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는 아이의 변화를 지켜보며 슬픔을 느꼈지만, 세상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만을 보여주었다. 죄책감이라는 편안한 사치품을 자신에게 허락할 수는 없었다. 타고난 본성과 이디스와의 생활이라는 조건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이런 깨달음이 죄책감보다 훨씬 더 슬픔을 부추겼고, 딸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아이가 워낙 섬세한 도덕적 본성을 타고났기 때문에 계속 그 본성을 보살피고 키워주어야 하는 드물고 사랑스러운 인간에 속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주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것 같았다. 그런데 이처럼 세상과 이질적인 본성이 도저히 집이라고 할 수 없는 곳에서 살아야 했다. 부드러운 애정과 조용한 생활을 갈망하는 본성이 무관심과 무정함과 소음을 먹고 자라야 했다.
그런데 그 본성은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그 이상하고 유해한환경 속에서도 사나움을 얻지 못해서 자신에게 맞서는 잔혹한 세력과 싸워 물리치지 못하고 그저 조용한 곳으로 물러나 작게 웅크린 채 고독하게 꼼짝도 하지 않았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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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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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묻었다. 푸른 원피스, 굽 없는 검은 구두, 다초점안경, 엄마가 쓰던 물건들도 함께 묻었다. 달리 작별할 도리가 없었다. 엄마와 뗄 수 없는 물건들이었으니까. 함께묻지 않았더라면 엄마를 불완전하게 땅으로 돌려보내는일이었을 테니까. 그래서 전부 묻어버렸다. 엄마의 죽음이후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우리에게는 이제 서로의 존재조차 없었다. 그날 우리는 피로에 나가떨어졌다. 엄마는 나무 관에, 나는 다 쓰러져가는작은 장례식장의 팔걸이도 없는 의자에. 상을 치르려고 알아본 대여섯 곳 중에 유일하게 빌릴 수 있었던 그곳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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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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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 중에는특히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경험되는 것도 있는데 우리는이것을 도덕적 친밀감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종류의 만남 안에서는 복합적이고 깊은 도덕적 감수성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서로를 이용하기만 하려는 적수들 사이에서는 불가능한 관계입니다. 도덕적 친밀감이 있는 만남에서는 분노와 원망, 도덕적수치심, 후회 같은 감정도 일어나긴 하지만 또한 의리나 상대방의 도덕적 숭고함에 대한 감탄 같은 감정도 일어납니다. 이러한 - P33

감정들을 통해 사람들은 서로 단순히 사회적 게임을 같이하는정한 동반자였다면 절대 될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중요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중요한사람이 됩니다. 왜냐하면 도덕적 감정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적으로 던지기 때문이지요. 이 질문은 자기 결정에 관한 문제가 나왔을 때 우리를 이끄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도덕적 친밀감은 비판적인 내적 거리를 자기 자신에게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유지하는 인간관계입니다.
도덕적 수치심이나 후회는 자문할 수 있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에게만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도덕적 친밀감은 자기결정을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싫지만 억지로 감내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자기 결정의 자연스러운 표현인 것입니다. - P34

으려 탐색하는 일은 내적, 정신적 눈으로는 이룰 수 없어요. 우리의 사고와 감정과 소망이 펼쳐지는 세계는 고치 속에 갇힌 양 홀로 존재하는 영역이 아니기에 시선이 외부로 향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안에 대한, 예를 들면 특정한 법률이나 전쟁에 관한 자신의 생각에 대해 알고 싶다면 시선은 안을향할 것이 아니라 밖으로, 즉 그 사안 자체로 향해야 합니다. 어떤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가지는 감정에 대해 알려면 그 맥락과 상황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할때만이 그 감정이 분노인지 경멸인지 사랑인지 감동인지를 알 수있습니다. 또한 결정의 동기가 되는 바람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을 때에는 타인을 볼 때의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외부에서 남의 행동을 관찰할 때처럼 행동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야만 사실은 자신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주목을 받는 생활이 아니라 홀로 조용히 살아가기를 원해왔다는 것 등의 깨달음을 얻을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물쇠를 채운 자신의 내부세계 안에서 자기 인식을찾아 나선다면 그것은 오류일 것입니다. 한 줄기 깨달음을 주는내부로의 시선이 사고와 감정의 어둠을 몰아낼 것이라고 말하는은유적 문장들이 습관적으로 주는 유혹을 떨쳐내야만 합니다.
내적 성찰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관점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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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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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은 그렇게 사소한 것이었다. 어머니가 가장 인상 깊게기억하는 손님이라는 것도 별 특징이 없었다. 어느 날 한 사내가 들어와 국수 두 개를 시켰다. 손님이 방을 원해서 어머니는 안방에 상을 봐줬다. 국수와 고추 다대기, 김치 한 종지가 전부였다. 사내는 빈 그릇을 하나 달라고 했다. 어머니는왜 그런가 싶어 사내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사내는 자기맞은편 국수 위에 빈 그릇을 엎어놓았다. 혹여 국수가 식을까봐 그러는 거였다. 곧이어 한 여자가 나타났다. 여자는 방긋웃은 뒤 그릇을 걷고 젓가락을 들었다.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댄 채 조용하고 친밀하게 국수를 먹었다. 어머니는 멍한 눈으 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런 일상적인 배려랄까, 사소한 따뜻함을 받아보지 못한 ‘여자의 눈‘으로 손님을 대하던 순간이었다. 밥 잘하고 일 잘하고 상말 잘하던 어머니는 알 수 없는감정을 느꼈다. 살면서 중요한 고요가 머리 위를 지날 때가있는데, 어머니에게는 그때가 그 순간이었을 거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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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독서의 힘 - 토론을 위한 논제 만들기
김민영 외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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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질문이 좋은 토론을 만든다.

좋은 질문이란 어떤 것일까? 메이지대학 문학부 교수 사이토다.
카시는 질문의 힘』(루비박스, 2017)에서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질문‘, ‘머릿속을 정리해주는 질문‘,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질문. "창조적인 질문‘을 좋은 질문으로 꼽는다. 독서 토론의 질문은 바로논제다. 질문이 답이다"라는 말처럼 좋은 질문은 좋은 토론을 만든다. 좋은 질문은 책과 연관성이 높아야 하고, 책의 주제를 담고 있어야 한다. 참여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사고를 확장시키고 심화시킬 수 있어야 좋은 질문이 되고 좋은 논제가 된다. 논제가 준비되면 토론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다. - P106

좋은 질문을 만들기 위한 자료 조사좋은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사와 탐색‘도 해야 한다. 사전준비가 철저할수록 보다 충실한 질문, 좋은 논제를 만들 수 있다. 토론 도서에 대한 독후감과 서평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파워블로거나 서평가, 인터넷서점의 독후감과 서평, 비평문을 찾아 읽는것이다. 그런 글은 책에 대한 중요한 키워드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준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의 글에서도 좋은 질문과 논제의재료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의 글에 담겨 있는 주제를 활용하면 좋다.
또 신문 기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신문의 북섹션에서 서평을 살펴보는 것이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사회적 이슈를 책의 주제와 연결한다면 시사성 있는 논제를 만들 수 있다. 인간 소외와 부조리, 사랑과 가족, 교육, 왕따와 자살, 경제적 양극화, 남북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논제를 발견하게 된다. - P107

논제 발제에 도움이 되는 도서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2, 3. 장정일, 마티, 2010~2014)

『장정일의 공부(장정일, 알에이치코리아, 2015)

만보객 책 속을 거닐다』(장석주, 예담, 2007)

『취서만필(장석주, 평단문화사, 2009)

『정희진처럼 읽기』(정희진, 교양인, 2014)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정희진, 교양인, 2020)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정희진, 교양인, 2020)

『청춘의 독서』(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2009)

『월경독서』(목수정, 생각정원, 2013)

『책을 읽을 자유』(이현우, 현암사, 2010)

평범하게 위대한 우리 책 100선』(경기문화재단 엮음, 정한책방,206)

『삶을 바꾸는 책 읽기』(정혜윤, 민음사, 2012)

『마음의 서재(정여울, 천년의상상, 2015)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김민영 외, 부키,20019)

『느낌의 공동체』(신형철, 문학동네, 2011)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한겨레출판, 2018)

『서평 글쓰기 특강」(김민영 외, 북바이북, 2015) - P107

토론할 때 무엇을 말할지 준비하는 것이다. 논제에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토론에 참여한다. 여기서 혼자 읽기를 넘어 함께 읽기로 진화한다. 논제 발제를 위한 책 읽기는 심화된 3차 독서다. 논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책을 한 번 읽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또 읽어야 한다. 거듭 정독하라는 말이 아니다.
첫 번째 읽을 때 정독한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을 붙이고 메모한다.

두 번째 읽기부터는 밑줄 친 부분이나 포스트잇을 붙인 부분만 읽으면서 질문을 만든다. 먼저 발췌문을 필사하고 방문을 바탕으로 논제문을 만든다. 논제 발제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이루어진다.

논제 독서는 읽기와 쓰기, 말하기가 통합된 독서 토론모델이다. - P122

발췌문은 토론자가 논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독서 토론에 책을 읽지 못하고 온 참여자,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참여자, 발췌 부분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친 참여자에게 도움이 된다. 이처럼 발췌문은 논제문의 보조 자료다. 논제문과 발췌문을 드라마나 영화에 비유한다면 논제문은 주인공이고 발췌문은 빛나는조연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느 곳을 발췌하느냐에 따라 논제의 주제가 달라진다. 토론하고 싶은 주제와 질문을 발견한 부분이 발췌문이 된다. 발췌문이 광산에서 발견한 원석이라면 논제문은 가후 빛나는 보석이다. 발췌문과 논제문은 독서 토론 논제의 양 날개다. 한쪽 날개만으로는 제대로 날 수가 없다. - P130

0좋은 논증의 네 가지 조건논리적인 글은 일정한 형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좋은 논증의네 가지 조건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전제와 결론은 서로 밀접한관련이 있어야 한다. 관련성의 기준은 전제의 참 거짓이 결론의참 거짓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달려 있다. 두 번째 조건은 전제는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제가 참이면 결론도 참이고, 전제가 참이 아니면 당연히 결론은 참이 아니게 된다. 세 번째 조건은 전제는결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제가 많다고 로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네 번째로 좋은 논증은 반드시 반박이 가능해야 한다. 완전무결한 논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글을 쓸 때 예상되는 반력을 미리 잠재우는 전제문을 써주면 좋다. 좋은 논증의 네 가지 조건 은 논제문을 발제한 후 점검할 사항이기도 하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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