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서 후속작인 <경제학 콘서트 2>를 선택하는 데 있어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나의 경험을 별개로 치더라도, 목차에서도 알 수 있지만, <경제학 콘서트 2> 역시 흥미로운 읽을거리들이 많아서 책읽기가 후회스럽지 않았을 것 같다.

2장은 게임이론을 설명하는데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시작하여 세계 포커 챔피언을 먼저 소개하였다. (어찌 한눈을 팔 수 있으랴.) 도박사들은 그렇다고 쳐도 경제학자들과 수학자들이 포커 전략을 연구한 사실이 놀라웠다. 포커 이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게임 이론이 만들어졌다는 것도 놀라웠다. 수학 천재인 폰 노이만이 수학의 원리로 포커의 비밀을 풀어내고자 애썼고, 자신의 믿음을 토대로 게임이론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폰 노이만이라니! 시쳇말로,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속으로 외쳤다.

9월 3주 신간 중에서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이 압도적이었다. 이 책은 다름 아닌 수학 천재, 컴퓨터 발명가인 존 폰 노이만의 전기. 9월 초에 국내 관객 3백만을 돌파한 영화 <오펜하이머>에서도 그의 명성을 다시 알린 바가 있다. (나는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다. 그가 주인공이 아닌데 얼마나 비중 있게 다뤄지는지 모른다.) 한편으로, 9월 2주에 일론 머스크의 전기가 신간으로 나오면서 매스컴은 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두 전기의 출간일자가 인접한 때문일 테지만, 매스컴은 일론 머스크와 폰 노이만을 비교하기도 하고, 둘의 공통점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냥 참고할 뿐이다.

그나저나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이 다음에 읽을 책으로 낙점해볼까. 책값을 보고 어두운 예감이 들지만, 무게감이 있는 책인 것 같다. 무려 576쪽이다. 참고로, <일론 머스크>는 760쪽이다. 이 정도면 거의 벽돌책이어서 감히 들지 못하겠다. 들었다가도 곧장 놓고 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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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노이만 ^^

우리의 삶은 속임수와 자잘한 기만술 그리고 상대가 내 행동을 어떻게 예측하는지에 대한 탐색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이 내 이론에 나오는 게임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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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후 전 세계 언론은 매일 전쟁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고,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긴급하게 특파원을 파견해서 현장감 있는 보도를 앞다투기도 하였다. 1년 6개월이 지나면서 전쟁은 교착 상태로 향하고 있다. 이제 국내 언론사한테는 단편적인 국제뉴스로 전락되고 말았다. 어쩌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한테서 잊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크라이나 전쟁을 키워드로 삼고 최신 신간을 정리해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부>는 2021년 전쟁이 발발하기 전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훈련부터 전쟁이 발발하고 전개되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저자인 고이즈미 유는 일본 내 대표적인 러시아 군사·안보 전문가로 손꼽힌다고.

메데아 벤저민과 니컬러스 데이비스가 지은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 저자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벌이고 있는 전쟁을 이분법적인 방식이 아닌 평화와 종전을 위한 관점에서 전쟁의 기원과 배경, 현재 상황을 전달한다.
원서 제목은 War in Ukraine: Making Sense of a Senseless Conflict . 원서는 2022년 11월에 출간되었다. 한국어 판에는 저자들이 원서 출간 후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된 상황을 더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제목의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는 우크라이나 태생 12 세 소녀인 예바 스칼레츠카의 일기.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히르키우를 떠나 헝가리를 거쳐 아일랜드까지 피난길에서 경험한 전쟁의 비극과 일상의 혼란을 담았다.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이해영 교수 역시 지난 2월에 출간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를 통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받아들여서 아니 된다고 주장하였다. 

지난 2월에 출간된 책 중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렇게 봐야 한다>가 있다. 러시아에서 외교관으로 11년간 근무한 러시아 전문가 박병환 유라시아전력연구소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언론에 기고한 기사들을 모은 책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은 이러하다.
*편향된 시각을 버리라
*국익을 우선시하라
*지정학적 조건을 유리하게 활용하라
*균형 외교와 세계 평화를 추구하라

작년 6월에 출간된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태평양 전쟁 시리즈를 저술한 권주혁 박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한 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기원을 다룬 책도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의 기원을 찾아서>를 지은 구자정 박사는 근현대 유럽사 전공자로 미국과 러시아에서 관련 조사를 해왔고, 국내 몇 안 되는 우크라이나 관련 연구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정치 지형을 바꾸어 놓을 만큼 파장이 큰 탓에 정치인들, 많은 학자들, 유명인들이 저마다 의견과 해법을 내놓고 있다. 편향되고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기획된 <세계의 석학들, 우크라이나를 말하다 - 촘스키 편>이 작년 9월에 나왔고, <세계의 석학들, 우크라이나를 말하다 - 키신저 편>이 올해 9월에 나왔다. 저자인 김선영은 러시아 문학 박사로 2002년 민간 차원의 러시아교육문화센터 뿌쉬낀하우스를 설립하여 러시아어 교육, 러시아 문화 확산, 러시아 교육 및 문학 서적 출판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 대통령이 수여하는 국가 훈장인 ‘푸쉬킨 메달’을 수훈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을 때 문득 불편한 진실 하나를 떠올렸었다. 아버지는 러시아인,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인, 아니면 그 반대인 가족이 있지 않을까.
현실에서 그런 가족이 분명 있으리라 싶었다. <루스터 하우스> 저자가 바로 그런 가족 중 하나였다. (투비컨티뉴드 노트를 따로 작성하였다. )

우크라이나 국민은 포화 속에서 목숨을 걸고 일상을 보내며 침공에 맞서고 있다.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은 안드레이 클류치코 등 6인의 자원봉사자를 만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북부 히르키우주에 거주하는 안드레이 클류치코는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3월 초부터 방탄조끼와 헬멧 차림으로 거리로 나섰다. 노인,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식료품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많을 때는 하루에 80∼100건 배달했다. 한 친구는 음식 배달 후 돌아오는 길에 폭탄 파편을 머리에 맞아 사망했다고. 그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모두가 서로를 돕는 것을 보았다. 위험하다고 해서 멈추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다. 그는 2019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제6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코미디언 출신’이어서 전쟁이 터지면 도망치듯 망명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망명 대신 ‘셀카 생중계’로 결사 항전의 의지를 다졌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국민과 전 세계를 상대로 수많은 연설을 하면서 러시아 침공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전시 지도자로 부상했다. 2022년 미국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정신’을 선정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항전 연설문 중 19편을 엄선한 책이다. 자신이 직접 연설문을 고르고 책의 서문을 썼다고 한다.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전쟁은 우리가 끝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관해 지치지 말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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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번 버스의 기적>, 제목과 표지만 봐서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기적’이라고 하니까 실낱 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표지를 넘겨 보았다.

첫 장면은 1962년 4월. 클래펌 커먼 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줄에 서 있는 한 여자가 버스에 타고 있는 남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자는 88번 버스에 탔고 남자의 시야에서 잠시 사라졌다가 남자의 오른쪽에 자리를 잡는다. 여자가 눈을 감고 있은 채 꼼짝 않고 있고 남자는 여자 몰래 흘끔흘끔 훔쳐본다. 그러나 남자의 행동은 이내 들키고 만다. 그러면서 둘의 대화가 시작된다.

배우가 되기를 소원하지만 아버지의 바람대로 살고 있는 남자. 화가를 평생 직업으로 여기는 여자는 화가를 반대하는 집을 뛰쳐나온 미대생. 남자는 친구가 추천한 책을 손에 들었으나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읽고 있는 책인데도 저자 이름을 제대로 대지 못한다. (나도 작가의 이름을 모르고 있음을 깨닫고 확인해 보았다. )

여자는 버스 안에서 즉석 스케치를 즐긴다. 처음 만난 남자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남자는 자신을 그려준 데 보답하고자 읽고 있는 책을 즉석에서 선물한다. 저자의 이름이 낯선 책에 흥미를 잃었다면서. 그리고 주말에 내셔널 갤러리에서 데이트 하자고 용기를 낸다.

“”“
버스가 화이트홀에 닿자 트래펄가 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진심으로 미술을 배워보고 싶으면 시작하기 제일 좋은 곳이 바로 여기예요.˝
버스가 넬슨 기념탑 앞에서 좌회전할 때 여자가 말했다.
˝트래펄가 광장요?˝
˝아니, 내셔널 갤러리요.˝
”“”

6월부터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이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나도 가보고 싶지만 때를 맞추지 못했다.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은데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주말 시간대의 입장권이 매주 매진이었다. 입장권을 구입하기가 어려우니 초반에 생겼던 관심이 점차 시들해지다가 이래저래 밀리고 어느덧 잊고 말았다.

지난 주말에 아내는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에 갔다. 남쪽 지역에서 생활하는 친구들과 몇년만의 모임을 가지면서 한 친구가 문화생활이 고프다는 말에 미술관을 구경하기로 일정을 잡았다며 마침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이어서 너무 좋다고 했었다. 지난 달에도 표를 구하기 힘들었다고. 이번 주말에도 매진이라고. 그런데 한번 본 걸 또 볼 필요는 없단다. 안타깝다, 그래도 웃음을 지었다.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을 보고 싶지만 아내와 동행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그렇지, 이게 현실이지!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 특별한 날이 되는 마법처럼 도르르… 다시 소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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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화이트홀에 닿자 트래펄가 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진심으로 미술을 배워보고 싶으면 시작하기 제일 좋은 곳이 바로 여기예요."
버스가 넬슨 기념탑 앞에서 좌회전할 때 여자가 말했다.
"트래펄가 광장요?"
"아니, 내셔널 갤러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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