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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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창비 청소년 문학 시리즈'인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읽었던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
시작부터 궁금했다. 제목이 아몬드인 이유는? 이야기의 초반부 작가는 친절히 말해준다.
아몬드와 생긴게 비슷한 '편도체'가 작아 나타나는 증상으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현상. 흔하지 않은 소재로 주인공 선윤재의 이야기는 흘러간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아이가 자라면서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봤는데
다행히도 할머니와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아이는 예상보다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자라난다.

그의 열여섯번째 생일날까진.

생일날 자신에게 벌어진 끔찍한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주인공은 슬퍼하지도 울지도 않는다. 그저 살아갈 뿐. 그러다 엄마가 보통의 아이처럼 자라나길 바란다는 것을 떠올리고 돌아간 학교에서 곤이를 만나게 되고 두 소년은 점차 그들만의 우정을 지속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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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이란 무릇 어떻게 끝을 보일지 조금은 예측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 평소엔 잘 선택하지 않는데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금세 읽힌다는 것이다. <아몬드> 또한 마찬가지인게 손에 들고 한번에 내리 읽어버렸다. 항상 담담한 윤재의 시선을 따라가며 읽다보니 사람의 감정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보통의 사람들이 갖는 감정을 잘 느끼고 있는지 나 또한 어느 상황에서는, 어느 측면에서는 감정 불능증이 아닌지.

 

 

손원평 작가의 책은 <아몬드>가 처음이라 그녀에 대해서 알지 못했는데 '작가의 말'을 읽고 조금의 호감도가 더 플러스 됐다.

- 아낌없는 사랑으로 결핍 없는 내면을 선물해 주신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한때는 내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라난 것이 작가가 될 깜냥이 못 되는 거라 생각해 부끄러웠던 시절도 있다.
세월을 거치면서 그 생각은 바뀌었다. 평탄한 성장기 속에서 받는 응원과 사랑, 무조건적인 지지가 몹시 드물고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것이 한 인간에게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 세상을 겁 없이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주는지, 부모가 되고서야 깨닫는다.

 

 

 


[책 속 밑줄]

081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생각해 보면 할멈이 엄마에게 바란 것도 평범함이었을지 모르겠다. 엄마도 그러지 못했으니까.
박사의 말대로 평범하다는 건 까다로운 단어다. 모두들 '평범'이라는 말을 하찮게 여기고 쉽게 입에 올리지만 거기에 담긴 평탄함을 충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게는 더욱 어려운 일일 거다. 나는 평범함을 타고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비범하지도 않으니까.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이상한 아이일 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평범해지는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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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
이다혜 지음 / 현암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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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니 드는 한가지 생각은 굳이 '페미니즘적 책 읽기'라는 말을 책 앞쪽에 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이유는 페미니즘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패스할 것도 같아서.. 괜한 걱정인가.
(개인적으로 호감있는 분이라 이 책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다혜 기자의 시선처럼
'또다른' 시각으로도 영화와 책을 볼 수 있구나, 하는 정도로 출판사에서 홍보해도 좋을 듯 하고.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영화와 책들을 내가 미리 접했더라면 더 이해도가 높았을까?
아니면 이다혜 기자의 책을 먼저 읽은 것이 다른 책들을 읽는데 더 도움이 될까.
순서는 상관 없겠지, 내 시선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중요할 뿐.





[이 책의 밑줄]

085
왜 이십 대 초반 여자 배우나 가수는 삼십 대 후반이나 사십 대인 남자 코미디언들 중 누가 이상형인지, 그중 한 명하고 사귀어야 한다면 누구와 사귈지 선택해야 하는 걸까? (...) TV에 나온 정치인들 중 남자와 여자의 비율을 따져보세요. 세계 정상회담도 뉴스에 자주 나오죠? 여자는 어떤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나요? 성별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나 더 보기 좋은 일을 나눠놓은 건 아닐까요?
앞 세대가 그어놓고 견고하게 만든 선 안에서 여러분의 진로와 삶을 결정짓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저를 비롯한 동시대의 여성들이 바꾸고자 하는 것들을 여러분도 함께하길 바랍니다. 원하는 직업, 원하는 삶을 성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상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이다혜 기자가 여고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 말 1.




091
가능하면 오랫동안 일하세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의 행복과 소중함은 중요하지만, 가능하면 일하는 당신의 소중함도 지켜가길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이 아주 오랫동안 이름으로 불리기를 바랍니다. 누구의 아내나 누구의 어머니가 된 뒤에도, 이름으로 불리는 관계들 속에서 스스로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세 가지 중.



231
내가 스무 살 때 배웠던 몇몇 좋아 보였던 가치들이 이제는 낡게 보인다는 점이 기쁘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더 많은 것들이 좋아졌고, 나 자신이 더 멀리까지 왔다는 믿음이 생긴다. 동시에 지금의 내가 믿고 있는 가치들 또한 매번 점검하고 업데이트 혹은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닿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며 과거의 인간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지금 이 시점에서의 고민, 옳다고 믿는 것들을 책에 쓰면서 가까운 미래에는 이 책이 하는 말이 까마득한 옛날 일로 느껴지기를 바란다.



-
페미니즘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힘겹게 투쟁해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쉽게 치부하면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권리에는 쉽게 편승하는 사람들.

모르겠다. EBS 까칠남녀 보면서 남편이랑 얘기나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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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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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타 사야카 작가의 <편의점 인간>.
그간 들어보지 못한 작가이지만 출간되었을 때 소재가 신선해서 기억해뒀다.

18년간 같은 편의점에서 일한 36세 여자, 후루쿠라 게이코가 주인공으로 그녀의 삶은 어릴적부터 평범하지 않다.
유치원 시절 죽은 새를 들고가 엄마에게 아빠가 좋아하니까 꼬치구이를 해먹자고 말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보통'의 아이라면 이같은 상황에서 할 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으니까. 하지만 그녀에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자라면서 가족들은 그녀를 '평범한' 사람으로 바꾸려 노력했지만 그녀는 '평범한 척' 연기하며 살아간다.
그게 자신을 향해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까.


<편의점 인간>을 읽는 동안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삶을 살아야 일반적인걸까, 그 기준에 들지 못하면 어찌되는 것인지..
후루쿠라가 주위로부터 받았던 시선은 정당한가? 나또한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같은 시선으로 보진 않았는지..
우리는 왜 정상과 비정상을 규정하는가. 무엇에 의해서 평가받는가. 그 기준은 누가 만들었는가. 언제부터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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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아 시작한 것인데,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들로 더욱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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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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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내 독서계획은 의식적으로라도 에세이, 소설 위주의 문학 말고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 했다. 최근 소설을 읽었으니 조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골랐는데 그 책이 일본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의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사회학자가 쓴 글이라고 해서 뭐 막 어렵고 했으면 도중에 덮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고 무사히 끝을 본걸 보면 저자가 글을 잘 풀어 쓴듯하다..ㅎ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이라는 책을 알게 된 계기는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본 어떤 글 때문이었다. ​사실 인스타는 요즘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해서 서치용으로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어떤 이가 이 책을 올해 읽은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를 보내 기대감이 컸다. 다 읽고난 지금은.. 솔직히 난 그정도까진 아니었..... (아직 올해가 가기엔 많이 남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보내느라 잊고 살았던 무언가를 환기시키기엔 충분했고 사회학자가 바라본 세상에 대한 시선도 느낄 수 있었다.

 

 

 

 

밑줄 긋기


098.

언어라는 것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베이면 피가 나온다. 그런 언어를 '끝내 받아들인' 사람들도 이미 타인은 아니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어떤 인생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107.

우리가 갖고 있는 행복의 이미지는, 때로, 다양한 형태로, 그것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폭력이 된다.

 

192.

'좋은 사회'를 측정하는 기준은 수없이 많겠지만, 그중 하나는 '문화 생산이 활발한 사회'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음악, 문학, 영화, 만화 등 여러 장르에서 무시무시한 작품을 산출하는 '천재'가 많은 사회는 그것이 적은 사회보다 좋은 사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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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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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2일에 배송받은 책.

요즘 책장 책을 야금야금 꺼내 읽고 있다. 재미가 붙었다지.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는 내가 구매한 작가의 첫 책이고 그 후 그녀의 다른 책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은걸로 알고 있다.

추천사도 임경선 작가가 썼고 읽지 않을 이유는 없었는데 왜 거의 2년 동안 방치됐을까?

 

 

여튼 읽었다. 내용은 작가의 일상과 생각을 담은 일기형식 글이다.

출판사의 소개글로 인해 작가의 글이 솔직하다는 것, 몸이 아픈 것도 알고 있었고 나이 많은 할머니라는 것도 알고 시작했고

리뷰를 읽어보니 다들 그녀의 꾸밈없는 입담에 속이 시원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흠.

결과적으로 내가 느낀것은 그녀의 글이 내겐 그다지 와닿지 않았고; 말 많은 할머니의 끊임없는 말을 옆에서 듣고 있는 느낌이랄까?;

텍스트는 많은데 공감 비율은 많지 않은 글을 읽고 있는것 같았다.

그래서 중반까지 읽었을 때 계속 읽어야하나 고민하다가 조금 더 읽으면 재밌어지겠지 그러면 남들이 말하는 유쾌한 부분이 나오겠지 하다 끝을 봤다.

(어제 <어쩌다 어른>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강연을 했는데 그걸 미리 봤다면 아마 이 책을 끝까지 잡고 있지 않았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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