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되면,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느 때보다 자주 듣게 되는 노래 중에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있다. 시크릿가든의 연주곡 ‘Serenade To Spring’이 원곡으로, 한경혜가 가사를 붙이고, 바리톤 김동규가 편곡해서 선보였다. 곡의 제목 때문에 그리고 노랫말 때문에, 우리나라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가을이면 유독 생각나는 (국민)애청곡이 되었다. 바리톤의 나즈막한 목소리로 듣는 감미로운 선율은 가을날 따스한 햇볕이 쏟아지는 풍경 속에 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원곡은 봄 노래에 속하지만, 우리한테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익숙한 가을 노래가 되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중에 비발디의 <사계>가 있다. 정확히는, 12 곡으로 구성된 협주곡집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 Op.8 중에서 제 1 번부터 제 4 번까지에 해당되는데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제목이 붙여졌다. 4 곡의 협주곡을 구성하는 매 악장마다 그 계절을 묘사한 시(소네트)가 있기 때문에 시의 내용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라 여겨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곡씩 골라들으면서 음악감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작년 이맘때 나도 비발디 <사계> 중 <가을>을 즐겨들었다. 올해, 10 월에, 이 멋진 날에, 다시 가을을 맞아 찾아서 듣는 <가을>은 수확의 기쁨과 같은 음악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음악의 즐거움은 질리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는다.

음악은 환경과 시기에 따라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어떤 계절이 되면 그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고 반대로 어떤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시절, 그 계절이 연상될 때도 있다.[1]

이러한 느낌을 기준으로 계절별로 듣고 싶은 클래식 음악들을 정리해 보면 어떨까. 이런 아이디어를 살려 오재원은 『필하모니아 사계: 교양인을 위한 클래식 산책』(아름다운사람들)을 지었다. 저자는 계절에 따라 음악을 분류하였고, 독자들이 골라 들으면서 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누리기를 당부한다.

오재원의 『필하모니아 사계』는 2010 년에 발간되었으나 한동안 절판되었다가 2017 년에 『필하모니아 사계 1: 365일 클래식을 듣다』(이음앤)로 재출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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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필하모니아 사계』 서문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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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6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6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10-16 1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크릿 가든 과 김동규가 함께하던 첫 내한 공연을 예술의 전당에서 봤어요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ㅡ는 바리톤 혼자 부른 것도 괜찮지만 전 소프라노와 함께 부른 버전을 더 좋아해요 . ^^ 그 당시 발매된 음반에 실린 ~ 듀엣 곡 ㅡ ㅎㅎ 넘 예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