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보 성향이다. 안정을 지향하는 보수의 가치를 인정하지만, 유토피아 같은 세상을 꿈꾼다. 그래서 19대 대통령 후보 중 심상정을 지지한다. 다음으로 문재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이상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이 탄핵된 지금, 거의 무정부 상태나 다름 없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정권 교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현실만 바라본다면, 심상정보다 문재인한테 투표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여기서 고민이 생긴다. 나머지 후보들 중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면 정권 교체는 커녕 기득권 수구 세력을 단죄하는 기회가 유야무야 사라질 것 같기 때문이다.
지난 토론회에서 문재인은 (군대 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답변을 짧게 했다.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저렇게 걸려들어 당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질문의 문맥 내에서, 군대 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답변이었다고 하루 빨리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해명이 없다. 오늘 문재인의 기자회견장에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기습 시위로 동성애 반대 발언을 항의하는 행동에 나섰다고 한다. 그들이 얼마나 상심이 컸으면… 충분히 이해는 된다. 평소 세인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성소수자의 처지가 대선 정국에서 한 정치인의 발언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듯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그러나 최대한 양보해서 좀더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동성애 반대를 표명하면서 반대를 유도하는 질문을 던진 후보한테 왜 항의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굳이 문재인을 반대해서 당장 그들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것도 얻지 못하면 반대를 성토한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정권 교체를 부르짖는 후보를 쓰러뜨리고 보수 정권이 계속 지속돼서 성소수자 차별을 없애지 못하고 법제화에 제동이 걸려도 된다는 것인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니까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평소와 다른 대응으로 그들이 과격해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도 알겠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에서, 최선이 아니라 해서 최악을 선택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는 절대 아니 된다. 최악은 조금도 생각하기 싫다.
한편, 자유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소속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반문 연대 후보 단일화를 거부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단일화를 위한 물밑 작업은 어느 때보다 활발한 것 같다. 바른정당이 새벽까지 비상대책회의를 열어서 반문 연대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것을 보면 막판 뒤집기를 바라는 보수 진영의 염원이 더 이상 감추어지기 어렵다고 본다. 대통령 선거일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았다. 그동안 그들이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다고 의심을 거두지 않기에 그들의 말에서 믿음을 가지지 않겠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변화를 거스르지 않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여야 민주 사회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수구 세력과 기득권층은 다양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종북 프레임과 좌우익 양분법으로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했다. 그 결과로 국민들이 살기 힘든 헬조선이 되었다. 이번에 정권이 교체되지 않으면 민주주의 가치를 확대하기 어렵고, 대한민국은 썪은 물에 빠진 꼴이 되고 만다. 국민들이 살기 편한 세상으로 개혁해야 한다. 후보가 미우나 고우나 정권 교체를 이룰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지지할 수 밖에 없겠다. 국민 대다수가 촛불을 들어 표방한 민주주의 수호 의지와 더불어, 내가 생각하는 시대정신이 부디 실현되기를 기다린다.
만일 수구 세력의 바람대로 반문 연대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문재인 지지로 바꾸는 것을 더 이상 고민하지 않으리라. 만에 하나라도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또한 친문 연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심상정의 지지율이 쑥쑥 오르고 상승세가 계속 이어져서 다른 후보들을 모두 앞지를 수 있다면 무엇보다 기쁠 것이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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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4-29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빠른 해명을 바란 분들에겐 아쉬웠을지 모르지만 4월 27일 문 후보가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밝혔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8&aid=0003864298

홍 후보 작전에 걸려 들어 동성애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밝힌 게 되었지만, 문 후보의 지도자로서의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적인 것과 사적인 걸 구분 못하고 국정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