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주의보로 예고된 무더위가 아침부터 기승을 부린 날이다. 쉬이 지치다보니 그늘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무기력감으로 하루를 다 보낸 것 같다. 그 와중에도 음악을 들으면서 적잖은 위안을 얻었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짧지만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를 위주로 뽑아보았다. 그 후보는 이랬다.
1. 카치니, 아베마리아
2.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3. 빌라-로보스, 브라질 풍의 바흐 제 5 번 중 아리아
4. 푸치니, 허밍 코러스
아베마리아를 골랐다. 보칼리제 풍으로 노래하는 카치니 아베마리아가 오늘은 유독 끌렸다. 추가로,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제 1 권의 첫 번째 곡인 전주곡의 선율을 빌어다 성모송 기도문을 가사로 삼은 구노의 아베마리아도 들었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는 자주 심금을 울린다. 공전의 히트곡 Time to say goodbye 뿐만 아니라 아리아도 그렇다. 어려서 천성적인 녹내장을 앓았고, 축구 시합 도중 공에 맞아 실명하는 바람에 연주회장에서 검정색 안경을 끼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그만의 진지함이 배어있다. 유레카 님의 표현을 빌자면, 귀로 보는 성악가이다.
구노의 아베마리아는 캐나다 출신 팝 싱어 셀린 디온의 노래로 들었다. 그녀의 히트곡 The Power of Love 뿐만 아니라 안드레아 보첼리와 듀엣으로 노래한 The Prayer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녀가 불러 감동을 선사한 크리스마스 캐럴 Feliz Navidad를 잊지 못한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가 제일 유명하다. 카톨릭 교회의 성모송에 충실한 형식과 함께 선율이 아름답다. 구노의 아베마리아 역시 그러하다. 반면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는 가사가 단순하고 종교적 색채가 옅은 편이다. ˝아베마리아˝만을 반복하는 가사와 보칼리제 풍의 선율이 전통적인 아베마리아와 다른 느낌을 준다.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는 카치니의 곡으로 알려져서 더욱 유명해졌지만, 위작임이 밝혀졌다. 실제 작곡가는 구 소련 출신 블라디미르 바빌로프(Vladimir Vavillov, 1925~1973)이다. 그가 1970 년에 작곡하여 작가 미상이라고 발표하였는데 그가 죽고난 다음 동료가 카치니 곡이라고 주장하면서 현대 작곡가의 곡이 르네상스 음악으로 탈바꿈하였던 것이다.
줄리오 카치니(Giulio Caccini, 1551-1618)는 16 세기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작곡가이다. 기존 다성 음악에 반발하여 고대 그리스 음악에 뿌리를 두는 새로운 음악으로 단선율(monody) 노래 형식을 발전시킨 주체이기도 하다. 초기 오페라 발전에 기여한 바도 크다.
보칼리제에 허밍 코러스까지,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종일 흥얼흥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