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구 선생이 쓴 <유신>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얼마전 <장준하 평전>도 구입해 이 책을 읽은 다음 읽으려 하는데, <유신>에도 장준하는 빠지지 않는다. 


장준하는 세명의 청년들과 일본군을 탈출해 임시정부가 있는 충칭(중경)에 갔다. 백범과 임시정부 인사들은 그들을 반겼다. 그런데 그 후의 이야기가 충격적이다. 장준하는 임시정부 내부가 분열된 상태라고 지적하며, '폭탄' 발언을 한다.


(임시정부는 오랜 파쟁에 빠져 있었는데, 정파별로 젊은이들을 경쟁적으로 초청하다 보니 '우리가 환영회 때문에 왔나' 싶을 정도로 환영회는 매일 계속되었다. 격정적인 장준하는 임시정부의 파쟁을 견딜 수 없었다. 임시정부 내무부 주관으로 매달 한 번씩 열리는 강연회에서 단상에 오른 장준하는 이렇게 외쳤다. "가능하다면 이곳을 떠나 다시 일군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번에 일군에 들어간다면 꼭 일군항공대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일군항공대에 들어간다면 중경 폭격을 자원, 이 임정청사에 폭탄을 던지고 싶습니다. 왜냐고요? 선생님들은 왜놈들한테 받은 서러움을 다 잊으셨단 말씀입니까? 그 설욕의 뜻이 아직 불타고 있다면 어떻게 임정이 이렇게 네 당, 내 당하고 겨누고 있을 수가 있는 것입니까?")

글의 출처는 한홍구 선생이 쓴 <유신>이고, 장준하 선생 말의 출처는 장준하가 쓴 <돌베개>이다.


임시정부가 내분 상태라는 것도 놀랍고(아는 게 거의 없어서), 그걸 저렇게 지적하는 장준하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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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락시아 2016-01-2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라를 빼앗기고도 파벌 싸움하는거 보니 한심하네요. 친일파는 대동단결하고, 친일파를 단죄해야 할 임시정부는 갈라져서 싸우고.. 어찌 비슷 하네요.
 
프루프 - 술의 과학 사소한 이야기
아담 로저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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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NCYC는 맥주 양조 컬렉션으로 컸죠. 효모 컬렉션 대부분이 영국 에일맥주 양조장에서 온 걸 겁니다.˝ 이곳에는 4,000개 시료가 있는데, 최대 800개가 맥주 양조 효모다. 1920년대에는 맥주 양조업계에서 만든 기관에서 컬렉션을 유지했다. 1948년 기관이 국유화됐다. ˝우린 맥주 회사와 제약 회사, 일반 대중에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로버츠가 말했다. ˝효모를 필요로 하는 누구에게나 제공합니다.˝

(이 글을 읽고 맥주 가게를 차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주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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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평전을 좋아하는데, 어떤 책은 다시 읽고 싶을 정도로 통찰력 있고 재미있는 반면, 어떤 책은 다시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를 정도로 모호하기만 하다. 이 책은 아무래도 후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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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15.9.10 - no.002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엮음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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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vol.2에 실린 박민규 인터뷰를 읽는다. 인터뷰어는 '배수아'

그 시작


박    어렸을 때 생각이 난다. 그러니까... 여름 이맘 때였다. 숨바꼭질을 하다가 친구 하나와 경쟁이 붙었다. 태어나서 그날만큼이나 지혜를, 또 상상력을 동원한 기억이 없다. 즉 꿈에도 찾지 못할 곳에 들어가 숨고 눈에 불을 켜고 찾고... 번갈아 2:2 정도 스코어를 기록했는데 내가 숨을 차례였다. 둘 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미 해는 떨어졌고 벌레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번에 이긴 사람이 혈투의 승자가 되기로 합의된 상태였다. 나무 꼭대기에 올라갈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문득, 지금 내가,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었다. 입안으로 넘어가던 상추쌈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세 그릇을 먹었다. 그러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깜깜한 창밖에 친구가 울면서 서 있었다. 찾았다 이 새끼 어쩌고... 친구가 말했다. 나는 졌다고 했다.


배    어떤 의미로 하는 얘기인가?

박    지금 내가,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배    우린 지금 막 밥을 먹고 나오는 길 아닌가.

박    면이었다.


무심코 읽다 처음부터 빵 터졌다. 말을 소설처럼 한다.

밑줄 그은 대화 몇 줄 더.


배    채식을 해볼 생각은 없나?

박    경유차엔 경유를 넣어야 한다. 나는 고기와 마늘로 움직이는 차다.


배    우선 당신에게 독자는 어떤 의미인가?

박    매우 미스테리하고... 특별한 존재다. 립서비스가 아니라 역사적인 관점에서 말하는 거다. 어느 시대에나 책을 읽는다는 건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다. 요즘 출판시장이 죽었다. 사람들이 책을 안 본다, 어쩐다, 그러는데... 인류 역사에서 인간이 책읽기를 좋아했던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어느 시대든.


박    예술의 잔인함은 거기서 시작된다. 체육으로 치면 100미터를 20초에 뛰는데도... 그만 내가 육상이 좋아가지고, 사랑은 자유니까... 내가 누구보다 육상을 사랑해가지고 30~40년 육상을 하게 되는 결과가 빚어진다는 거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40년 육상을 했다고... 나는 육상을 위해 살아왔고 나보다 육상을 사랑한 사람은 없다고...

배    오 그렇다. 맞다.


박    예전에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내 인생의 책"을 선정해달라고 했는데 그때 내 인생의 책이라고 써서 보내준 게 뭐냐면 <허슬러>였다.

배    그건 도색잡지 아닌가?

박    그렇다. 내 인생의 책, <허슬러>라고 제목 쓰고.. 표지사진도 붙여서... 왜냐면 알라딘에 표지사진이 없을 테니까. 왜 내 인생의 책인지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나는 어릴 때 책만 펴면 잠부터 밀려오는 소년이었는데 <허슬러>를 통해 처음으로 책을 골똘히, 끝까지 보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 지금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게 알고 보면 다 이 책 덕분이다... (중략) ...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맙소사. 그러고 보니 알라딘에서 그걸 정말 실어줬다. 알라딘 멋지다고 한 번만 말해달라.


배    알라딘 멋지다.

박    고맙다.


궁금해서 글을 찾아보았다. 박민규 사진과 함께 허슬러 잡지가 실렸다. "내 인생의 책은 포르노 잡지 허슬러"라고 기사 제목이 달렸다.

http://www.white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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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퀴, 언어 - 유라시아 초원의 청동기 기마인은 어떻게 근대 세계를 형성했나
데이비드 W. 앤서니 지음, 공원국 옮김 / 에코리브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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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존스 경) 그는 나디야(Nadiya)의 유서 깊은 힌두 대학교로 가서 휴양 오두막을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 교수들 중에서 존경받고 의욕도 넘치는 판디트 한 사람(라말로카나)을 찾아내 힌두 문헌 연구에 몰두했다. 이 문헌 중에는 고대의 종교적 작품으로서 힌듀교의 뿌리인 베다도 있었다. 베다 문헌 중 가장 오래된 <리그베다(Rig Veda)>는 붓다의 생애보다 훨씬 이전에 작성해온 것으로, 아무도 그 정확한 연대를 몰랐다. 

데이비드 W. 앤서니, <말, 바퀴, 언어>, 공원국 옮김, 에코리브르


'리그베다 위키'(지금은 '나무위키')에서 봤던 단어. 리그 베다. 무슨 의미인가 했더니 베다 문헌 중 가장 오래된 경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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