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
E.H.곰브리치 지음, 백승길 외 옮김 / 예경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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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전반기

르네상스를 뒤이은 양식을 보통 바로크 baroque라고 부른다.

오늘날 이러한 양식들을 가리키는 어휘들 대부분이 그것이 처음 쓰여진 당시에는 낮추어 평가하거나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되던 단어였다는 사실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고딕‘ 이라는 단어도 처음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미술 비평가들이 야만적으로 생각하는 양식임을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한 것으로 로마 제국을 멸망시키고 로마의 도시를 약탈했던 고트 족이 이 양식을 이탈리아에 도입했다고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매너리즘‘ 이라는 단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17세기 비평가들이 16세기 말의 미술가들을 비난하는 데 사용했던 가식과 천박한 모방이라는 본래의 의미로 남아 있다. 

‘바로크‘ 라는 말도 17세기의 예술 경향에 대해서 반감을 가졌던 후대의 비평가들이 그것을 조롱하기 위해서 사용한 말이었다.

바로크라는 말은 사실은 터무니 없다든가 기괴하다는 의미로, 그리스와 로마 인들이 채택한 방법 이외의 다른 식으로 고전 건축의 형식을 차용하거나 채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사용하던 단어였다. 

이러한 비평가들에게는 고대 건축의 엄격한 규칙을 무시하는 것이 통탄할만한 취향의 타락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런 양식을 바로크라고 불렀다. 이러한 구별을 평가하는 것은 우리들로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도시에서 고전 건축의 규칙을 무시하거나 완전히 오해한 건물들을 너무나 익숙하게 보아왔다.

3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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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1 - 개정판 사기 (민음사)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 민음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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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사기』 130편은 상고上古 시대부터 사마천이 살던 한 무제 때까지의 중국 역사를 다룬다. 

여기에는 중국인들이 사이四夷라고 불렀던 주변 이민족의 역사가 포함된다. 이 책은 중국 역사의 전범典範으로 일컬어지며,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역사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사기』는 본기本紀」 12편, 「표表」 10편, 「서書」 8편, 「세가世家 30 
‘편, 「열전」 70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다섯 부분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더러는 유사한 내용이 겹치는 경우도 있다.

「본기는 오제五帝부터 한 무제에 이르기까지 천하에 권력을 행사하던 왕조나 군주들의 사적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것이고, 「표는 각 시대의 연표로서 역사 발전의 다섯 단계를 나타낸다. 

다섯 칸으로 나누어 각 칸의 맨 앞에는 연원을 기록하고, 그 아래 칸에 내용을 다룬다. 각 편마다 서문이 있어 그 표」에 다루어진 역사에 대한 논평을 간략하게 싣고 있다.

서」는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천문학 등과 같은 전장 제도典章를 기록하고 있어서 한 편의 문화사나 제도사의 성격을 갖는다.

11쪽.

「세가는 제왕보다 낮은 위치인 봉건 제후들의 나라별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제후들 외에 황제의 친척과 공훈을 세운 신하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무관의 제왕인 공자와 왕을 칭한 지 6개월 만에 망한 지섭陳洪이 포함되어 있는 점이 이채롭다.

「열전」은 제왕과 제후를 위해 일했던 인물들의 전기를 주로 수록하고 있는데, 신분을 초월한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다.

『사기』의 이런 분류 방법은 일반적으로 천지자연의 원리에서 나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2쪽


중국 고대 역사의 세 가지 편찬 체제인 편년체, 기사본말체, 기전체 가운데 기전체의 효시가 <사기>이다.

기전체는 본기와 열전을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먼저 시대순으로 제왕의 언행과 사건을 서술하고, 제왕이나 제후를 보좌하 개인들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13쪽.

격동의 시대를 약 120여 명이라는 비운의 인물을 통해 그려 냈으니 결국 사마천에게는 ‘비극‘이야말로 아닌 게 아니라 시대의 표징이었던 셈이다.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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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분배 - AI 시대의 기본소득
이노우에 도모히로 지음, 김소운 옮김 / 여문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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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AI와 기본소득이 보급되어 노동이 필요 없는 사회는 고대 그리스처럼 활력이 가득한 사회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에 어울리는 것이 없는 한 가지 요인을 고려하면 전혀 다르게 귀결한다. 바로 가상현실의 발달이다.

AI와 로봇이 재화를 무진장 생산하는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운 경제가 도래해도 현실 세계에서는 인정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스포츠에서 지거나 실연당하거나 남에게 욕을 먹을 것이다.

반면에 VR 안은 아무도 상처 입지 않는 상냥한 세계다. 그러나 모두가 그러한 VR을 탐닉하면 활력이 전혀 없는 퇴폐적인 사회가 된다. VR이 흥미롭긴 하지만 AI 이상으로 평범한 인간의 행위를 송두리째 무너뜨릴까봐 두려워서 떨고 있다.

평생 VR에 빠져 살아도 되는지 아닌지는 인류에게 남겨진 마지막 논제일 것이다. ‘공리주의‘에 입각하면 VR을 탐닉하거나 퇴폐적인 사회도 사람들이 행복감을 얻는 한 문제가 아니다. 자유지상주의에 입각하면 VR에 빠져 사는 것도 인간의 자유이며, 자유주의에 입각하면 VR 안의 사회는 큰 불행이 소멸한 더 평등한 사회다.

VR 중독자에게 없는 것은 아렌트가 말하는 ‘행위‘이며, 유교가 말하는 ‘덕‘이고, 공동체주의가 말하는 ‘공통선‘이다. 현대의 정치사상 중에서 공동체주의만이 은둔형 외톨이를 비판하듯이 vr중독자를 비판할 수 있다.

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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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분배 - AI 시대의 기본소득
이노우에 도모히로 지음, 김소운 옮김 / 여문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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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인간의 활동적 삶vita activa 을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의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하고 ‘노동‘이 우위가 된 근세와 근대 이후의 사회를 비판했다.

인간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곡물과 고기를 소비해야 한다. 우리가 소비하는 그런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바로 ‘노동‘이다. 

다시 말해 노동은 다름 아닌 먹고 살기 위한 일이므로 한창 노동하는 인간은 얼룩말을 사냥하는 사자와 마찬가지로 생존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다. 만일 노동과 소비만을 행위라고 한다면 인간은 그저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동물적인 삶의 과정을 겪고 있는 데 불과하다.

  ‘작업‘은 곧바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영속적인 인공물을 만드는 일이다. 작업으로 만들어진 실물은 시와 음악, 가구 등이며 제작자의 사후에도 남을 가능성이 있다. 말하자면 작업은 죽을 운명인 인간에게 위로가 되는 영원성을 가진 것의 제작을 의미한다.

 행위는 다양하고 평등한 인간끼리의 대화를 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활동이 이에 해당한다.

264쪽

아렌트는 행위야말로 고립되어서는 이룰 수 없는 가장 인간적인 일로서 그 우위성을 설명한다. ˝오직 행위만이 인간의 배타적 특권이며 짐승도 신도 행위능력은 없다˝라고.

행위는 또한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간 개개인의 정체를 밝히고,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폭로하는 역할을 한다. 그때 행위를 하는 인간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인격은 의도적으로 드러낼 수 없다. 반대로 타인에게는 분명하고 착오 없이 나타나는 인격이 자신에게는 은폐되기 쉽다. 이는 마치 한 사람과 평생 동행하는 그리스 종교의 다이몬daimon (수호령)처럼 뒤에서 어깨너머로 바라보기 때문에 각자가 만나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이는 실로 행위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사회적인 행동임을 나타낸다.
아렌트는 특히 ‘행위‘를 중시했으며, 그 점에 관한 한 그녀의 사상은 공동체주의와 겹친다.

이들 세 가지의 활동적 삶 중 ‘노동‘은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낮고 미천한 지위에 있었으나 근세에는 루터에 의해 사람들의 신성한 의무가 되었고, 근대에는 존 로크가 ‘모든 부의 원천‘으로서 평가했으며, 급기야 마르크스가 가장 강력하고 일관성 있게 ‘노동이 최고의 세계를 건설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라고주장하자 인간 활동 가운데 최상위의 지위로 갑작스럽고 눈부시게 상승했다. 

265쪽

아렌트는 이러한 근대의 전복된 가치를 다시 전복시키서 노동을 그 지위에서 끌어내리는 동시에 작업과 특히 행위를 복권하려 했다. 그녀는 고대 그리스의 노동관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노동하는 것은 필연성에 의해 노예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노예화는 인간의 삶의 조건에 내재한다. 사람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필연성에 종속된 노예들을 강제로 지배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노예를 길든동물과 비슷한 존재로 변형시키기 때문이었다.

이는 인간이 계속 인간으로 존재하려면 노예를 소유해야한다는 소름 끼치는 생각이다.

반대로 노동을 담당하는 노예로 전락하는 것은 인간에서 가축이 되는 셈이며 죽음보다 나쁜 처지라고도 생각했다. 플라톤은 자살도 하지 않고 태평스럽게 복종적인 지위에 만족하는 노예를 경멸했다고 한다.

노동윤리에 지나치게 물든 오늘날의 일본인은 그토록 철저히 노동을 업신여기는 고대 그리스의 노동관에는 동조하기힘들 테지만 노동으로 자신의 지유로운 시간을 빼앗기는 정도는 이해하리라고 본다.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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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분배 - AI 시대의 기본소득
이노우에 도모히로 지음, 김소운 옮김 / 여문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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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자 파레이스는 과도하게 일하는 것을 ‘크레이지 crazy‘라고 하고, 일하지 않고 게으른 것을 ‘레이지lazy‘라고 한다. 진정한 자유지상주의는 크레이지와 레이지, 그 중간인 적당히 노동하는 것도 인정되는 사회를 지향한다.

43쪽.

신자유주의적 기본소득론자에게 기본소득의 목적은 사회보장제도의 간소화이며, 반신자유주의적 기본소득론자의 목적은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이다.

48쪽.


AI 시대를 위한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

2007년부터 2012년까지의 일련의 일들이 일본에서의 이른바 기본소득 제1차 붐을 형성한다. 반면에 기본소득 제2차 붐은 인공지능AI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배경으로 2016년경부터 일기 시작해서 현재에 이른다. 

취직하지 못해서 수입이 없는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가 먹고살게 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4년에 나는 인터넷 뉴스사이트 ‘시노도스 에서 「기계가 인간의 지성을 능가하는 날을 어떻게 맞이해야하는가? - AI와 기본소득」이라는 기사를 발표했다. 

이어서 2015년에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인공지능이 인간을능가하는 날에 대비하라」라는 기사를 썼다. 이 기사들에서 나는 AI 시대에 기본소득의 도입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 요즘처럼 AI 붐이 일기 전이었으므로 이렇다 할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2015년에 미국의 기업가 마틴 포드가 『로봇의 부상 - 인공지능의 진화와 미래의 실직 위협』에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미국의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가 <제2의 기계 시대 -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된다>에서 역소득세의 도입을 주장해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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