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마다 봄이 오면 변함없이 진은영의 시를 읽는다.
"봄, 놀라서 뒷걸음치다/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푸른 계절의 머리를 밟고 서서, 고개 드는 봄꽃을 넋 놓고바라보노라면, 옆에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꼭 있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에 불과하거든!" 누가 아니랬나. 짧은 생이 아쉬워 번식을 하고, 번식을 위해 애써 피었다 탄식하듯 지는 저 식물의 생식기들. 그 생식기의 깊은 그늘 아래, 봄의 속도를 묵상한다. 봄은 달콤한 것이라빨리 지나간다. 일주일 중 주말에 해당한다. 눈 한번 깜박이면 월요일이다. - P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은 과거가 되지만, 그것은 그늘 속에 빛의 두레박을 던져 삶을 다시 새롭게 만드는 예술의 터전이다 . 

 - 빛의 두레박 중에서 - 


어릴적 국어시간에 시를 위해 배웠던 시각,촉각,미각,청각,후각,공감각이라는 개념이 이렇게 멋진 인류학적 역사와 의미 그리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이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모두가 다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지나면 지날수록 얼마나 삶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이 불행한 사고가 아닌 찬란한 기쁨에서 오는 행운이 되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불행에 기인하면서 오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책에서 논하는 5가지 감각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찬란하다는 말이 터져나오는 언어들이 가득하다. 


우리가 가진 감각들의 중요성을 헬렌켈러를 통해서 그 기쁨이 얼마나 소중한것인지를 말하면서 포문을 연다. 그래서 향수 탄생의 역사를 통해 후각의 여러가지 이야기들, 그리고 문학작품속에서 인용되었던 후각를 표현한 아름다운 묘사들을 통해 감각이라는 것에 얼마나 크나큰 의미와 축복이 담겨있는지를 알게 된다. 


촉각을 설명하는 장에서는 각나라의 문신이야기를 하면서 빅토리아 시대에는 사교계 여성들이 모두 문신을 했다고 하면서 문신은 육체적 알타미라를 신비로운 상징으로 장식하는 행위했음을 보여준다.

문신이 촉각에서 고통을 참으며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라면 키스는 서로의 촉각을 확인하면서 사랑의 행위이다. 섹스의 전초전이 아닌 키스가 가지는 특별하고 다양한 감정들 그것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촉각의 또다른 행태와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를 끈다. 


섹스는 그것 자체가 핵심이고 뼈대며,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키스는 욕망의 극치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연애의 달콤한 수고 가운데 영혼을 확장시키는 행위다. 키스하는 동안 몸은 떨리고, 기대는 점점 높아진다. 그러나 키스는 감정과 정열을 더욱 고조시킬 뿐, 욕구를 채워주지는 않는 아름다운 고문이다. - 키스 중에서 - 193 


후각을 통해 향수가 기쁨의 불안을 이야기하고 미각을 통해 우리의 혀 미각세포 미뢰의 용도과 사용 재생기한를 이야기하면서 초콜릿의 역사와 먹는 것에 우리가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를 설명한다. 


이렇듯 박물학이라는 명제답게 에술과 철학, 인류학 , 과학을 총망라한 방대한 이야기속을 걷게 된다.

5가지 감각과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어 무슨 감각을 논하고 있는지 길을 잃어버린 채 헤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길 속에 진정한 재미와 모험을 찾는 것처럼 감각이라는 명제로 다시 돌아오기를 매번 반복하다 보니 감각이라는 신비한 섬의 언덕위에서 맞는 바람같은 시원한 아름다움과 기쁨을 책을 덮는 순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내 다시 이 신비한 감각의 섬을 차근 차근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생각이 날때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불안과 공포가 그리고 허무함이 마음을 짓누를때 다시 한자한자 읽어보고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흔하고 누구나 다아는 다섯가지 감각이지만 이토록 다양하고 섬세한 이야기가 될수 있음에 놀랍고 행복했다. 


인간은 여전히 사랑, 욕망, 충성, 열정 때문에 심한 아픔을 겪는다. 그리고 인간은 여전히 넘치는 아름다움과 공포속에서 , 바로 자신의 맥박 위에서 세상을 지각한다. 다른 길은 없다.

의식이라는 찬란한 열병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감각을 이해해야 한다. 

서문 모든 감각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익명 작가
알렉산드라 앤드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재능이 아주 미미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때는 직업적으로 모인 집단, 사회생활을 하면서 실감하게 된다. 여기 글에 대한 재능이 있다고 믿었던 플로렌스는 뉴욕 출판사에 편집보조로 출근하게 되면서 직감하게 된다. 수많은 작가 지망생 중 한사람뿐이라는 것을 .. 


그러던중 회사 송년회에서 직장 상사 유부남과 하룻밤 데이트를 하고 그것을 빌미로 자신의 책을 내달라고 했다가 해고당하게 된다. 통장에 돈도 없고 같은 업계에 소문이 퍼져 취직도 할 수 없는데, 어느날 (미시시피 폭스트롯)으로 베스트 셀러 익명 작가 모드 딕슨의 보조 일자리를 제의 받는다.

출판업계에도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익명의 작가 모드 딕슨을 곁에서 보조하면서 자신의 글에 대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자리라면 지구끝까지 가겠다면 쉽게 그 제의를 응한다. 


플로랜스는 허드슨 밸리 시골에 살고 있는 익명작가 모드딕슨 (헬렌콕스 ) 실명의 그녀를 만난다.

(미시시피 폭스트롯)의 후속작을 위해 자료조사 , 헬렌이 휘갈겨 쓴 글들을 타이핑하면서 그곳 생활에 적응 할 때쯤 갑작스럽게 모로코 여행을 제안한다. 


헬렌은 속편의 배경인 도시를 제대로 조사하고 경험하는게 도움된다며 플로랜스와 함께 모로코로 가는 이유를 설명한다. 뉴욕에서 허드슨으로 다시 모로코로 오게 된 플로랜스는 진짜 작가의 생활에 황홀해 하며 헬렌을 더욱더 부러워하게 된다. 


모로코의 소도시로 옮겨 개인 별장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가던 밤 , 바람이 심한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플로랜스는 약간 두려움에 떨지만 곧 식당에 도착해 훌룽한 식사를 곁들인 밤을 보낸다.

그리고 깨어난 다음날 , 자신이 병원에서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로 누워있고 의사는 그녀에게 헬렌 콕스라고 부르며 자동차가 해안도로를 벗어나 바다를 빠졌으며 어부가 그녀를 구해서 데리고 왔다고 말한다. 

플로랜스는 자신이 운전한 기억이 어렴풋이 나면서 자신의 음주운전으로 헬렌과 같이 바다에 빠졌음을 직감하고 헬렌의 신분증을 자신이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하는 것을 감지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말하는 순간 자신이 헬렌을 죽였음을 시인하는 것 같아 모른척 함구하고 지내기로 마음먹는다. 이대로 헬렌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과 함께 .. 

하지만 퇴원하는 길에 모로코 경찰이 같이 식당에 갔던 동행인의 행방을 의심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출판사 에이전시 그레타 또한 헬렌과의 통화를 재촉하며 플로랜스를 의심한다.

설상 가상으로 헬렌으로 지내던 중 모로코에서 어린시절 고향친구를 길거리에 만나게 되고 자신의 정체가 탈로날 위기에 처한다. 


리플리를 생각나게 하는 신분가로채기 같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전혀 생각지 못한 결말까지 , 끝까지 읽어야 하는 재미가 담겨있는 소설이다.

반전만을 기다리는 소설이 아닌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에 일어나는 사건과 복선들 그리고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인물들의 디테일과 플로랜스 변해가는 마음안에 담긴 인간의 질투와 욕망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스토리가 탄탄하다. 


플로랜스의 신분뺐기 게임을 응원하면 안되는데 읽으면서 조마조마해서 자꾸 뒷장을 슬쩍 슬쩍 보게 된다. 성공한 사람들의 삶에 부러워 “ 나도 저렇게 살아봤으면 ”하는 열망을 가졌던 인간의 본능이 플로랜스를 응원아닌 응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면 그 반전과 결말에 더 깊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충분히 그러하다.

이 작가의 두번째 책이 기대된다. 뻔한 이야기도 이렇게 멋지고 재미있게 탄생시킬 수 있는 재능이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위 게임 - ‘좋아요’와 마녀사냥, 혐오와 폭력 이면의 절대적인 본능에 대하여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은 게임이다


살아 있다면 누구나 게임을 한다.


그리고 게임의 숨은 규칙은 우리의 내면에 새겨져서 우리의 생각과 신념과 행동을 은밀히 조종한다.


게임은 우리다.


그러니 게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페이지 13 서문중에서



서문를 읽으면서 평범한 나같은 사람도 게임을 하고 있다는 말에 선뜻 수긍이 가지않았다. 온라인 게임도 , 그 흔한 명절놀이 화투도 싫어하는 나조차도 게임에 벌써 발을 들여놓았다는 이야기 특히 지위게임에 들어가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방대한 사실과 자료 그리고 심리학과 인류학 ,사회학 , 경제학등 다방면에 걸친 지위게임의 방식과 규칙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설득력 있게 다가선다.



지위게임- 지배게임, 도덕게임, 성공게임 이라는 세가지 게임 형태를 제시하면서 우리 인류 역사를 통해서 또는 각 개인의 심리적 형태를 들을 통해 어떤식으로 게임이 전개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크게 세가지 주제로 나뉘어서 설명하는데, 1부 집단적 존재로서의 인간에서 집단안에서 자신의 지위를 남들에게 구사하려는 인간적 욕망, 지위게임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의 이 지위게임 DNA는 오래전 수렵채집인들의 규칙에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동굴생활을 하면서 수렵채집을 하기 위해 집단이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더 강한사람이 지위를 가지고 통솔하면서 생활했던 것이 지금의 집단 생활에서 지위게임으로 내려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오늘날의 모든 사람은 여전히 수렵채집 게임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때의 규칙이 우리의 DNA에 새겨져 있다.


페이지 56



집단이 점점 더 커지며 국가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지위게임이 어떤 양상으로 발전되고 변모되는지를 다양하게 다루었다. 왜 점점더 불평등해지는지, 왜 우리는 모멸감에 대한 감정을 알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감정을 주게 되는지 설명한다. 또한 지위는 제로섬 게임이며 그안에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 발현되는 것은 현대사회에 더욱 치열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같이 나눠먹는 부족사회와 달리 능력을 통해 지위를 획득하면서 부와 지위가 공식화되는 현대사회에 우리의 게임은 그자리를 쟁탈하려 치열해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2부 한계없는 욕구에서는 절대로 충족되지 않는 지위욕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욕구를 자세히 다루었다.


우리가 보기에 충분한 지위를 획득한 사람들이 종종 어이없는 죽음이나 다툼을 벌이는 예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라는 물음에 저자는 폴매카트니의 "레넌- 메카트니" 표기법으로 오랫동안 투덜거렸던 일화를 소개한다.


굳이 그가 나서서 신경쓰지 않아도 그의 명성을 알고 비틀즈의 팬이라면 누구의 곡이며, 누가 앞에서던 뒤에 서던 중요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데 서명의 앞뒤를 오랫동안 바꾸려고 했던 매카트니의 갈망, 불안,욕구는 아이러니하다.


이에 저자는 더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은 욕구가 중족 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것은 우리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다. 존중은 남들이 보내주는 것이므로 이론적으로 언제든 다시 빼앗아 갈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더 원한다. 더, 더, 더 .


그누구도 완벽하게 행복할 수 없다 중에서, 페이지 129



3부 극단의 게임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온라인 군중살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나치와 공산주의 근본적 탄생과 그것에 함몰했던 사람들의 심리를 지위게임과 연관해서 이야기한다.


특히 나치가 유대인 학살의 배경에는 지위의 추락이나 지위에 대한 위협이 작용하여 그런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인해 잘나가던 독일국민에게 모멸감과 함께 상처입은 가해자라는 과대망상이 작용했음을 밀도있게 설명한다. 어떻게 인간이 그래 ? 라는 이유모들 그들의 행동이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이해되며 거대한 망상을 이용하는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집단 학살은 지배 -도덕게임으로서 정의와 공정과 올바른 질서의 회복이라는 미명아래 자행된다. 집단학살은 단순한 살인이나 적을 "처단하는 일이 아니라 가해자의 상처 입은 과대망상을 괴이한 지배와 모멸감 치료의 행위로 치유하는 과정이다. 297 페이지



어렵게 생각했던 지위게임의 시작은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단 지나간 과거의 추악한 실상과 고통을 대하면 우리인간은 가망이 없나 싶다가도 저자가 마지막에 지위게임을 잘하는 법에서 강조했던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우리 인간에게는 남아있는 따스함과 소박함 감정이 있음에 마음이 놓인다. 저자의 말처럼 게임은 승리하는 것이 아닌 게임을 하는 것이라는 말, 살아남는 것 , 살아가는 것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지위게임을 이해하려면 이 책의 깊은 사유와 논리를 읽었으면 좋겠다. 승리하는 게임이 아닌 잘 살아내는 게임을 위해서 ..



누구도 지위게임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승리해서도 안된다.


인생의 의미는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연 속의 나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냥하는 여자, 청소하는 남자 , 자살하려는 소녀 , 등장인물부터 범상치 않다.

도나토 카라시는 현실속에서 이루어지는 범죄를 밀도있고 세밀하게  그리면서  범죄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이해도 놓치지 않는다.  또한 흉악한 범죄속에서 우리가 남들의 고통에 쉽게 외면하는 현실을 꼬집는 이야기 꾼이다. 


이번 작품도 아동학대, 성폭력, 학원폭력, 매맞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그렸다. 예상치 못한 반전도 함께 섞어서 . 그래서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그들의 이야기속에서 범죄자 뿐만아니라 우리가 이웃들의 고통에 눈감아서는 안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탈리아 깊은 호수 곁을 지나던 청소하는 남자는 어떤 소녀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목격한다.

그 소녀를 구하고 청소하는 남자는 이내 현장을 도망치듯 떠나버린다. 

병원으로 옮겨진 소녀는 알고보니 그지역의 부자부부의 딸이였고 방송을 통해 생명의 은인을 찾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며칠후 소녀의 병실에 청소하는 남자가 몰래 들어와 자고 있는 소녀곁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고 그 소녀를 유심히 지켜본다. 사실 청소하는 남자는 어릴적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한 트라우마 때문에 두개의 자아를 가지고 살면서 몇년째 연쇄살인마자아와 청소하는 남자로 살아가고 있다. 

연쇄살인범이 자살하는 소녀를 구하게 된 아이러니, 죽이기만 하는 그가 왜 소녀는 살리려고 했을까? 더군다나 자신의 살인의 흔적까지 노출하면서 , 그 깊은 이유는 청소하는 남자의 슬픈 어린시절이야기로 조금씩 드러난다. 


한편 , 사냥하는 여자는 매맞는 여성들을 찾아다니면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남편이나 남자친구의 폭력을 쉽게 신고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떠는 여성들을 찾아다니면서 신고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두려움에 떨면서도 쉽게 신고하지 못하는 현실을 종종보면서 안타까워 하던 중 자살소녀의 호수에서 중년여성의 잘린 팔이 나온 것을 경찰을 통해 듣고 학대받던 여성 중 한명이 아닐까 조사하던 중 자살소녀와 깊은 연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청소하는 남자와 사냥하는 여자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 자살하려는 소녀는 사실 학교에 인기 있는 남자로 부터 데이트를 시작하면서 그남자로부터 데이트폭력과 함께 동영상으로 협박받고 있다.

부유한 집안 아들인 그는 소녀를 돈을 받고 친구들에게 성매매를 시키는 놀이를 하면서 자살미수에 그친 소녀를 찾아와 또다시 성매매를 강요한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세명의 화자들을 통해 사건은 점점 알수 없는 이야기로 빠져들게 되고 청소하는 남자이자 연쇄살인범은 계속 자살소녀곁을 맴돌고 한편 사냥하는 여자는 청소하는 남자의 실체를 따라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알수 없는 관계로 시작되어 중반까지 가도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 수 없다.

연쇄살인범인 청소하는 남자의 악행에 치를 떨면서 자살하는 소녀곁을 지켜주는 그의 슬픈 어린시절의 이야기에 맘이 아프고 사냥하는 여자를 응원하면서 조금 더 천천히 와서 소녀의 복수가 끝나길 기다렸으면 하는 양가적 감정이 들었다. 살인범을 응원하고 싶지는 않치만 응원하게 되고 법보다는 주먹이 가깝다는 논리에 더 끄덕이게 되는 내자신의 추악함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인간은 이토록 섬짓한 존재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러니 어쩌면 청소하는 남자속에 가둬둔 심연속의 나처럼 , 우리 모두는 내 안에 감춰진 또다른 자아가 공존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 그 심연속의 나가 발현 되지 않을 수 있었던 평범한 일상의 기억들이 축복이라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지난달 인천의 아동학대 사건이나 데이트 폭력으로 살인하는 사건들을 보면서 이 소설이 단순히 이야기가 아닌 슬픈 현실을 엮은 실화같은 이야기라서 슬프다. 각자 아픈 과거나 기억들이 치유되지 못하면 그것이 결국 슬픈 사건이나 트라우마가 된다는 것을… 도나토 카리시 심연속의 나를 통해 말하는 것 같다. 

누구나 심연속의 나가 또다른 비극적 나가 될 수 있음을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