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악기 조합으로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가 모여 관현악단을 이룬다. 관현악단의 악기 구성을 들여다보면, 그 이름과는 달리, 현악기의 수가 다른 악기군에 비해 많은 편이다. 현악기가 중심이 된다. 거의 모든 음악에서 주 선율을 맡는다. 그리고, 현악기의 대표격은 바이올린이다. 이 말고도 현악기군은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로, 바이올린보다 한 옥타브 낮은 음역은 첼로, 이보다 한 옥타브 낮은 음역은 더블베이스 담당이다.

다시 말해서,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현악기의 하나로, 덩치가 가장 크면서도 가장 낮은 음을 연주하는 악기는 더블베이스이다. 또다른 이름은 콘트라베이스이다. 한편, 콘트라베이스(contrabass)는 악기 이름이기도 하고 최저음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베이스보다 더 낮은 음을 낸다(contra bass)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특정 악기의 이름이 아닌, 한 악기군에서 가장 낮은 음을 내는 파트(part)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더블베이스와 첼로는 악보 상에서 똑같이 낮은음자리표를 사용한다. 그러나 두 악기가 같은 음을 연주할 경우, 더블베이스는 첼로보다 한 옥타브 낮은 소리를 낸다. 따라서 두 배 낮은 음을 내는 악기가 바로 더블베이스, 즉 콘트라베이스이다.

유명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 세르게이 쿠세비츠키(Sergey Koussevitzky), 게리 카(Gary Karr, 1941~) 등이 있다. 특히, 게리 카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를 7 대째 배출한 집안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61 년에 관현악단의 콘트라베이스 독주자로 데뷔했고, 1962 년에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청소년 음악회에서, 게리 카는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를 연주하였다. 이 때 그의 연주에 감동을 받은 쿠세비츠키 미망인은 남편의 유품 악기인 아마티를 그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이후 게리 카는 관현악단에 소속되지 않은 콘트라베이스 독주자로 40여 년간 활동하였고, 2001 년에 은퇴 선언을 했다.

콘트라베이스를 위해 작곡된 작품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게리 카는 다른 악기들을 위한 다양한 작품들을 콘트라베이스에 맞게 편곡해서 연주한 음반을 다수 내놓았다. 특히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Kol Nidrei)˝ 등은 그 중에서도 명연주로 호평을 얻었다.

bookholic 님이, 박종호의 <나의 사랑하는 클래식>란 책에서 읽었다면서 콘트라베이스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악기라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열등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박종호는 <나의 사랑하는 클래식2>(시공사,2006)에서 ˝악기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음악인˝ 제목으로 ˝브루흐: 콜 니드라이_ 게리 카˝를 소개하였다. 책에서 해당 부분을 직접 찾아서 인용한다.

콘트라베이스 주자는 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작곡가들조차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에는 관심이 없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베이스 (콘트라베이스라는 긴 이름을 종종 이렇게 줄여서 부른다)가 어떤 음을 내는지조차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베이스는 그저 그것을 기본으로 그 위에 아름다운 심포니를 올려놓을 수 있는 양탄자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심포니에서 연주할 때도 사람들은 베이스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콘트라베이스는 주로 다른 악기의 소리에 휩싸여버리기 때문에 어떤 관객도 음악을 들으면서 “아, 콘트라베이스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 악기는 “음정이 네 개밖에 되지 않는 팀파니보다도 아래 서열로 취급받는다˝고 그는 투덜거린다. 사실 팀파니 소리는 청중들에게 인상적이다 못해 강렬하지 않은가?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사실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곡을 쓰지 않았다. 콘트라베이스를 독주 악기로 하여 곡을 쓴 작곡가는 몇 사람 되지 않아서 쉽게 나열할 수 있을 정도인데다, 보통 음악애호가가 기억할 만한 명곡은 전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쥐스킨트의 이 희곡 안에서 우리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보테시니를 “최고의 베이스 작곡가”라고 추앙하면서 그의 협주곡을 거론하고 있지만, 사실 이 작곡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명한 실내악곡들 중에서도 베이스가 참여하는 곡은 베토벤의 7중주곡이나 슈베르트의 5중주곡 〈송어〉정도인데, 이 정도가 콘트라베이스가 대우받는 최고 레벨인 것이다.
(박종호의 <나의 사랑하는 클래식2> 59 쪽에서 발췌함)

청중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작곡자들조차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탓에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독주 음악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다른 현악기들은 독주라는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지만, ‘콘트라베이스 독주‘는 어색하다고도 말한다. 콘트라베이스는 오케스트라에서는 매우 중요한 악기이지만, 대중한테는 존재감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게리 카는 열등감에 사로잡히지 않았고, 콘트라베이스 악기의 예전과 다른 관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세계 최고의 더블베이스 독주자가 되었다. (그가 열등감을 겪었는지 사실은 알지 못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가 시련에 굴복하지 않았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도 콘트라베이스가 있었지만, 그가 최고가 된 후에는 독주 악기로서 위상이 이전과 상당히 달라지게 되었다. 수많은 연주자 중에서 그를 특별히 기억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면, 바로 콘트라베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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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4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4-04 2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콘트라베이스의 깊고 아주 낮은음을 듣고 싶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