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와 자본주의 - 여성, 자연, 식민지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45
마리아 미즈 지음, 최재인 옮김 / 갈무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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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이 책을 읽느라 머리에 쥐 날뻔 했다. 페미니즘이나 맑시즘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개념의 혼동이 있었고, 간혹 번역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이다. 저자 마리아 미즈는 에코 페미니스트인 모양인데 원래는 맑스주의 페미니즘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이 책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서도 분석의 틀은 기본적으로 맑스주의(잉여가치, 식민화, 임금노동, 원시적 축적, 노동의 소외 등 기본개념과 사적 유물론) 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맑스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문화적, 진화생물학적, 프로이트적, 이데올로기적인 분석에 반대(심지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성인 '젠더<Gender>'라는 용어까지 부정한다.)하고, 경제적 권력구조의 측면을 강조하면서 여성의 억압과 착취구조에는 모두 남성우월적 가부장제가 뿌리내려 있다고 주장한다.(유감스럽게도 전반적 기조가 남성을 여성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맑스주의  페미니즘과 급진적 페미니즘을 절충, 비판 하고 있어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더 가깝지 않나?  )

 

책의 내용은 자본축적(본원적 또는 원시적 축적)을 위한 성별노동분업과 국제노동분업에서 가부장제가 여성을 가정주부화(또는 비생산적, 보조적 역할)하고 억압·착취한다는 것.그래서 이를 깨부수기 위해서는 대안경제와 소비·생산에 대한 자율권을 통해 이러한 자본축적 및 착취구조를 극복하고,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자는 것이 골자다.

 

우리나라도 70년대 후반 동일방직 노동자 투쟁사건(일명 동일방직 똥물사건; 회사측의 사주를 받은 남성노동자들이 알몸으로 저항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똥물을 투척했다.)YH무역 농성사건(가발 제조업체인 YH무역의 부당한 폐업에 맞서 여성노동자들이 신민당사에 농성하던중 경찰의 무차별 폭력으로 노조집행위원장 김경숙이 사망하고 172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연행되었다 이러한 성별노동분업과 국제노동분업에 따른 자본축적과정에서 힘없는 여성이 희생된 아픈 과거가 있으며 현재도 억압과 착취의 정도는 약화되었을지언정 교묘하게 유지되고 있다.(아시아나 여승무원들 미투 폭로; '회장의 기쁨조 역할, 회장이 팔벌리면 달려가 안겨야 한다'는 보도 등을 보라.)

 

그런데, 이러한 가부장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뿐만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맹위를 발휘(마오쩌뚱, 호치민 등은 그렇다 치고, 최근 북한에선 김정은 마저 아버지라 부르며 우상화하고 있는 실정이다.)하고 있다는 그녀의 주장취지를 살리자면 원제 [Patriarchy and Accumulation on a World Scale]그대로 가부장제와 세계적 규모의 (원시적)축적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달라 코스타<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지불요구> 캠페인에 대해서 가사노동에 임금을지불한다고 해도 가정주부의 고립화와 원자화는 여전할 것이다. 임금노동을 완전히 보편화한다고 해도 그것이 꼭 자본주의의 전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소외와 상품생산의 전면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누가 임금을 지불할 것인가? 자본가? 국가? 남편?(100)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 오히려 이 문제를 현재 논의 되고 있는 기본소득개념과 연관지어 국가가 지불해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회사나 공장에서의 고된 노동후의 휴식과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한 가사노동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일정금액의 임금을 가정주부(또는 전업주부인 남편, 1인가정의 가사노동을 겸한 노동자, 더나아가 1인가정의 취업준비생까지)에게 지불해 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개정판 서문, 그녀의 논지에 대한 비판과 그에 대한 다소 어설픈 반박논리를 보면 차라리 이게 더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 부분에서 공정무역제품, 친환경 유기농농산품의 생산과 소비, 1세계와 제3세계 여성의 끈끈한 자매애(sisterhood), 소비와 생산의 자율적 통제를 통한 자급적 삶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실현가능성 뿐만 아니라 설사 이러한 운동이 실현되더라도 이것으로 과연 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전복 또는 극복하고, 인간존엄성이 회복되는 새로운 사회, 국가,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것인지 의문이다마리아 미즈는 이 책에서 하부토대에 굳건히,그리고 은밀히 뿌리박혀 있는 가부장제를 드러내 비판하면서도 극복방안에 대해서는 스스로 부정하고 비판하였던 상부구조의 문화적, 의식적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게 아닌가?  ‘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 ’. 결국, 인간의 욕망은 가부장제 못지 않게 자본주의에 너무 깊이 뿌리내려 있지 않은가?...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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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4-02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100쪽을 다시 살펴봐야겠어요.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집 안의 노동자>, 실비아 페데리치의 <혁명의 영점>과 비교해보고 싶어요. ‘여성의 가사노동 문제’에 대해서 알고 싶은 점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