 그리고 동네의 전경처럼 구체적인 어떤 것이다. (…)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나만의 색을 찾을 것인가? 아니 누구에게서, 어디서, 제대로 된 색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을까!"(p.14) 나는 이 책을 읽고 색이 사라진 건조한 세상을 상상해본다.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존재들로 가득한 세상을… 때로 사람과 사물은 본래 지닌 기능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대변하는 색이 곧 그들로 하여금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천연의 색으로 자신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머지않아 자신도 천연의 미를 지닌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확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색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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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2-01-1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