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서서 눌 테야!
이향안 지음, 이영림 그림 / 현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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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인 누비는 요즘 고민이 있다.

학교 화장실이 대대적인 보수에 들어가면서 쉬는 시간 안에 화장실 다녀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로 냅다 뛰지만 화장실은 늘 만원이다.

줄줄이 늘어선 긴 줄, 자기 차례가 되기도 전에 쉬는 시간이 끝날까 싶은 불안에 발을 동동 구르던 누비는 남자화장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남자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던 누비는 개방형 소변기를 보고 엉뚱한 생각을 한다.

서서 눈다면 쉽고 빠르게 소변을 해결할 수 있을거라고 말이다.



책 제목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이 책의 주인공인 누비와 사연은 좀 다르지만 딸아이도 배변훈련을 할 적에 소변을 서서 누려고 했기 때문이다.

껌딱지처럼 붙어 지내는 오빠가 변기에 서서 오줌을 누니 딸아이는 그것도 따라쟁이 흉내를 냈더랬다.

배변훈련을 하던 때이니 실수로 줄줄 오줌이 흘러내려도 그러려니하고 또 말을 알아들으며 자연스레 오빠처럼 서서 눌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남자 형제가 없이 외동인 누비는 초등 1학년이 되고서 다른 성별의 행동에 호기심을 갖게된 경우다. 



'여자는 왜 앉아서 소변을 보고 남자는 서서 오줌을 누어야 하는가?

서서 오줌을 누면 바지를 내릴 필요없이 빠르고 편하게 소변을 해결할 수 있고 속살을 내놓고 공중화장실 변기에 앉지 않아도 된다.

다리를 배배 꼬며 기다리지 않고 급하면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누비는 앞으로 서서 오줌을 누겠단 결심을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누비의 생각과 전혀 다르다.

오줌이 흘러내려 옷이 젖고 친구들에게는 오줌싸개라고 놀림도 받는다.

누비가 엄마에게 고민을 말하자 엄마는 고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그렇지만 누비는 아직 고추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

누비의 머릿 속에서는 다시 빨간 고추와 파란 고추가 떠올려지고 비로소 사촌동생 민성이를 통해 고추의 정체를 알게 된다.

누비의 엉뚱발랄한 생각이 이야기를 유쾌하게 이끌어간다.   

남자애들이 팬티를 안 입기 때문에 바지 지퍼만 내리고 소변을 서서 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고추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파란 고추, 빨간 고추를 떠올리는 누비의 모습은 엉뚱하면서도 귀엽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간 아빠를 몰래 염탐하고 목욕할 때 서서 오줌을 싸는 놀이를 하는 누비의 모습에서 누비의 개구진 마음이 잘 전해진다.

또 동화에는 여자애들이 모르는 남자아이들의 소변 고충을 들려주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니 어느정도 성장한 아이들이 보기에는 많이 엉뚱하지만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겪을만한 생각과 행동들 같다.

이미 어떤 것에 대해 알고 있을 때에 그것은 단순한 사실이지만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이렇게 엉뚱한 상상과 생각이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비의 생각은 과연 엉뚱한 상상이기만 한걸까?

책 마지막에는 진짜 서서 오줌을 누는 세계 다른 나라 여성들의 사연과 앉아서 오줌을 누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고대 이집트에선 여자들이 서서 남자들은 앉아서 오줌을 누었다 한다.

그리고 일본 간사이 지역의 여자들은 어릴 땐 앉아서 누지만 똥오줌을 거름으로 쓰기 위해 커가면서는 서서 누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현재는 성차별 문제, 위생 문제로 서서 오줌을 누는 남자들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라니..

누비의 생각이 엉뚱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식이 혹여 고정관념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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