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 - 미국, 미국 문화 읽기
강인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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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나와서  다소 식상할 수 있겠으나, 도발적인 제목의 이책에는'미국, 미국 문화읽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널리스트이며 미디어학자인 강인규라는 젊고, 소심한 남자의시각에서 본 미국문화 비평서랄까? 


모인터넷 매체에 한동안 연재되었던, 짧고, 예리한 시선의 미국, 미국문화에 대한 글들을 모아논 것이데, 글쓴이의 해박한 지식과 맛깔난 문체가 만나 적은분량으로도 미국문화의 핵심을 잘 짚어낸 것 같다. 저자의 표현방식이나 문체를 흉내내자면 이 책은 스타벅스에서 에스프레소 큰컵을 홀짝이며 편하게 읽을만한 책이다.(세련된 표지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질감의 종이와 사진이 스타벅스의 이미지와 어울리기 까지 하다.)


미국,미국문화를 상징하는 의미로 맥도날드가 아닌 왜 하필 스타벅스일까? 그건 아마 맥도날드의 하락세-패스트푸드의 비만초래 논란과 연이은 소송,진부한 이미지-와 견주어 스타벅스의 새로운 경영기법이나 경이적인성장률, 이전에 커피문화의 상징적 의미가 주는 시사점에서 시작되었으리라 짐작된다


아쉽게도 난 스타벅스에 거의 가보지 않았다. 마지못해 테이크 아웃커피를 사서 매장밖에서 마셔본적은 있어도. 근본적으로는 촌놈 기질이던지 커피값이 너무 비싸던지 하는 이유에서 였겠지만, 매장유리창밖에서 본 풍경이 그리 쉽게 문을 열고 들어가고픈 생각이 들지 않아서다. - 차 한잔 마실려고 주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야하고, 편해 보이지도 않는 의자.. 게다가 대부분의 손님은 여자들이다-


이 책에도 언급되었지만 '된장녀'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곳이 아니던가? 미국에서도 스타벅스의 커피값은 무척 비싸다고 한다. 그럼에도 스타벅스가 이렇게 성공한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는 “문화적 허영”운운하는 단세포적 발상 보다는 ‘사회는 왜 하필 이시기에 스타벅스식의 다방문화를 받아 들였느냐’는 물음과 맞닿아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스타벅스가 커피대신 장소를 판다는 말로 대답한다. 가족이없는 사람은 적막한 집이 싫어서, 가족이 있는 사람은  조용히 집중할 장소가 필요해서 이곳을 찾는다. 즉 중요한 것은 커피가 아니라,커피를 핑계로 잠시 머물다 갈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건 스타벅스의 철저한 ‘무관심’전략에서 비롯된다. 그의 소심하고 진지한 관찰기록을 보자.


점원은 최대한 친절하고 정중해야한다. 하지만 돈을 받고, 커피를 건넨이후 고객과의 소통은 완전히 단절돼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은 ‘친절한 무관심’속에서 원하는 시간만큼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돌아갈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관심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점원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을 만큼 넓거나 시선을 적당히 차단해주는 공간과 구조다. 독서에 불편함은 없지만 적당히 얼굴을 가려주는 간접조명과 부분조명도 필수적이다 미국인들은 돈을 내고 산 '무관심의 안락함' 속에서 제 할 일을 하다 소리없이 하나 둘 일어섰다.


스타벅스의 성공을 어찌 무관심전략에만 있다고 하겠는가? ‘훌륭한 커피맛과 서비스’는 아니더라도 ‘경영자의 뛰어난 비전과 마케팅능력’과도 연관이 있을 터이다.이책 말미에 코카콜라,IBM,맥도날드,애플, 스타벅스의 로고와상표에 대한 얘기가 잠깐 나온다.

녹색원안에서 긴 머리를 늘어뜨린채 웃음짓는 스타벅스의 인어.

‘스타벅스’라는 상호가 소설의 주인공 이름( 멜빌의 소설『모비딕』에 나오는 일등항해사)에서 왔다는 사실과 스타벅스의 젊은 창업자들이 커피를 매개로 고객들에게 팔고 싶었던 이야기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항해’였을 것이라는 추론, 그리고 녹색원안 인어의 흥미있는 변신과정.


스타벅스에 대한 얘기들 외에, 지은이는 이 책에서 남성성을 상징하는 슈퍼볼, 미국 대통령선거방식, 신문방송겸영의 언론재벌과 구조적모순, 가장 미국적인 음악형식이라는 재즈, 의료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언급 등을 통해 전반적인 미국문화에 대한 비평을 날카로우면서도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


사실, 난 한번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홀짝이거나, 가슴 설레이며 연인을 기다려 본 적은 없다. 황지우의 시 처럼 쉼없이 열리고,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그녀를 상상하는 간절한 기다림...지나간 청춘이 아쉽다! 어쩔 것이냐? 사랑의 안타까움이여! 하긴 이제와서 이 나이에?( 더구나 조직생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키진 않지만 또, 씁쓸하게도 가식적인 연기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사회에서...) 아직도 옛날의 약속 다방을 찾아'도라지 위스키'나 '계란동~동~ 쌍화차'를 떠올리고, 옛 추억을 되새기는 일은 부질없고 촌스러운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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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19 0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 스벅에 가서 커피를 사서 마시는 일이 많지 않아요. 이 곳에서 혼자 공부하는 손님들이 대단해요. 저는 거기서 공부하고 책 읽으면 집중 못 할 것 같아요. ^^;;

sprenown 2017-12-19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트북보면서 커피마시고 책 읽는 모습을 보면 세련되고 멋있어 보이긴 합니다^^.허영이나 겉멋일지는 몰라도..

라로 2017-12-19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말이 다 틀린 건 아닌데 인용된 부분은 제 경험과 완전 반대네요. 아무래도 언급하신 것처럼 저자가 소심하니까 그런 얘기를 한 것 같아요. 사실 여기 미국의 스타벅스에서 직원이 손님과 친한게 더 흔해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는 말을 안 시키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주 친하게 지내고 그 고객의 개인사도 알 정도에요. 다만 직원이 대부분 학생들이라 자주 바뀐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직원은 손님들과 아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요. 그래서 손님들은 자기 단골 스타벅스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거든요. 제가 가면 말을 안 해도 뭐 시킬거지? 이렇게 물어보고 제가 물을 늘 따로 주문 한다는 걸 아니까 그것도 준비해주고,,, 그래서 무관심을 원하는 손님에겐 무관심하겠지만 대부분의 손님에겐 극심한 관심을 보입니다. 바쁘면 그렇게 못하지만. 장소를 판다는 말에는 동의해요.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처럼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죽치고 있지 못하는 분위기인데 스타벅스에서는 그게 가능하죠. 한국은 사실 스타벅스가 아니라도 죽치고 있을 곳 많잖아요. ㅎㅎㅎㅎㅎ 아는 얘기 나왔다고 초면에 말이 길었네요~~~^^;;;;;

sprenown 2017-12-19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그렇군요 미국 스타벅스가 더 인간적이고 정이가는군요^^.

레삭매냐 2017-12-20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느 경영학 교수님이 강의에서
스타벅스는 단순하게 커피만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는 분석을 해주셨었지요.

분위기, 커피 내리는 소리, 커피 콩 가는
냄새 등 그야말로 복합적인 문화공간이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괜히 스타벅스가 국내에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니데이 2017-12-22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prenown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sprenown 2017-12-2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고맙습니다.^^..읽은 책도 별로 없고, 글재주도 없는 저에게 ‘달인‘은 너무 과분한 명칭인 거 같아요..그냥 성실하게 북플 활동하겠습니다..서니데이님께도 축하 인사드립니다. 4년 연속 서재달인은 아무나 이룰 수 없는 업적인 것 같아요.. 축하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크리마스 즐겁고, 복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