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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평점 :
아내를 잃어버린 지 일년째 되는 아침을 맞은 아서 페퍼, 그의 삶은 무의미하다고 여겨진다.
40년의 삶을 같이한 아내는 어느날 갑자기 병로 세상을 떠나고 ,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아들과 딸은 아버지에게 무관심해 보인다.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매일 아침 먹을 음식을 갖다주는 버나뎃이라는 이웃여자 뿐이다.
어김없이 오늘도 딩동딩동 문을 두드리리면서 그를 귀찮게 하는 버나뎃를 피해서 자기 집에서 없는 척한다. 그녀가 가고 난후 이제 진짜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기로 맘먹고 옷장을 정리하던 중 갈색스웨이드 부츠를 발견하다. 그 부츠속에 하트 모양의 상자가 나오고 그속에서 여러가지 참들이 달린 팔찌가 발견된다. 평소에 아내의 것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팔찌, 그것에 딸린 여덟개의 참들 - 코끼리 ,꽃 ,책,팔레트,호랑이,골무 ,하트그리고 반지
코끼리 참을 돋보기로 자세히 들여다본 그곳에 외국 전화번호같은 것이 있다.
충동적으로 전화를 걸어보니 그곳은 인도, 받은 상대에게 아내의 이름 미리엄을 아느냐고 말했더니
잠깐이라고 하더니 다른 사람을 바꿔준다.
그리고 전화 받은 사람이 하는말
네 저의 아야였거든요. 저와 제 여동생들을 돌봐줬어요
보모였다고요? 여기 영국에서요 ?
아뇨 ,선생님 인도예서요. 전 고아에 살고 있습니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 40년 같이 산 아내가 젊은 시절에 인도에서 보모를 했다니
한번도 들은 적 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본적도 없는 의문의 팔찌 ,그리고 그녀의 과거
세상에 아무런 관심도 희망도 가지지 않고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 가고 있던 아서 페퍼는 아내의 과거를 알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인도이야기를 통해 알게된 호랑이참의 사연를 쫓아 여행을 시작한다.
자신이 알던 차분하고 조용한 아내는 과거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며 세계를 다니고 꿈을 향한 갈망으로 세상을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점점 알아간다.
당대의 유명했던 소설가,자산가,예술가들의 교류를 했던 아내의 과거를 알수록 자신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아내가 정말 자신과 행복했을까?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
처음 책을 접했을때는 예순아홉의 할아버지 이야기라니 , "오베라는 남자"와 같은 이런 이야기구나 하면서 약간 실망스럽게 시작했다.
아침을 대하는 그의 이야기, 아내의 죽음까지는 비슷한데, 팔찌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아주 다른 추리,액션 모험으로 장르를 달리한다.
호랑이와의 격투씬, 지하철에서 맞딱드린 소매치기, 호의베푸는 듯하는데 웬지 꺼림칙한 젊은이,
여덟가지 참의 비밀의 사연을 풀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서페퍼의 여행기는 할아버지의 무미건조함이 아닌 긴장하면서 하나의 문이 열리면 다음 문을 빨리 열고 싶게 만드는 재미가 담겨져 있다.
참에 얽힌 사연속에서 추리뿐만아니라 웃음 눈물까지 곁가지로 담아 두어서 ,아서 할아버지 얼릉 다음 여행지로 가줘요 !! 하면서 맘이 급해지는 내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내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뇌인다. 왜 내가 이여행을 하고 있지 ? 내가 점점 더 비참해지는 것 같은 데 ? 라면서 말이다. 항상 위험적인 일과는 거리가 멀고 자신의 오랜 직업인 열쇠수리처럼 정확하고 결과가 정해진 일을 좋아했던 아서페퍼
아내를 시간을 걷는 동안, 자신과 그리고 아내,아들과 딸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주변의 사람들의 배려에 눈을 뜨게 되었으며,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용기를 내는 힘을 얻게 된다.
그 사람들과 사건들이 아서의 내면에서 불러 일으킨 것은 갈망이었다.
욕정이나 그리움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때, 그는 돕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호랑이가 그를 공격했을때 살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오렌지색 짐승이 그를 내려다볼 때, 그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깨닫게 된다. 열심히 살고 싶고 모험을 하고 싶고 아내 미리엄과 아들과 딸을 아주아주 사랑한다는 것을 말이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의 삶도 사랑한다는 것을 ..
곁에 내가 알던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 그리고 내가 그사람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허전함 또는 배신감은 어떻게 극복할수 있을까?에 대한 치유의 이야기이다.
그렇치만 치유라는 단순함을 넘어선 이야기의 풍부함이 녹아져 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치유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아서페퍼도 아내의시간을 걷는 동안 만난 사람들을 통해 치유도 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모든 삶은 주저하는 그순간 보다 한발이라도 두려움을 뚫고 내딛는 그 발자국에서 또 다른 시작일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말에 새로운 시작이 두렵고 내 삶이 평범하다고 느낀다면 일흔을 맞은 아서페퍼의 여행 아니 아내의시간을 걸었던 이남자의 이야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