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 반 됫박 옛이야기 그림책 9
김장성 글, 이윤희 그림 / 사계절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커다란 발 앞에 한 총각이 옷자락을 잡고 늘어져 있고 그 뒤를 승려와 코끼리가 잡아 당기듯 말리고 있는 표지 그림이 재미납니다.
제목 글 가까이에는 좁쌀을 담은 됫박이 넘어져 땅에 엎질러져 있네요.
좁쌀 반 됫박!! 왜 이런 제목일까요?
한 끼의 식사를 차려내기에도 적은 좁쌀 반 됫박이 바로 이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있는 총각이 타고난 복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 총각이 지금 부처님의 옷자락을 잡고 복을 더 달라 통사정을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올겨울, 아이들과 전래동화를 많이 읽고 있는데요...
이 책은 복 없는 총각이 자기의 복을 찾아 길을 떠난 [복 타러 간 총각]/보림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옛이야기들은 대부분 구복설화이기 때문에 살짜기 변형되어 전해지는데요.. 그 근본이 되는 주제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 구성과 그림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 두 이야기책에서 색다른 매력과 재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무장사를 나서면 한겨울에도 갑자기 날이 따뜻해지고 짚신장사를 나서면 마른날에도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참 말로 복 없고 운도 없는 총각이 살았습니다.
자신의 박복함을 탄식하던 이 총각은 서천서역국에 산다는 부처님을 만나 담판을 지어야겠다 결심하고 길을 떠나지요.
그 여정 중에 총각은 외딴 기와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한 아낙네를 만나고 그녀로부터 새 배필을 구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듣습니다.
그리고 이튿날에는 신선초가 피지 않아 신선이 되지 못하는 세 동자승을 만나고 큰 강에서는 천 년이 지나도록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를 만납니다.
이들도 부처님께 그 이유를 물어봐 달라는 부탁을 하지요.
마침내 서천서역국에 도착한 총각은 부처님을 만나고 부처님의 복장부를 보게 됩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복을 적어 놓은 복장부! 그런데 이 총각에게는 좁쌀 반 됫박 뿐이군요.
기가 막힌 총각은 이제 부처님께 매달려보지만 부처님은 "복이란 게 한없는 것이 아니라서 네 복을 늘려 주려면 남의 복을 줄여야 한다고 하면서 갖고 있는 복이라도 남에게 빼앗기지 말고 잘 지키라는 말밖에 안들려줍니다.
결국 자기의 복 대신 다른 이들의 궁금증을 여쭙고 답을 구해 돌아오던 총각은 뜻하지 않았던 큰 복을 구하게 됩니다.

복이 없다고 복을 찾아 나섰다가 총각은 너무나 작고 하찮은 자신의 복 앞에 절망 합니다.
하지만 그 길에서 만난 이들의 부탁을 들어줌으로써 여의주와 금덩이 그리고 천생 배필도 만나 사람이 복으로 갖출 모든 재복과 인복까지 얻게 되지요.
절망 속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신의가 이 총각에는 희망과 복이 되었습니다.
결국엔 부처님의 복장부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지요.

두 페이지에 가득 그려진 복장부 그림이 아이들의 흥미를 돋구었습니다.
반쪽이와 이 총각이 만났던 인물들 그리고 줄줄이 꿴 호랑이, 구렁덩덩 새 선비, 방귀쟁이 며느리, 흥부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아이들이 아는 옛이야기 속 주인공들과 그 결말이 바로 그들의 복이라 하니 쉽게 그 내용을 이해해 가더라구요.
표지에서 나왔던 그림과 부처님의 손바닥에서 울고 있는 총각을 달래는 부처님의 능청스런 표정과 용의 웃음, 색시의 뽀뽀 그림이 아주 유쾌하면서도 재미졌어요.
자기가 가진 복은 아주 작았지만 복을 구해 주려다 복 받은 총각이야기, [좁쌀 반 됫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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