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소설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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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소설'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다. 기대하면서 읽었다.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의 이야기, 현실을 반영한 소설만큼 황금빛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서 더 사실적이다.

<어비>의 화자는 매일 출근해서 성실하게 일하는 것만이 당당하게 돈을 버는 거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화자 입장에서 어비가 먹는 걸 보여주며(먹방) 돈을 버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돈을 버는 데에 제대로 버는 것과 제대로 벌지 못한다는 경계가 있을까? 일에 가치를 따지자면 땀 흘리며 버는 일은 가치 있고 먹방을 찍으며 버는 돈은 가치가 없을까?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일반 회사원 연봉을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땀 흘려서 버는 것만이 가치 있는 일이고 일 다운 일이라는 생각은 그저 화자 머릿속에 새겨진 오래된 기준은 아닐지.

<가만한 나날>은 <제 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었던 내용이다. 블로그에 거짓 후기를 남겼던 화자, 자신의 후기를 보고 믿고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했던 사람의 갓난아기는 죽고 큰 아기는 산소치료에 연명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혹시 화자도 피해를 봤으면 도와준다는 글을 '너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되었다'고 오해한다. 이내 그것이 아니란 걸 알고 지금까지 자신이 무엇을 해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저 가상의 인물 하나 정해서 실제로 사용해 본 척 후기 올린 것, 다들 그렇게 하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심지어 이 직업이 자신에게 맞다고 말해온 날들. 그랬던 직업이 이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부끄러운 일이다.

<기도>에서 언니는 공무원 준비를 '인영'은 과외를 하면서 하루하루는 버티고 있다. 9급 공무원 시험서는 팔지도 않는 신림동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열등감을 느낀다. 더 이상 나아질 것 없어 보이는 미래. 그 미래로 가는 골목에서 자매들은 버티며 살아간다. 많은 청년들이 이렇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겠지.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버티면서.

<저건 사람도 아니다>에서는 요즘 사회에서 요구하는 슈퍼우먼역할을 대신해서 로봇이 도와준다는 이야기다. 일도 잘하고 야근도 하고 아이도 잘 보고 집안일도 잘하는 여성이 있나? 뭐 있을 수도 있겠지만 꼭 그래야 할까? 자기 수명 갉아먹으면서 무리를 해서 살아가야 하는 게 당연한 건 아니다. 슈퍼우먼이라는 말도 필요 없이 여성들에게 많이 붙여진다. 결국 트윈 로봇의 힘을 빌려 집안일의 부담만 덜었던 화자는 회사일까지 맡게 되는데 이후 자신의 설 자리는 없어진다. 회사에서도 완벽하다고 느껴졌던 홍의 추레한 행색을 길거리에서 마주한 화자. 그렇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애 엄마든 아니든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간이 되려면 정말로 로봇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를 묻다>는 택시 아저씨에게 콜센터 이야기를 하는 화자. 늘 욕을 먹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 가며 살아가는 콜센터 직원들. 그러다 개인정보 문제가 불거졌고 모욕의 수준은 더 깊어진다. 그 와중에도 네네, 해야 하는 감정 노동자들.. 그러다 어떤 고객의 "괜찮으세요?" 한마디에, 인간 취급하는 그 한마디에, 노동자들은 울음바다가 되어버렸다. 감정노동자, 이제는 멘트에도 '그들도 우리 가족이니 소중히 대해달라'는 둥 일자리 바로 옆에 존중해달라 쓰여있지만 예전에는 잘못된 광고 '손님이 왕이다!'때문에 많이들 가슴속이 많이 죽어갔다. 자살도 많이 하고.

악을 쓰고 욕을 하며 우리를 짓밟은 이들은 목적을 신속하게 달성했는데 정작 괜찮냐,고 한마디라도 물어보고 돌아봐 준 이는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분들을 더 잘 모시고 챙겨 드렸어야 하는데 우리는 인간인데 어째서 오랜 지배와 구속에 길들여진 짐승처럼 어느새 나를 때리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반응하고 꼬리를 흔들거나 내리게 되었을까. 그러니 너희들은 더더욱 짐승 취급을 당해도 된다며 누군가들은 의기양양하게 돌을 던질 텐데.

160p

<코끼리>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차별과 멸시, 부당한 대우에 대해 나온다. 동료가 돈을 훔쳐 가서 실의에 빠진 아저씨가 돈을 모아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또 다른 동료의 돈을 훔치는. 참 씁쓸한 이야기. 열세 살 화자는 네팔 대사관이 없어 출생신고하지 못해 한국에서 없는 사람이고 학교 가서는 이유 없이 차별과 멸시 그리고 폭력에까지 노출되어 있어도 결코 대응할 수 없는 존재. 이주 노동자가 없으면 우리 노동 현장은 안녕할까. 만약 한국 사람이 외국에 돈 벌러 가서 제대로 된 계약서도 쓰지 않고 임금도 받지 못하고 욕설, 협박 등 인권침해를 당한다고 하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P>에서는 반강제적으로 시행하는 회사의 건강검진에 참여했다가 몸속에 해파리가 자라나고 있는 남자 이야기다. 명백하게 회사의 잘못이지만 '네 몸이 이상해서 해파리가 다른 사람들처럼 배출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회사에 힘없는 일개 사원 하나는 입을 꾹 다물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같은 직종에 송이라는 사람도 해파리가 배출되지 않아 같은 처지인데 회사에 소송을 걸려고 한다. 화자는 송을 팔고 복직했고 송은 자살로 생을 마무리. 송과 겨루어 자신이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던 화자는 결국 동료를 팔아넘기고 자신은 살아남는다. 씁쓸..하다. 회사 잘못인데도 일개 사원에게 잘못을 떠넘기는 회사의 태도도 어색하지 않다.. 누가 화자를 욕할 수 있을까 회사 상대로 싸워서 이기더라도 그 동안의 돈 벌이도 없고(처자식은 미국에 있는데) 이겼다고 그게 진정 이긴것이겠나 동료를 팔아먹었지만 죽을 줄을 몰랐을 테고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잘리는 상황에서 자기 살자고 그런 것인데 무작정 욕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 회사는 거대한 산처럼 가만히 있는데 쓰다 버림 당하는 부속품인 직원이 조금이나마 더 소속되고 싶어 발버둥치는 모습이 나와 다를 바 없구나.

<알바생 자르기> 지각도 밥 먹듯이 하고 점심시간에는 병원 다니느라 점심시간 이후의 시간도 할애하고 싹싹하지 못한 알바생. 알바생 하나 잘랐을 뿐인데 퇴직금도 받아 가고, 4대보험 가입 안 되어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여 또 돈을 받아 가고, 다음 취업 시 유리하기 위해 경력증명서도 받아 가는 알바생을 욕한다. 퇴직금은 당연하며, 4대보험 가입도 당연하며, 경력증명서 떼 가는 것도 당연한데 뒤에서 욕을 한다. '일부러 그러는건가?'하면서. 마지막 장면, 알바생은 150만원 받은 걸로 병원비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는, 그냥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직원이 자신의 권리를 찾으면 괴롭히는 걸로 보이는 걸까 그래서 계약서, 4대보험 꼼꼼히 물어보면 채용하고 싶지 않을까 당연한 권리를 눈치를 보며 지켜야내야한다는 게 한참이나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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